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산업 리포트] 굴지 기업 제치고 유럽서 첫 재사용로켓 성공한 겁 없는 대학생들

박근태 과학전문기자 2024. 11. 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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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스위스 로잔연방공대 대학생팀
60초간 105m 상공 찍고 지상 안착
ESA 아리안스페이스 아직 시현도 못해
美주도·中 추격·韓 2030년 목표
스위스 로잔 연방공대 대학생 동아리인 그뤼에르 우주 프로그램(GSP)은 지난 10월 18일 야외에서 진행된 시험 발사에서 콜리브리 로켓의 수직 발사와 착륙에 성공했다. 학생들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이 소형로켓은 이륙 후 60초간 105m까지 날아올랐다가 남동쪽으로 30m 더 날아간 뒤 다시 발사대로 돌아와 ‘터치다운’에 성공했다. /그뤼에르 우주 프로그램

지난달 말 스위스 대학생들로 이뤄진 로켓 개발팀이 유럽 우주산업계를 발칵 뒤집었다. 유럽우주국(ESA)과 아리안 스페이스 같은 굴지의 기업과 기관을 제치고 유럽에선 처음으로 ‘로켓 홉 테스트(Rocket Hop Test)’에 성공한 것이다. 이 테스트는 로켓이 수직으로 발사된 뒤 하늘에서 잠시 맴돌다가 발사 지점에 다시 착륙하는 일종의 시험 비행이다. 재사용발사체를 개발하려면 반드시 로켓 홉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사실 용어는 일반인에겐 다소 낯설지만 스페이스X의 재사용발사체 팰컨9를 아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테스트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인공위성을 우주로 실어 나른 팰컨9의 1단 로켓이 수직으로 내려오다 착륙 직전 다리 3개를 뻗어 착륙장에 가뿐하게 내려앉는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 됐다. 해외 기술공학 전문지와 기술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성공을 빗대 ”학생들이 로켓 점프로 유럽 우주기술의 새 역사를 썼다”고 평가했다.

◇대학생들 “기업·우주기관보다 먼저 개발” 목표

이번 시험을 주도한 제레미 마르시아크와 줄리 뵈닝, 피에르 뵈닝 등 다섯 명의 대학생들은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며 우주에 대한 열정을 키웠다. 이들은 2018년 대학에 입한 뒤 그뤼에르 우주 프로그램(GSP)이라는 우주 사업 동아리를 결성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짧은 시간 안에 홉 테스트에 성공할 수 있던 비결로 작은 팀 구성을 꼽았다. 제레미 마르시아크 회장은 “처음 2년 동안은 5명으로만 운영하다가 지난해 15명으로 늘렸다”며 “팀을 소규모로 유지한 덕분에 지식이 집중되고 개발과 테스트를 빠르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시험을 주도한 제레미 마르시아크와 줄리 뵈닝, 피에르 뵈닝 등 대학생 다섯 명은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며 우주에 대한 열정을 키웠다고 한다. 이들은 2018년 대학에 입한 뒤 그뤼에르 우주 프로그램(GSP)이라는 우주 사업 동아리를 결성했다. 이들은 수년 간에 걸쳐 3D프린팅을 이용해 수직 발사와 착륙이 가능한 길이 2.5m, 무게 100㎏인 소형 로켓 ’콜리브리(COLIBRI)’를 개발했다. 콜리브리는 독일어와 프랑스어로 벌새라는 뜻이다. 동아리 회장인 마르시아크는 재사용발사체가 발사 후 발사대로 다시 되돌아 오는 것처럼 벌새도 뒤로 날 수 있는 유일한 새라는 점에서 이름을 가져왔다고 했다.

이들 대학생들은 처음에는 3D 프린팅으로 로켓을 만드는 데 의미를 뒀다고 했다. 하지만 엔진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재사용발사체에 들어가는 방향을 조절하는 추진 기술도 확보하기로 목표를 바꿨다. 스페이스X는 어떤 기술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최근 재사용발사체의 핵심인 수직발사와 수직착륙에 대한 논문이 학계를 통해 속속 공개되고 있다. 마르시아크 회장은 기술전문지 인터레스팅 엔지니어와 인터뷰에서 “처음엔 계획이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고 액체엔진 로켓을 날리는데 의미를 뒀다”며 “하지만 로켓이 잘 작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학생들이 유럽의 어떤 기업과 우주기관보다 앞서 재사용로켓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저력을 보여주는 쪽으로 목표를 다시 설정했다”고 말했다.

GSP는 지난 10월 18일 야외에서 진행된 시험 발사에서 콜리브리 로켓의 수직 발사와 착륙에 성공했다. 학생들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이 소형로켓은 이륙 후 60초간 105m까지 날아올랐다가 남동쪽으로 30m 더 날아간 뒤 다시 발사대로 돌아와 ‘터치다운’에 성공했다. 이번 시험 비행은 하마터면 치즈 한 조각에 실패할 뻔했다. 학생들은 발사 전 재미로 로켓 착륙 다리에 스위스의 전통 치즈인 그뤼에르 치즈 한 조각을 매달았다. 하지만 로켓에 붙은 이 치즈 덩어리가 공기 역학에 영향을 주면서 로켓을 흔들었고 실패로 이어질 뻔했다. 학생들은 성공 직후 로켓에 달라붙어 따뜻해진 이 치즈 덩어리를 나눠 먹었다. 하지만 이 곡예 비행 덕분에 로켓 회전을 조절하는 롤(roll) 제어에서 보완할 점을 찾았다. 또 더 빠른 속도로 날 때 로켓 자세를 제어하려면 더 높은 추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알아냈다.

◇개발비 4억·6년만에 쾌거 “작은 팀 전략 먹혔다”

아리안로켓을 만드는 아리안스페이스도 당초 올해 홉 테스트를 추진했다. 하지만 기술 미비로 결국 2025년으로 시험을 미뤘다. 아리안스페이스는 ESA의 지원을 받는 테미스(THEMIS)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콜리브리보다는 더 큰 길이 28m, 지름 3.3m짜리 재사용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다. /아리안스페이스

전문가들에 따르면 로켓 홉 테스트는 재점화 테스트와 함께 이제는 재사용발사체를 개발하는 기업들에겐 표준화된 시험 방법이 됐다. 스페이스X는 팰컨9와 신형발사체 스타십을 개발하면서 여러 차례의 홉 테스트를 거쳤다. 그 과정에서 실패를 겪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아마추어에 해당하는 대학생들이 이룬 이번 성공은 꽤 인상적이다. 우주 전문가들도 콜리브리 성공을 역사적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다. 유럽에선 아직 홉 테스트에 성공한 일이 없다. 유럽우주국(ESA)과 아리안스페이스처럼 50년 가까이 우주 로켓을 개발해온 전문가 집단과 기업들도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대형 우주발사체 아리안로켓을 만드는 아리안스페이스는 당초 올해 홉 테스트를 추진했다. 하지만 준비가 부족해 결국 2025년으로 시험을 미뤘다. 아리안스페이스는 ESA의 지원을 받는 테미스(THEMIS)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콜리브리보다는 더 큰 길이 28m, 지름 3.3m짜리 재사용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다. 유럽의 우주기업 피엘디스페이스도 올해 재사용할 수 있는 준궤도로켓 미우라 1호를 개발했지만 수직으로 착륙하지 않는 방식이다.

콜리브리 로켓은 그렇다고 하루 아침에 개발된 것은 아니다. 학생들은 먼저 아산화질소와 이소프로필알코올을 사용하는 복잡한 구조의 이원액체 엔진인 F-100을 개발했다. 다음 단계로 엔진이 분사하는 가스 방향과 세기를 조절해 로켓 진행방향을 조절하는 추력벡터제어기, 정밀한 이착륙을 제어하는 컴퓨터 항전 기술을 차례로 확보했다. 모두 여러 차례 발사와 착륙 과정에서 힘과 압력을 견디도록 꼼꼼히 설계하고 테스트도 수십 번이나 받았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짧은 시간에 홉 테스트에 성공할 수 있던 비결로 작은 팀 구성을 꼽았다. 마르시아크 회장은 “처음 2년 동안은 5명으로만 운영하다가 지난해 15명으로 늘렸다”며 “팀을 소규모로 유지한 덕분에 지식이 집중되고 개발과 테스트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콜리브리 개발에는 25만 스위스프랑(약 4억원) 밖에 들지 않았다. 스페이스X를 비롯해 수많은 기업이 재사용 가능한 로켓개발에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비용이다.

◇스페이스X 중심 美 주도, 中도 “내년 발사 속도”

중국 민간기업인 랜드스페이스(LandSpace)는 지난 9월 중국 고비사막에서 내년 발사할 재사용로켓 주취-3이 10km까지 수직으로 이륙했다가 착륙하는데 성공했다. /랜드스페이스

재사용발사체의 대명사로 불리는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은 1단 부스터만 수직 착륙이 가능하다. 반면 차세대 대형 발사체인 스타십 로켓은 상단과 하단을 모두 다시 사용하는 완전 재사용발사체다. 전문가들은 스타십이 완성되면 스페이스X가 사실상 우주 물류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각국은 스페이스X보다는 늦었지만 재사용발사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홉 테스트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과 중국뿐이다. 미국은 스페이스X 외에도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립자가 설립한 블루오리진이 재사용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다. 베조스는 2011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직접 홉 테스트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중국은 재사용 우주시스템이 중국의 지구 궤도 도달과 우주개발 능력을 크게 끌어올릴 핵심으로 보고 있다. 국영기업 외에도 민간기업 7~8개가 재사용발사체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중국항공우주과학기술집단(CASC)의 자회사인 상하이 우주비행기술원은 지난 6월 중국 북서부 고비사막의 주취안 위성발사센터에서 ‘홉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 로켓은 지름 3.8m에 액체 메탄 산소 엔진 3개가 달려 있는데 6분간 이뤄진 시험비행에서 약 12km 상공에 도달한 후, 지정된 지점에 부드럽게 착륙하는데 성공했다. 중국은 이번 시험으로 수직이륙수직착륙(VTVL) 분야의 주요 기술을 검증했으며 내년에 첫 비행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CASC의 또 다른 자회사인 베이징 중국발사체기술아카데미도 재활용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다. 중국 민간기업인 랜드스페이스(LandSpace)는 지난 9월 중국 고비사막에서 내년 발사할 재사용로켓 주취-3이 10km까지 수직으로 이륙했다가 착륙하는데 성공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전했다.

◇한국도 2027~2028년 전남 고흥서 수직이착륙 첫선

한국에서도 이르면 3~4년 안에 재사용발사체의 홉 테스트가 추진된다. 한국은 스타십처럼 액체메탄과 액체산소를 연소시키는 엔진이 달린 재사용발사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내년부터 3년간 민간 기업 주도로 가장 중요한 선행 기술인 재사용발사체 엔진 기술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도록 기업들이 직접 성능을 제시하고 개발하는 경쟁형 R&D방식으로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와 별도로 누리호 후속 발사체로 재사용 발사체 기술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엔진 기술을 어느 정도 확보하는 2027년부터 재사용발사체의 정밀 착륙에 필요한 다른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2030년에는 첫 시험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박순영 우주항공청 프로그램장은 “계획이 순조롭게 추진된다면 이르면 2027~2028년이면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옆에 짓고 있는 민간발사장에서 팰컨9처럼 수직으로 이륙했다가 발사장에 착륙하는 시험 발사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2030년대 우주 물류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속도감 있게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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