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승계시계 째깍…본업 챙기고 '우주'는 덤

이광호 기자 2024. 11. 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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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의 오너일가 3세인 김정균 대표가 이사회 의장 및 대표이사 자리에 올라선 지 약 3년 만에 승계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보령은 지난 4일 공시를 통해 약 1천7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습니다. 유증을 통해 늘어나는 주식 수는 약 1천810만주로, 현재 보령 주식 총 6천869만주의 26%에 달하는 물량이 단번에 늘어납니다. 

이 물량을 받아내는 건 김정균 대표가 지분 88%를 보유한 보령파트너스입니다. 이번 증자가 완료되면 보령파트너스가 단숨에 주요 주주로 합류하게 돼, 사실상 김정균 대표의 지분이 늘어나게 됩니다. 

현재 보령의 최대주주는 지분 37.1%를 보유한 보령홀딩스, 2대주주는 10.4%를 보유한 김은선 회장입니다. 김은선 회장은 창업주 김승호 명예회장의 자녀이자 김정균 현 대표의 어머니입니다. 유증으로 인해 둘의 지분은 29.4%, 8.2%로 각각 줄어듭니다. 

반면 보령파트너스는 보령 지분 20.9%를 보유한 2대 주주로 단숨에 도약합니다. 김정균 대표의 개인 지분 0.9%(유증 후)를 더하면 21.8%가 됩니다. 전체적인 오너일가의 우호지분도 커집니다. 6월말 기준 보령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합산한 지분은 53.8%지만, 유증 이후에는 63.4%로 커집니다. 

보령은 이번 유증 이후 자사주 소각을 통해 늘어난 지분을 정리하는 작업에도 들어간다는 계획입니다. 이 소식에 어제(5일) 보령의 주가는 장 초반부터 올라, 전체적인 코스피 약세를 뚫고 2.95% 상승했습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유상증자의 목적은 승계구도 강화로 보이지만, 핵심회사인 보령에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주주들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바이오파마 매각자금 대부분 투입한 듯
이번 대규모 지분 변동은 보령파트너스에 막대한 자금 여력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보령파트너스는 자체 영업수익 30억원대의 작은 비상장사지만, 알짜 회사 보령바이오파마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지난 6월 매각됐습니다. 총 4천억원의 몸값이 책정됐고, 보령파트너스는 보유하고 있던 보령바이오파마 지분 69.1% 중 20%를 남기고 49.1%를 매각했습니다. 액수로 따지면 약 2천억원이 됩니다. 이 자금 대부분이 이번 유상증자에 투입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보령과 김은선 회장이 나눠 보유한 자회사였습니다. 2000년대 후반 들어 승계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김정균 대표와 당시 김 대표의 100% 개인회사 보령수앤수로 지분 상당수가 넘어갔습니다. 

당시에도 유상증자 카드가 쓰였습니다. 보령바이오파마가 유상증자를 진행했고, 여기서 기존 주주인 보령이 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생긴 실권주에 보령수앤수와 김 대표가 참여했습니다. 그렇게 김 대표가 보령바이오파마를 지배한 이후에는 바이오파마가 보령제약에 매출을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터지기도 했습니다. 

보령수앤수는 이후 보령컨슈머헬스케어와 보령파트너스로 분할됐고, 보령파트너스는 김정균 대표가 그대로 보유한 채 보령컨슈머헬스케어만 보령의 100% 자회사로 편입됐습니다. 

승계 작업 착착…"급하진 않아"
이번 유증으로 승계가 마무리된 것은 아닙니다. 핵심인 보령홀딩스는 6월 말 기준 김은선 회장이 지분 44.9%를 보유한 최대주주고, 김정균 대표의 지분은 22.6%에 불과합니다. 이번에 많은 지분을 확보하긴 했지만, 여전히 보령 지배구조의 정점은 김은선 회장입니다. 

보령홀딩스와 보령파트너스가 모두 비상장사인 것은 긍정적입니다. 향후 김정균 회장의 지배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별다른 제약 없이 회사를 합치는 등의 의사결정을 훨씬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최대주주인 김은선 회장이 1958년생으로 나이가 많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당장 승계를 서두르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습니다. 

 미래 사업 '우주 의학' 낙점
보령 입장에서는 소유와 경영의 일치도를 높여 책임경영의 불확실성을 해소한 데 더해, 막대한 경영자금도 확보하게 됐습니다. 

회사는 500억원을 시설자금으로, 500억원은 타 회사 인수 자금, 나머지 75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쓰겠다는 계획입니다. 이 중 시설자금은 CDMO 사업에, 타회사 인수는 우주사업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보령은 "공장 및 설비를 증설하고 전략적 필수 의약품을 중심으로 자가제품 생산능력을 확충할 계획"이라며 "인류의 우주 장기 체류에 핵심적인 인프라와 우주 의학 관련 사업 역량을 확보해 기업의 장기적 경쟁력을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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