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판결’ 생중계 필요한 이유들[포럼]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대만 타이베이 101타워 상층부에는 660t의 거대한 쇠공이 6층 높이 천장에 매달려 강풍이나 지진에 건물이 흔들리는 것을 막아준다.
현행 대법원규칙은 2017년 8월 이래 재판장은 피고인의 동의 여부에 불구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재판 선고를 촬영·중계방송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만 타이베이 101타워 상층부에는 660t의 거대한 쇠공이 6층 높이 천장에 매달려 강풍이나 지진에 건물이 흔들리는 것을 막아준다. 이 균형추는 지난 4월 대만을 강타한 규모 7.2 강진에도 101층 초고층 건물의 균형을 잘 잡아줘, 무너지고 부서진 주변 건물들과 비교되어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건물을 삼성물산이 시공했다고 자랑하려는 게 아니다. 정치적 좌우 대립과 경제·사회적 양극화가 극심해진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할 존재가 아쉬워서 꺼낸 말이다.
이러한 정치·사회적 대립은 거의 예외 없이 법원에서 법관의 최종 판단을 받게 되는 만큼 사회의 주된 균형추 역할은 법관 등 법조인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시대의 법관이야말로 바람 같은 정치나 지진 같은 여론에도 흔들림 없이 법과 형평의 원칙에 따라 사회의 혼란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서울중앙지법의 1심 재판 선고가 오는 15일에 있고,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재판 선고가 25일에 있는 등 속속 이 대표에 대한 재판 선고가 이어질 예정이다. 그런데 그 재판 선고의 생중계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 측에서는 “여당의 생중계 주장은 망신주기에 불과하여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형사재판의 생중계, 특히 1심 재판의 생중계는 상급심에서 달리 판단할 여지도 있는 만큼 일반적으로는 피고인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피고인의 개인 정보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피고인이 거대 야당의 대표로서 정치·사회적 영향력이 상당하고 그 재판이 국민적 관심사로서 재판 결과에 따른 당 안팎 영향이 큰 경우에는 국민의 알 권리나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생중계를 허용함이 타당할 수 있다. 현행 대법원규칙은 2017년 8월 이래 재판장은 피고인의 동의 여부에 불구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재판 선고를 촬영·중계방송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규정에 따라 2018년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들에 대한 형사재판 1심 선고 시에는 본인들이 거부하는데도 중계방송을 허가했으면서, 이번 이 대표의 재판 선고에 대한 중계방송을 허가하지 않는다면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법원행정처가 실시한 연구 용역 결과도 국민의 87.9%, 법학자의 92.3%가 재판의 생중계에 찬성하고 있다. 또한, 이 대표 측은 검찰이 증거를 왜곡·조작해 무리한 기소를 했다고 주장하고 검찰은 이를 부인하는 만큼, 판결 이유 등 재판 선고 결과를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도 있다. 과연 이 대표가 그의 주장처럼 무고(無辜)하다면 당당하게 선고 결과를 생중계해 국민 앞에 공표할 것을 요구함이 마땅하다. 그런데 이를 망신주기로 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근대의 법적 사고력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로마법을 만든 로마인들도 카이사르가 살았던 공화정 말기에는 피가 튀는 정쟁으로 대혼란에 빠졌지만, 선례와 형평을 중시하는 합리적 결정을 통해 국민의 통합을 이뤄 갔다. 우리나라의 법원도 적당한 타협이 아니라, 선례와 형평에 맞는 공정한 재판으로 사회의 균형을 잡아주기를 기대해 본다.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아리서 몸파는 여자가…” 유치원 딸 두고 목숨끊은 성매매女
- 300명 사살 우크라 드론조종사…게임만 하던 20대 아이
- 홍준표 “우리가 내쫓은 이준석은 두 번이나 이겼다”
- [단독] 尹, 7일 ‘金여사 문제’ 사과… ‘외교·의전 외 활동중단’ 밝힐 듯
- 카페 천장 뚫고 끼인 남성… 온몸엔 배설물 ‘범벅’
- [속보]파주 여관서 50대女 흉기 사망 발견…동숙男 긴급체포
- “고환 있고, 자궁 없다” 알제리 女복서, 진짜 남자였네
- 본투표 시작날 “50.015%로 해리스 승리 확률” 전망
- [단독]김동연·김경수 ‘극비 독일 회동’…이재명 1심 선고 앞두고 정국 논의
- 차량 보병 교육 못받은 北 병사들 벌판서 우왕좌왕하자 버리고 떠나는 러 전차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