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신화 만든 ‘대만의 결단’…온 국민 옥죄는 ‘망국적 상속세’ 뜯어고칠 골든타임 [이진우 칼럼]

이진우 기자(jeanoo@mk.co.kr) 2024. 11. 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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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 경이 며칠 전 영국 노동당 정부의 상속세 강화를 신랄하게 비난하는 글을 신문에 기고했다.

면세해줬던 가족기업에 20% 상속세를 물린다는 정책에 반기를 든 것이다.

상속세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34년 조선총독부 훈령을 통해서 였다.

그런데 이런 저런 뒷말에도 '뚝심' 만큼은 대단한 윤석열 정부는 상속세 개편에 진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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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폐지에 개미 투자자 ‘박수’
상속세도 서민생활 곳곳에 악영향
만성질환처럼 민생에 합병증 심각
정부,정치권 획기적 개선 서둘러야

이진우 칼럼/ 금투세 다음은 상속세다

[사진=연합뉴스]
다이슨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 경이 며칠 전 영국 노동당 정부의 상속세 강화를 신랄하게 비난하는 글을 신문에 기고했다. 면세해줬던 가족기업에 20% 상속세를 물린다는 정책에 반기를 든 것이다. 재벌이 앞장서 상속세를 비판하는 모습도 생경하지만 문제 삼은 세율이 고작 20%라는 게 놀랍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금투세 폐지에 동의한다고 밝혀 많은 박수를 받았다. 금투세 부과 대상이었던 ‘큰손’ 뿐 아니라 연 5000만원은 커녕 수십, 수백만원도 벌까 말까한 대다수 ‘개미’ 투자자들이 함께 환호했다.

상속세도 비슷하다. 당사자가 재벌에 국한되는 게 아니다. 기업, 금융시장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의 일상생활 전반에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킨다. 비유하자면 악성 만성질환이다. 부자세금이니까 일반 국민은 상관 없다고 여긴다면 큰 착각이다.

지난 9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외신 인터뷰에서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한 교육열을 만악의 근원으로 지목해 화제가 됐다. 집값이 오르고, 대출이 늘고, 불평등이 심해지고, 지방 인구가 줄어드는 원인이 지나친 교육열이라는 지적이었다.

이 총재 말 마따나 한국에선 부자일수록 자녀 교육에 열심이다. 어마한 돈을 쏟아부으며 공을 들인다. 왜 그럴까. 나는 이 문제도 상속세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부자들은 최고세율 50%, 대주주 할증까지 합하면 60%에 달하는 상속세를 감당한다. 그 세금을 내느니 살아 생전에 과감한 교육투자로 자녀에게 좋은 대학, 고소득 직장을 얻게 해준다면 두고두고 이익이다. 세(稅)테크 차원에선 간단한 계산이다. 어설픈 유산으로 세금폭탄을 안기느니 열심히 과외시켜 의사, 변호사 만들어주는게 대대로 이득이라는 뜻이다. 이름하여 교육세습이다.

요즘 대만이 잘 나간다. 중국의 침공 위협에도 극강의 경쟁력을 보여준다. 대만도 과거 상속세율이 50%에 달했다. 그러다가 2009년 10% 단일세율로 확 낮춰버렸다. 이때부터 대만 기업인들은 경영권 걱정없이 본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그 결과가 TSMC 같은 초우량기업들이다. 주가를 비교해보면 대략 2010년부터 한국 증시가 대만에 밀리기 시작한다. 상속세를 그대로 두고 증시 밸류업을 하겠다고? 문제의 근원을 무시한 말장난이다.

조선시대까지 한반도에는 상속세가 없었다. 상속세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34년 조선총독부 훈령을 통해서 였다. 그래서 최악의 일제 잔재로 상속세를 꼽기도 한다. 아름다운 전통인양 떠받들 이유가 없다.

상속세 문제는 ‘국민 눈높이’ 핑계로 마냥 미뤄놓을 일이 아니다. 골든타임이 있는 이슈다.

작년에 상속증여세로 거둬들인 세금이 14조원이었는데, 전체 세수의 5%도 안된다. 하지만 가만 놔두면 앞으로 상속세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1997년 이후 28년째 10억원 공제한도는 그대로이지만, 국민 소득수준은 물가 등을 반영해 계속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세수 비중이 커질수록 상속세는 건드리기 힘든 세금이 된다.

상속세를 손 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과거 보수정부에서도 있었으나 번번히 흐지부지됐다. 그런데 이런 저런 뒷말에도 ‘뚝심’ 만큼은 대단한 윤석열 정부는 상속세 개편에 진심인 것 같다. 지난 7월에 일부 개편안을 내놓기도 했다.

걸림돌은 거대 야당인데, 신기한 것은 야당 정치인 상당수는 사석에선 상속세 개편에 찬성한다는 점이다. 이름을 밝히면 모두가 깜짝 놀랠 야당 정치인이 “지금 상속세는 정상이 아닌 것 같다”고 하는 걸 직접 들은 적도 있다.

정치인이 지지층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건 이해한다. 그런데 과연 상속세가 그 지지계층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일까. 금투세처럼 ‘아니올시다’가 정답이다.

이진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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