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1 기술자들의 화려한 개인기…프로농구 가스공사 6연승 비결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지난 5일 프로농구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수원 kt의 승패는 막판에 갈렸다.
57-68로 뒤진 채 4쿼터를 시작한 한국가스공사는 경기 종료 3분여 전 앤드류 니콜슨의 득점으로 75-74로 뒤집고 정성우와 샘조세프 벨란겔의 연속 3점으로 82-74 승리를 챙겼다.
니콜슨(11점)과 벨란겔(8점)은 4쿼터에서만 19점을 합작했다.
반면 kt의 에이스 허훈은 3쿼터까지 17점 4어시스트로 맹활약했으나 4쿼터에는 5개 슛을 모두 놓쳤다. 허훈과 함께 kt의 주포로 낙점받은 외국 선수 레이션 해먼즈도 3점에 그쳤다.
송영진 kt 감독은 바꿔막기 수비를 꺼내 들었다. 포워드진이 두꺼운 kt에는 여러 포지션을 수비할 수 있는 선수가 많다.
하지만 벨란겔과 니콜슨은 1대1 공격으로 어렵지 않게 kt 수비를 깨부수기 시작했다.
니콜슨은 최창진과 하윤기, 벨란겔은 허훈, 이현석을 상대로 자신 있게 1대1 공격을 시도해 득점을 냈다.
78-74로 앞선 종료 2분 전 벨란겔이 코트 한 쪽에서 공을 잡자 모든 동료가 반대편 코트로 넘어가서 이현석과 1대1을 지켜보기만 했다.
벨란겔은 자신보다 15㎝ 큰 이현석을 앞에 두고 스텝백 3점을 던져 한국가스공사의 6연승에 쐐기를 박았다.
강혁 감독이 중추로 삼은 니콜슨, 벨란겔, 김낙현은 출중한 슈팅 능력을 토대로 1대1 공격에 능한 선수다. 공격 시 공 소유 시간이나 동선이 길지 않으면서도 내외곽에서 각종 기술로 상대를 공략한다.
니콜슨(21.3점·48.9%), 벨란겔(15.3점·38.9%), 김낙현(9.4점·38.5%)은 현재 평균 46점을 합작 중으로, 3점 성공률도 준수하다.
일반적으로 각 팀은 주요 볼 핸들러로 낙점받은 선수가 상대 수비를 떨쳐내고 공을 잡도록 다양하고 복잡한 전술과 동선을 정한다. 이는 어느 정도 시간도 들고, 선수들의 체력도 필요하다.
문정현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공격 부담을 더욱 짊어진 허훈도 달라붙는 정성우, 신승민의 수비를 이겨내고 공을 잡느라 진땀을 뺐다.
허훈에게 공 운반, 공격 전개, 슈팅 등의 부담이 집중된 와중에 한국가스공사는 상대 코트로 넘어가자마자 가장 편한 위치에 자리 잡은 '기술자'를 찾아 득점 사냥에 나선 것이다.
이규섭 해설위원은 "기술자가 많으면 실책을 유발한 후 넘어와서 바로 공격할 수 있다. 두, 세 개 전술만 준비하고 나머지 선수 위치만 잡아주면 알아서 공격이 이뤄지는 게 이들의 시너지"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 명이 공격할 때 상대는 다른 두 선수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공간이 많이 열린다"며 "이 전술의 문제는 공격에 참여하지 않는 선수의 집중력과 흥미가 떨어지는 건데, 이를 조정하는 게 감독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프로농구(NBA) 평론가들도 세 선수처럼 개인 기량으로 직접 기회를 창출해 슛을 쏘는 선수들을 '슛 크리에이터'로 분류하며 다른 유형의 선수들보다 가치를 높게 둔다.
슛 정확도를 높인 벨란겔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NBA 출신 포워드 니콜슨도 기량을 유지하면서 한국가스공사가 이 유형의 선수만 3명을 보유하게 된 셈이다.
한국가스공사의 상황은 이정현, 이재도가 버티고 있으나 앨런 윌리엄스가 센터인 만큼 골 밑에 수비수가 쌓일 수밖에 없는 고양 소노와는 또 다르다.
강혁 감독의 지도 아래 신승민, 신주영 등 골 밑 수비를 맡던 선수들의 외곽 능력이 발전하면서 '차륜전'(선수를 바꿔가며 상대를 지치게 하는 전술)의 위력이 배가됐다.
주요 공격수가 자유롭게 지공을 주도하면서 정성우, 신승민 등 다른 선수는 수비, 공 운반, 리바운드, 속공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깔끔한 역할 분담이 이뤄진 것이다.
현재 한국가스공사는 평균 83.6점을 넣어 최다 득점 1위다. 3점 성공률(40.1%)이 유일하게 40%를 상회한다.
동시에 67.7점만 허용해 최저 실점도 1위다. 정성우, 신승민을 중심으로 외곽에서 강하게 압박하는 한국가스공사를 만난 상대 팀의 3점 성공률은 26.1%까지 떨어졌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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