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 거부해" 지적장애 조카 '목검 폭행' 살해 40대…징역 18년

살인 방조 혐의 아내, 징역 8년

부산고등·지방법원 전경 ⓒ News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지적장애 조카를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40대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부산지법 형사5부(장기석 부장판사)는 6일 특수상습폭행, 살인,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40대)에게 징역 18년, 이를 방조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아내 B씨(30대)에 대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또 이들 부부에게 각 40시간 가정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업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5월 16일 지적장애 조카 C씨(20)가 집안일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저녁부터 다음날인 17일 새벽까지 7시간 동안 물과 음식을 주지 않고 목검으로 무차별 폭행해 장 파열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지난 5월까지 10개월간 C씨에게 집안일을 강요하며 욕설과 폭행을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A씨는 C씨의 아버지이자 지적장애인인 자신의 친형 D씨의 정부 지원비 수천만원도 빼돌리기도 했다.

B씨는 A씨의 폭행을 말리기는커녕 "맞아야겠다"며 폭행 도구를 가져다주는 등 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당초 상해치사 등 혐의로 송치됐던 이번 사건은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A씨의 무차별 폭행으로 C씨가 사망 직전 복부통증을 호소하는 등 위중한 상태에 이르렀고, 결국 사망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살인혐의'가 적용돼 기소됐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A·B씨에게 각각 징역 20년과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이들 부부는 대부분의 범죄사실을 인정한다면서도 C씨를 살해할 의도가 없었고, 사망도 예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C씨의 부검결과를 근거로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격 부위, 강도, 방법, 반복성 등을 고려했을 때 A씨는 충분히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하고, 용인하면서도 폭행에 나아갔다"면서 "B씨도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하고도 폭행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을 건네주는 등 방조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에게 "지적장애가 있는 조카가 자신의 요구대로 일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자신의 폭력으로 극도로 건강이 나빠진 피해자에게 또다시 무차별 폭력을 가해 피해자가 20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에 이르렀다"면서 "그런데도 범행을 축소하고, 고의성을 부인하는 등 진지한 참회의 마음이 있는 지 의문"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B씨는 죄책이 무거운 이 범행에서 '좀 맞아야겠다'며 남편을 부추기거나 여러가지 방조 범행을 저지른 점을 형을 정하는 데 모두 고려했다"고 말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B씨는 이날 도주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법정 구속됐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