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좋아함의 공동체’[유희경의 시:선(詩: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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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점을 '좋아함의 공동체'로 이해한다.
서점에 모든 책을 갖춰놓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서점과 서점을 찾는 이들을 '좋아함의 공동체'로 정의하는 일이 과장일 수 없다.
'좋아함의 공동체'를 형성해가는 서점들은 이른바 '동네책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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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보면/ 무엇이 아름다운 건지는 알 것 같다// 그 아름다움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는 몰라도/ 그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그 햇살이 모두에게 공평하다는 건 알겠다’
- 황성희 ‘태양 아래의 성찰’(시집 ‘너에게 너를 돌려주는 이유’)
나는 서점을 ‘좋아함의 공동체’로 이해한다. 서점에 모든 책을 갖춰놓을 수는 없다. 서점지기는 책을 선택하게 된다. 그 기준은 물론 ‘좋음’일 것이며, 그 ‘좋음’을 좋아하는 이들이 단골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서점과 서점을 찾는 이들을 ‘좋아함의 공동체’로 정의하는 일이 과장일 수 없다.
다종다양한 책을 갖춰야 하는 대형 서점은 이에 해당하지 않을 터다. ‘좋아함의 공동체’를 형성해가는 서점들은 이른바 ‘동네책방’이다. 여기서 ‘동네’란, 행정구역이 아니라 손에 손을 붙든 ‘우리’가 만들어가는 내밀한 ‘동네’를 의미한다. 며칠 전 방문한 부여의 작은 서점은 내 주장의 근사한 규준이었다. ‘누가 여기까지 책을 사러 올까’ 싶게 외진 동네에 위치한 서점 마당에는 새끼고양이가 가을볕과 놀고 있었다. 저녁쯤. 하나둘 사람들이 찾아왔다. 아는 사이처럼 보이지 않았는데도 이들은 기꺼이 대화와 다정함을 나누었다. 고양이의 재롱에 즐거워하면서 생각을 나누는 사람들에게서 경계나 의심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다. 다른 곳에서 찾아왔을지라도 한동네 주민이었다. 멀리서 찾아온 나 역시 같은 동네 일원인 양 온기에 물들었다.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돌아오는 길에 그런 생각도 했다. 추천이나 유행을 쉽게 따르는 건 이 때문이 아닌가. 서점지기인 내게 과업이 있다면 사람들이 자신만의 취향을 찾고 또 공동체를 갖게 돕는 일이 아닐까, 각오 비슷한 다짐도 하게 되는 거였다.
시인·서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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