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난히 많았던 ‘그분’이 오신 날···전예성 60타, 마다솜 61타, 배소현·이정민 62타, 윤이나 63타

오태식 기자 2024. 11. 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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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올해 60타를 친 전예성. 사진 제공=KLPGA

골프에서 60타 보다 낮은 스코어를 치는 것을 ‘서브(sub) 60’ 이라고 표현한다. 평생 한 번 치기 힘든 ‘꿈의 스코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는 59타를 친 선수가 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를 포함해 13명이나 된다. 2016년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는 짐 퓨릭(미국)이 58타를 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는 단 한 명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만이 ‘서브 60’ 대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소렌스탐은 2001년 3월 스탠더드 레지스터 핑 대회에서 8연속 버디를 포함해 총 13개 버디를 잡고 ‘미즈(Ms) 59타’가 됐다. ‘소렌스탐의 그날’ 이후 59타는 23년 이상 철옹성처럼 견고하다.

‘서브 60’까지는 아니더라도 모든 프로골퍼들은 개인 최저타 기록을 깨고 싶어 한다. 주말골퍼들이 ‘라베(라이프 베스트)’를 치고 싶어 하듯이. 프로골퍼든 주말골퍼든 가장 낮은 타수를 경신하는 날 흔히 ‘그분이 오신 날’이라고 하면서 기뻐한다.

올해 61타를 기록한 마다솜. 사진 제공=KLPGA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는 ‘라이프 베스트’를 친 선수들이 꽤 많이 나오고 있다.

전예성은 지난 4월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크리스에프앤씨 제46회 KLPGA 챔피언십 최종일 보기 없이 버디만 12개를 잡고 12언더파 60타를 기록했다. 2017년 9월 이정은6가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에서 60타를 친 이후 무려 7년 만에 나온 KLPGA 투어 18홀 최저타 타이 기록이다.

KLPGA 투어에서 60타를 친 선수는 2명뿐이고 61타를 기록한 선수도 4명이 전부다. 2003년 전미정이 파라다이스 여자 인비테이셔널에서 처음 61타를 친 후 2018년 이소영, 2019년 김지현이 61타 기록을 이었고 올해 9월 열린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최종일 마다솜이 61타의 주인공이 됐다. KLPGA 투어에서 한 해에 60타와 61타가 동시에 나온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올해 62타를 기록한 배소현. 사진 제공=KLPGA

62타도 16명밖에 갖고 있지 않은 대기록이다. 2002년 강수연이 가장 먼저 62타를 쳤고 올해 이정민과 배소현이 15번째, 16번째로 62타를 기록했다. 이정민은 크리스에프앤씨 제46회 KLPGA 챔피언십 3라운드 때 62타를 쳤고 배소현은 더헤븐 마스터즈 2라운드에서 62타를 기록했다. 올해 60타는 물론 61타와 62타가 동시에 나온 것이다. 김지현은 2017년 62타를 치면서 당시 개인 최저타를 쳤는데, 2019년 61타를 기록하면서 ‘라이프 베스트’가 바뀌었다. 지금은 LPGA 투어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최혜진과 김세영도 KLPGA 투어에서 62타를 친 16명에 포함돼 있다.

‘라베’를 친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도 꽤 있다. 마다솜은 61타를 친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이정민과 배소현도 62타를 친 크리스에프앤씨 제46회 KLPGA 챔피언십과 더헤븐 마스터즈에서 정상에 올랐다. 크리스에프앤씨 제46회 KLPGA 챔피언십에서 60타를 친 전예성은 이정민의 기세에 눌려 아쉽게 준우승을 거뒀다.

2022년에는 황정미와 송가은이 각각 62타를 친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과 대보 하우스디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올해 KLPGA 투어에서 가장 화제를 모으고 있는 윤이나의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는 63타다. 올해 세 차례 63타를 쳤는데, 아쉽게도 그 대회에서 우승하지는 못했다.

올해 62타를 기록한 이정민. 사진 제공=KLPGA

올해 LPGA 투어에서도 생애 베스트 스코어를 기록하는 선수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60타 2명, 61타 4명, 62타도 4명이나 기록하고 있다.

숍라이트 LPGA 클래식에서 리네아 스트룀(스웨덴)이 대회 최종일 60타를 치면서 우승했고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서는 루시 리가 60타를 치고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챔피언은 61타를 치면서 루시 리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전에서 승리한 재스민 수완나뿌라(태국)다.

올해 62타를 친 선수 중에는 김세영과 최혜진 그리고 유해란이 포함돼 있다. 유해란은 62타를 친 FM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LPGA 투어가 18홀 최저타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0년 이후 60타를 친 선수는 루시 리를 포함해 7명뿐이다. 루시 리에 앞서 2021년 제시카 코르다가 60타를 친 적이 있다. 61타를 기록한 횟수도 29회가 전부다.

올해 63타를 세 번 기록한 윤이나. 사진 제공=KLPGA

LPGA 한국 선수 중 가장 낮은 타수를 기록한 주인공은 이정연이다. 2004년 웰치스 프라이스 챔피언십 첫날 60타를 쳤다. 61타를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로 갖고 있는 LPGA 선수들은 모두 26명이다. 이들 중 한국선수 10명이 포함돼 있다. 한희원, 박세리, 박지은, 박인비, 이은정, 유소연, 박희영, 양희영, 김세영, 이정은6가 61타의 주인공들이다.

소렌스탐은 물론 캐리 웹, 크리스티 커, 렉시 톰프슨, 리오나 매과이어, 해나 그린, 하타오카 나사, 아타야 티띠꾼, 사이고 마오 등이 61타를 친 적이 있다.

LPGA 투어에서 가장 먼저 61타를 친 선수는 다름 아닌 ‘1998년 박세리’였다. 이후 1999년 소렌스탐이 61타를 쳤고 2000년에는 웹이 ‘61타 바통’을 이었다. 그러다가 소렌스탐이 2001년 59타를 친 것이다.

62타를 베스트 스코어로 갖고 있는 선수들은 무척 많다. 이미나, 장정, 김미현, 박희정, 김송희, 최나연, 허미정, 최운정, 신지애, 장하나, 이미림, 김효주, 전인지, 박성현, 강혜지, 이미향, 최혜진, 유해란, 그리고 장효준까지 19명의 한국 선수들이 62타를 쳤다.

넬리 코르다, 사소 유카, 패티 타와타나낏, 릴리아 부, 앨리슨 리, 리디아 고, 에리야 쭈타누깐, 로라 데이비스, 후루에 아야카, 브룩 헨더슨, 쩡야니 등이 62타를 개인 최저타로 갖고 있는 톱스타들이다. 로레나 오초아도 62타가 개인 최고 성적이다. 세계랭킹 1위 자리를 가장 오래 지켰던 고진영은 63타가 LPGA 개인 최저타 기록이다.

LPGA 투어에서는 소렌스탐 혼자 보유하고 있는 ‘서브 60’ 기록이 PGA 투어에서는 14번 나왔다. PGA 투어 18홀 최저타 기록은 2016년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때 퓨릭이 작성한 58타다. 59타는 1977년 멤피스 클래식에서 알 가이버거가 처음 작성한 이후 올해까지 총 13명이 기록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캐머런 영(미국)이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59타를 적어냈고 헤이든 스프링어(미국)는 존디어 클래식에서 59타를 기록했다. 2020년 셰플러 이후 3년 동안 나오지 않던 59타가 올해 연속으로 몰려 나온 것이다.

‘58타의 사나이’ 퓨릭도 2013년 BMW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59타를 친 적이 있다. 그의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가 59타에서 58타로 1타 줄어든 것이다. 50대 타수를 두 번이나 경험한 선수는 퓨릭이 유일하다.

영원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공식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는 61타다. 1999년 바이런 넬슨 클래식에서 처음 61타를 쳤고 2005년 뷰익 오픈, 2013년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도 61타를 친 적이 있다.

이런 궁금증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왜 우즈는 최강의 샷을 갖고 있으면서 60타 이하 스코어를 내지 못했을까.’

일단 우즈에게는 쉬운 코스에서 라운드 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전성기 때 우즈가 한 해 출전하는 PGA 투어 대회는 20개 남짓. 4대 메이저대회와 플레이오프 대회는 기본적으로 출전했다.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나 월드 골프 챔피인십 시리즈 몇 개 대회까지 출전하고 나면 남은 대회가 별로 없었다.

문제는 우즈가 출전하는 대회 코스와 출전하지 않는 대회 코스의 난이도가 하늘과 땅 차이라는 점이다. 코스 세팅을 어렵게 하는 것으로 악명 높은 US오픈에서 우즈는 2000년 2위를 무려 15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는데, 만약 그때 그 샷 감으로 쉬운 코스에서 경기했다면 59타보다 더 낮은 기록을 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 아무래도 경쟁이 심하다 보면 견제를 하게 되고 긴장감 속에서 경기를 하다 보면 스코어도 그만큼 나오지 않게 된다.

PGA 투어에 진출한 한국 선수의 가장 낮은 타수는 60타다. 강성훈, 김시우, 노승열이 60타를 친 적이 있다. 안병훈과 김주형 그리고 위창수는 61타를 기록한 적이 있고 최경주와 임성재의 베스트 스코어는 62타다.

퓨릭이 58타를 쳤을 때 미국 골프 전문지 골프다이제스트는 PGA 투어에서 대략 61만3000여 라운드 만에 나온 최저 스코어라고 보도했다. 퓨릭은 58타를 칠 당시 “내 몸 안에 다른 누군가 들어와 경기를 한 것 같다”고 표현했다. 흔히 얘기하는 그분이 오신 날이었던 것이다.

이건 웃자고 하는 얘기다. 바보, 독재자, 그리고 하나님이 함께 라운드를 했다. 과연 누가 가장 낮은 스코어를 냈을까?

먼저 독재자의 골프다. 티샷을 하면 OB(Out of Bounds)가 나든지, 해저드에 빠지든지, 아니면 공이 어디론가 사라지든지 어느새 공은 페어웨이 한가운데 놓여 있다. 부하들이 코스 곳곳에 숨어서 공이 날아오면 페어웨이 쪽으로 던져주기 때문이다. 파3홀에서는 항상 그린에 올라가 있고, 파4홀은 2온, 파5홀은 늘 세 번째 공략 만에 공이 그린에 올라가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그린 위에 올라가면 무조건 ‘기브(OK)’다. 후환이 두려워서 어디 퍼팅해 보라고 할 수나 있겠나. 그래서 독재자의 스코어는 언제나 18언더파 54타다.

이번에는 하나님의 골프를 보자. 골프를 잘 알지 못하는 하나님이 캐디에게 물었다. “어디를 보고 치면 되지?” 캐디 “예, 티샷은 저기 보이는 나무를 향해 치시면 됩니다.” 페어웨이로 간 하나님이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어디로 쳐야 하지?” “예, 그린에 올리시면 됩니다.” 그린 위로 올라간 하나님, “이제 어떻게 하면 되지?” “네, 홀에 넣으시면 됩니다.” 한 번의 퍼팅으로 공을 홀에 넣은 하나님의 첫 홀(파4) 스코어는 버디다.

2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선 하나님. “귀찮게 그렇게 할 필요가 뭐 있어” 하시더니 티샷을 그대로 홀로 넣는 것이 아닌가. 2번 홀부터 18번 홀까지 모두 홀인원이다. 이렇게 해서 나온 하나님의 스코어는 무려 52언더파 20타.

바보의 골프는 그야말로 정말 바보스럽다. 그만 첫 홀 티샷이 왕 슬라이스가 나더니 공이 18번 홀 그린 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런데 이걸 어째. 핀 바로 옆에 떨어진 공을 본 바보가 손에 든 채로 ‘툭’ 쳐서 홀에 넣어 버리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 70언더파 2타를 쳤다고 우긴다. 정말 웃자고 한 ‘동화 속의 최저타’ 얘기다.

이번에는 단 한 번도 오버파를 치지 않은 전설(?)의 아마추어 골퍼 얘기다. 항상 캐디와 단둘이서만 라운드 하는 이 골퍼는 72타가 넘을 것 같으면 캐디에게 외친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클럽 챙겨라. 돌아가자.” 이 전설의 골퍼는 한 번도 72타를 넘겨 본 적이 없지만 아직까지 18홀을 모두 끝낸 적도 없단다.

오태식 기자 ot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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