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중국대사 ‘한반도 전쟁 위험’ 거론…전문가 “위험국면 인식”

푸충 유엔 주재 중국 대사가 유엔 안보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푸충 대사 공식 ‘엑스’(X) 계정

푸충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논의하기 위해 4일(현지시각)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희망하며, 한반도가 혼란에 빠져들고 심지어 전쟁과 난리가 나는 것(生戰生亂)을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신화통신 보도를 보면, 푸충 대사는 “한반도 문제가 수년째 질질 끌고 있고, 핵심은 미국과 북한의 모순”이라며 “문제 해결의 열쇠는 미국의 손안에 있다”고 강조했다. 푸 대사는 “미국이 진정으로 한반도의 긴장 국면을 완화하려는지 아니면 더 큰 지정학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는 것인지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다”며 미국이 “진영대립을 선동하고, 툭하면 군사훈련을 하고 있고, 끊임없이 위협하고 압박하는 잘못된 관행을 버려야만 한반도 정세의 완화를 추동하고, 대화를 통해서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반도의 이웃으로서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희망하고, 한반도가 혼란에 빠져들고 심지어 전쟁과 난리가 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또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 중국이 제기한 ‘쌍궤병행’과 ‘단계적·동시적’ 원칙이 현재로서는 여전히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이 현재 한반도 긴장의 근본 원인을 미국에게 돌리면서,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 군사 협력’ 등으로 진영을 강화하고 군사훈련을 늘리고 있는 것을 가장 우선적인 중국의 안보 우려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그러면서도, 북·러 밀착과 북한 파병 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해져 자국에 불이익이 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주시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이날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북한을 옹호하면서, 북한에 대한 안보리 제재 해제 등을 요구한 것과 미묘하게 차이가 있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전쟁이 나고 난리가 난다는 뜻의 ‘생전생난’(生戰生亂)이라는 표현은 중국이 주로 주변국에서 일어나는 혼란이나 위기로 인해서 자국의 주권, 안보, 발전이익 등 핵심 이익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할 때 이를 경계하려는 방편으로 신중하게 사용한다”면서 “유엔 주재 중국대사가 ‘생전생난’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북핵 문제를 언급했다는 것은 바로 이 문제가 중국의 핵심 이익과 연결된 문제이고, 현재 상황이 매우 우려된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했다. 지난 3월 왕이 외교부장이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상황에 대해 ‘생전생난’을 언급한지 8개월 여만에 중국이 한반도 상황에 대해 이 표현을 썼다.

특히 중국이 최근 거론하지 않던 ‘비핵화’ 해법인 ‘쌍궤병행’을 다시 언급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 합동군사훈련 등을 단계적·동시적으로 중단하자는 ‘썅궤병행’을 중국이 다시 거론한 것은 “현재 국면이 다소 위험하다는 인식이 내포된 것”이라고 양갑용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