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아는기자들] 이노제닉스와 웨이센, 대장암 정복에 나선 국내 ‘바이오 어벤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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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투자(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에선 현업 투자자가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를 공유합니다.
대장암은 국내에서 암으로 인한 사망률 3위의 악명 높은 질병이다. 최근 발간된 각종 보고서와 국내외 연구논문에는 한국의 20~40대 젊은 층의 발병률이 치솟고 있다는 내용이 등장하는데다, 심지어 우리나라 우리나라 2040 세대의 대장암 발병률이 세계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대한민국 대장암 발병 현황의 ‘절망편’이라면, 본 기고문은 대장암 조기 진단 및 맞춤 치료 보조 분야의 ‘희망편’이 될 것이다. 해당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지닌 어벤져스급 스타트업이 국내에서 두 곳이나 태어나 고속 성장 중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투자가 얼어붙었다는 요즘에도 작년 대비 국내 신규 투자가 15% 가까이 증가한 분야가 바로 바이오·의료 분야다. 특히 AI 기술을 활용해 상대적으로 혁신의 속도가 더뎠던 분야에 대한 창업자들의 도전에도 불이 붙었다. 스파크랩 역시 이들의 검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구개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국내외 의료기관과의 공동연구와 후속투자 유치 등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기 위해 지원을 강화 중에 있다.
◇이노제닉스, 혈액 이용한 차세대 대장암 진단키트 개발
2024년 스파크랩 상반기 비공개 데모데이 무대에서 IR 발표를 하며 투자자들에게 크게 주목 받았던 이노제닉스(Inogenix)는 혈액을 이용한 대장암 진단키트 ‘온코체크(ONCOCHECK)’를 개발했다. 지금까지 대장암 검사 표준으로 사용된 대장내시경 검사는 높은 정확도에도 검사자가 준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하는 것과 더불어 마취, 감염, 출혈, 천공 등의 위험 요소와 높은 비용 부담이 병원측에 따랐다. 이에 비교적 간단한 분변을 이용한 진단검사법도 개발되고 있으나, 대장암의 원인이 되는 선종의 검출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5대암 가운데 대장암의 검진률이 가장 낮게 나타나는 원인들이다.
연세대학교 임상병리학과 교수를 겸임하고 있는 이혜영 이노제닉스 대표는 14년 이상 혈액을 이용한 암 진단법 개발에 주력해왔다. 검사자들 대부분 혈액검사는 익숙하게 느껴 거부감이 적을 뿐더러, 진단에서 시작해 치료 반응에 대한 모니터링,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예후 검사 등에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코체크는 실제 2017년부터 8년 이상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집한 2100건 이상의 혈액검체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24종의 mRNA 바이오 마커를 분자진단기술로 측정하고, 자체 개발한 AI 학습모델 기반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대장암 93%, 진행선종 91%의 검사 민감도를 보인다.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치다.
이노제닉스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의 ‘딥테크 팁스 프로그램’에 선정돼 15억원의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했다. 올해 확증임상시험을 수행하고 있어 이르면 내년부터 규제기관 허가 후 본격적인 시장 진입에 나설 예정이다. 대장암 선별검사 연령에 속하지 않는 탓에 자비로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검사자들에 대한 접근성도 높다. 현재 국내 최대 건강검진 기관인 한국건강관리협회 메디체크와 KMI한국의학연구소의의 협업도 논의 중에 있다.
◇웨이센, AI로 위와 대장 병변 분석
이노제닉스의 온코체크가 정말로 대장내시경을 받아야 할 검사자를 선별해나고 나면, 이제 웨이센(Waycen)의 ‘웨이메드 엔도(WAYED ENDO)’를 만날 차례다. 웨이센은 삼성전자, 폴라리스오피스 부사장, AI 기업 ‘셀바스AI’ 대표 등을 거친 엔지니어 출신의 경영자인 김경남 대표가 2019년 창업했다.
웨이센의 웨이메드 엔도는 위, 대장 내시경 검사에 도움이 되는 인공지능 의료기기 소프트웨어로, AI를 활용해 위와 대장의 병변을 분석해 위암·대장암 조기 진단 가능성을 높인다. 이미 찍어둔 정지 영상이 아닌, 검사 중에 보여지는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상 징후를 찾아내는 것이 가장 큰 특장점이다. 기존 내시경 장비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어 도입도 용이하다. 대장, 위 내시경 진행 중 이상 병변을 발견하면 웨이메드 엔도의 모니터 화면에 위치가 표시되고, 의료진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용종 등의 징후를 찾아낼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매년 이뤄지는 내시경 검사 수 는 1300만건 이상에 달한다. 이는 자연히 의료진의 피로 누적 문제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웨이메드 엔도는 AI가 의사를 보조해 병변 색출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도입 시 병변 발견율은 기존보다 최대 10% 가량 더 늘어난다. 그 결과 웨이메드 엔도의 정확도는 95% 이상으로, 국내 강릉아산병원, 일산병원, 중앙보훈병원, 전주예수병원을 포함한 80개 이상 병원에서 실제 사용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이미 태국과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의 국가에 진출해 현지 대형 종합병원에서 시범 운영을 진행 중에 있다. 이달 초에는 세계 10대 병원으로 꼽히는 이스라엘 소재 셰바메디컬센터(Sheba Medical Center)와 영상 공동 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연이어 스파크랩그룹이 전 세계 AI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로부터 총 5000만 달러를 출자 받아 조성한 ‘스파크랩 AIM AI’ 펀드가 투자한 한국 스타트업 제 1호가 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의료 전문기업 메가마인드와 계약을 통해 이미 중동 소재 대형병원에도 자사 제품을 공급 중인 만큼 이번 투자 유치로 글로벌 점유율 증가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모든 것이 바이오 스타트업 창업 단 5년만에 이뤄낸 쾌거다.
2022년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9년 예상되는 글로벌 대장암 검진시장 규모는 29조 9000억원으로 2021년 대비 60% 가까이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스파크랩이 스타트업의 성장 잠재력을 판단하는 가장 근본적인 기준이 고객의 비용과 시간을 아껴주는지의 여부이다. 이노제닉스와 웨이센, 양사는 이미 창업 극초기부터 이를 증명해왔다. 투자자로서는 이들이 만들어줄 수익이 크게 기대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을 직접 만들어내고 싶다(김경남 대표)”, 그리고 “아픈 이들과 그들의 가족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기술을 만들겠다(이혜영 대표)”는 창업자들의 진정성이다. 그 때문에 우리는 이노제닉스의 온코체크와 웨이센의 웨이메드 엔도가 머지않아 전 세계 대장암 조기 검진의 표준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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