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도입 AI 디지털교과서, 이대로 괜찮나…교육현장 '혼란'
일부 교사 "디지털교과서 학습 효과 의문, 학교 전산망 노후화" 지적
"교육부, 충분한 연구와 검증 과정을 거치고, 현장 교사 의견 적극 수렴해야"
정부가 추진 중인 AI 디지털교과서 도입과 관련해 수업에 나서야 할 당사자인 교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내년 3월부터 초등학교 3, 4학년(수학, 영어, 정보)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수학, 영어, 정보), 특수학교(국어)에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된다고 발표됐지만, 교과서의 구체적인 실체조차 공개되지 않은 채 연수만 급하게 진행됐다는 내용의 설문 조사가 나왔다.
대전교사노조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대전시 초중등교사(특수포함) 537명을 대상으로 AI 디지털교과서와 관련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고 6일 밝혔다.
그 결과, 설문 응답자 중 AI 디지털교과서 연수에 참여한 사람은 70.4%나 됐지만, 연수가 도움이 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19.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참여자의 76%는 AI 디지털교과서를 통한 학습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미완성된 콘텐츠를 활용해 연수를 시행하는 것을 문제로 삼았다.
'AI 디지털교과서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선행돼야 할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안정적 학교 전산망 구축(54%)과 AI 디지털교과서 관련 행정업무 경감(51.2%)을 꼽았다.
설문에 참여한 한 초등학교 교사는 "현재 학교에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인터넷 접속 지연과 오류 문제가 발생해 수업 진행에 애를 먹는다"며 "기기가 문제가 아니라 학교에 깔린 인터넷망 노후화 때문이며, 대전시 많은 초등학교들이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수업 중 잠시 활용할 뿐인데도 잦은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는데, 내년에는 초등 3, 4학년이 거의 매일 비슷한 시간에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수업을 할 텐데 제대로 된 수업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학습자 흥미 유발(43.6%), 교육 데이터 활용(36.7%), 맞춤형 학습 실현(35.4%) 등이 꼽혔다. 반면, 교사들은 우려되는 점으로 디지털 기기 과의존 심화(77.7%),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74.9%), 기술적 문제로 인한 수업 차질(47.3%) 등을 꼽았다.
교육부는 충분한 연구와 검증 과정을 거치고,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교육계의 목소리가 높다. 이를 통해 디지털 전환 시대에 걸맞은 교육 혁신을 이루되, 교육 현장의 실정과 조화를 이루는 균형 잡힌 접근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대전교사노조 이윤경 위원장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신중하고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교육활동이 아닌 업무가 가중돼선 안 되며, 현장 교사들의 우려를 고려한 균형 잡힌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부의 적극적인 추진에도 많은 교사들은 여전히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반대를 표하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같은 우려는 비단 교사들로부터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앞서 지난달 진행된 충청권 교육청의 국정감사에서도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들과 충청권 교육감들이 우려를 나타내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에 따르면, 정부의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대한 교사와 학부모 동의 비율은 각각 10%대와 30%대 초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시범 운영 형태로 신중하게 살펴본 후에 대상 과목이나 학년 확대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며 "너무 서두르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고, 최교진 세종교육감도 "세종 같은 경우에 180명 정도가 연수를 다녀왔는데, 실물 없이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이건 연수가 아니라 홍보장에 다녀온 것 같다, 이 상태로 내년 3월부터 아이들과 구체적인 수업을 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들이 많다"고 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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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CBS 김미성 기자 ms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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