주가 흔드는 '단일판매‧공급계약'…공시 사전·사후 관리 강화한다

금감원‧거래소, 단일판매‧공급계약 공시내용 강화
계약금 유무‧대급지급 조건 등 주요정보 상세기재
반기마다 계약 진행현황 등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금감원 "허위‧과장공시 줄고 불공정거래 사전예방"

주식시장을 흔드는 공시 중 하나인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공시에 대해 금융당국이 제도보완을 추진한다. 기존보다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정보를 강화하는 방향이다.

상장사는 정기보고서를 통해 주요 계약 내용에 대한 진행상황도 알려야 한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투자판단에 필요한 정보 제공이 늘고 불공정거래 시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6일 상장회사의 단일판매‧공급계약 관련 불성실공시가 증가함에 따라 투자자보호를 위해 관련 공시 규정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공시는 상장사가 다른 기업에게 제조한 물건을 팔거나 용역 및 서비스를 공급하겠다는 계약을 맺은 사실을 알리는 내용이다. 기업 영업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해당 공시가 올라오면 투자자들은 대체로 호재성 공시로 판단한다.코스닥 시장, 단일판매‧공급계약 불성실공시 증가

하지만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코스닥 상장사를 중심으로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관련 불성실 공시가 증가하고 있다. 거래소는 계약체결 공시 후 계약 해지 또는 최초 계약금액의 50%미만으로 이행한 경우 위반 내용에 따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한다. 

코스닥 시장의 전체 불성실공시 건수 중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불성실공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6.2% 수준이었으나 2021년 21.2%, 2022년 15.1%, 2023년 9.9%를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18.5%로 다시 급증했다. 

반면 유가증권 시장은 전체 불성실공시 건수 중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불성실 공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6.7%, 2021년 16.7%, 2022년 23.8%, 2023년 13.8%, 2024년 상반기 9%를 기록했다. 

비율만 보면 코스닥시장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이는 유가증권 시장의 전체 불성실 공시 건수 자체가 적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올해 상반기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불성실공시 건수는 유가증권시장이 1건인데 비해 코스닥시장은 10건에 달했다.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불성실공시가 코스닥 시장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2차전지‧코로나 백신 등 핫한 테마가 단골손님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불성실공시의 단골 종목은 2차전지, 코로나 백신 등 그해 주식식장의 이슈인 주제들이었다. 

실제 A사는 코로나백신 관련 공급계약 체결을 공시하면서 공시 전후 주가가 급등락 했다. 공시 전후 10거래일 동안 주가가 62.3% 상승하다 40.4% 하락했다. 

문제는 애초 공시했던 계약금액의 50% 미만으로 계약이 이행되면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 받은 것이다. 당연히 해당 공시를 보고 주가 상승을 기대해 투자한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B사는 2차전지 관련 공급계약 체결을 공시하면서 계약상대방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어찌됐든 2차전지 공급계약이라는 새로운 사업활로가 생겼다고 판단 B사의 주가는 공시 전후 10거래일 동안 78.1% 상승했다. 

하지만 계약체결 1년 만에 해당 계약은 이행이 전혀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이 종료됐다. 결국 B사는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공시내용 강화…불공정거래 가능성 원천 차단

금융당국은 현재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공시가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계약체결 및 진행과정에서 투자판단에 필요한 정보 제공이 부족한 면이 있고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우려도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거래소 공시서식상 주요 계약조건은 기업이 자유롭게 서술할 수 있어 투자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불충분할 수 있다고 봤다. 

결국 이러한 미비점 때문에 앞선 사례처럼 2차전지‧코로나 백신 등과 같은 테마주와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공시가 결합하면 허위‧과장성 공시 후 매도차익 실현 등 불공정거래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에 거래소는 공시접수 단계부터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공시 중 계약조건 관련 중요내용을 본문에 필수적으로 기재하도록 항목을 구체화한다. 계약금‧선급금 유무, 대급지급 조건 등을 보다 상세히 기재하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는 계약금액이나 계약상대방 중 하나만 공시유보(비공개)가 가능했지만 불가피한 사유에 한해 공시유보를 허용할 방침이다. 이때 불가피한 사유란 기업의 지속적 영업활동에 현저한 저해가 우려되는 경우가 해당한다. 공시유보를 하는 기업은 해당 공시 본문에 투자유의사항 문구를 기재해 공시하도록 관리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공시 진행상황 중간보고를 보다 구체화할 방침이다. 반기보고서와 사업보고서 등 정기보고서에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공시의 진행상황, 미진행 시 사유, 향후 추진계획 등을 반기 단위로 상세히 기재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 금감원과 거래소가 최초 계약체결 공시와 진행상황 공시를 수시 및 정기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허위‧과장공시를 이용한 불공정거래에 대해 신속하게 조치할 수 있도록 기관 내 및 기관 간 업무협조 체계도 강화한다. 

금감원은 "단일판매‧공급계약 관련 정보가 투자자에 계약 시점 및 이후 진행상황까지 충분히 제공되어 투자판단에 참고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며 "허위‧과장성 공시를 통한 주가부양 도모 등 부정거래행위 시도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보라 (bora5775@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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