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만에 ‘빅3’ 사라진 ATP 파이널스···‘대회 최다 우승자’ 조코비치 부상 불참 발표, 투어 타이틀 없이 시즌 마감은 19년 만
남자테니스 레전드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의 시대도 저물고 있나.
조코비치가 시즌 마지막 대회인 ATP 투어 파이널스 출전을 포기했다.
조코비치는 6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탈리아 토리노에 가는 것을 정말 기대하고 있었지만, 지속적인 부상으로 경기 출전이 어렵게 됐다”고 적었다. 정확한 부상 부위와 상태는 알리지 않았다.
이 대회는 매년 세계 랭킹 상위 8명에게 출전 자격이 주어지는 왕중왕전 성격의 시즌 최종전이다. 조코비치는 최근 이 대회 2연패로 파이널스 우승컵을 7개로 늘리면서 로저 페더러(스위스·은퇴·6회)를 넘어 최다 우승 타이틀을 갖고 있다.
남자테니스는 2000년대 초반부터 페더러-라파엘 나달(스페인)-조코비치로 이어지는 ‘빅3’ 시대가 20년 정도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 2022년 ‘코트의 황제’로 평가된 페더러가 라켓을 내려놓았고, 라파엘 나달(스페인)이 올해 은퇴를 공식화하면서 이제 조코비치만 남았다. 셋은 현재 남자 단식 메이저대회 최다 우승 리스트에서도 톱3(조코비치 24회-나달-22회-페더러 20회)를 형성하고 있다.
2021년과 2023년에도 시즌 4개의 메이저대회에서 세 차례 우승하며 최근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하던 조코비치도 내림세가 뚜렷하다. 조코비치는 올해 46경기에서 37승으로 준수한 성적을 냈지만, 출전 대회가 자체가 크게 줄었다.
조코비치는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커리어 골든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대회+올림픽 금메달)을 달성했다. 하지만 투어에서 타이틀을 추가하지 못했다. 조코비치가 투어 타이틀 없이 시즌을 마감한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4대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한 것도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조코비치는 최근 “나는 ATP 파이널스 우승이나 세계 랭킹을 위해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3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체력과 부상 관리가 힘들어진 만큼 커리어를 연장하기 위해 많은 대회에 출전하기 보다 그랜드슬램 우승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앞서 페더러와 나달도 그런 과정을 거쳤다. 조코비치는 내년 1월 개막하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에 맞춰 몸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빅3’가 모두 빠진 ATP 투어 파이널스는 2001년 이후 처음이다. 한편 조코비치가 불참을 결정하면서 대회에 출전할 톱8이 최종 확정됐다. 세계 1위 안니크 신네르(이탈리아)를 비롯해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 알렉산더 츠베레프(독일),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 테일러 프리츠(미국), 카스페르 루드(노르웨이), 알렉스 드미노(호주), 안드레이 루블료프(러시아)가 출전한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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