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르포]"전쟁 끝낼 트럼프 선택" vs "파시스트 끔찍해 해리스"

류정민 특파원 2024. 11. 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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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주 투표소서 만난 유권자 표심…팔레스타인 출신 "제3후보에 투표"
이르면 한국시간 6일 오후 당선인 윤곽…'초박빙·우편투표'로 며칠 걸릴 수도
5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행정센터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사진 류정민 특파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제47대 미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투표가 5일(현지시간) 미 동부지역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가운데, 워싱턴DC와 접해 있는 버지니아주에서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투표가 이뤄졌다.

이날 기자가 찾은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만난 흑인 남성 유권자 제이미 브라운(60)은 "올해는 마음을 바꾸었다"면서 "(우크라이나, 중동) 전쟁에 있어서 현 바이든·해리스 행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이번 선거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차기 정부는 전쟁을 끝내는 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한다"라고 말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지지 정당을 바꿨다는 의미로 읽힌다.

반면 부인과 함께 투표를 마친 30대 남성 백인 유권자는 트럼프 후보의 재집권을 크게 우려했다.

그는 "관세를 앞세운 트럼프의 경제 공약은 앞뒤가 안 맞는다"면서 "복수하려 드는 폭군 같은, 파시스트 성향이 있는 후보가 집권하는 것은 끔찍하다"고 했다.

해리스 후보에 대해서는 "이민 문제와 여성의 생식권에 있어 트럼프와 차별화되는 후보"라고 말했다.

5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행정센터 투표소를 찾은 백인 부부. 이들은 카멀라 해리스 후보의 여성의 생식권 및 이민 문제 공약을 보고 그에게 투표했다고 밝혔다.<사진 류정민 특파원>

투표소 입구 양옆에는 민주·공화 양 당의 관계자들이 각각 천막을 치고 투표장을 찾은 유권자들에게 막판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다.

공화당 천막에는 지난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 버틀러에서 유세 도중 총격으로 오른쪽 귀 윗부분에 관통상을 입고 피를 흘리며 "싸우자"라고 외치는 트럼프 후보의 사진이 내걸렸다.

공화당원인 존슨(68)은 "나는 전직 경찰이고, 내 아들도 경찰인데, 우리에게 국경 문제는 매우 진지한 이슈"라며 "한국에서 워싱턴DC 덜레스 공항을 거쳐 입국할 때 여권을 제시하고 들어오지 않나. 그런데 그냥 (국경) 문을 열고 무분별하게 이민을 받으면 어떤 사람이 들어올지 모르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후보들은 지나치게 자유분방하고 급진적"이라면서 "트럼프에 투표하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들한테 나는 개인을 보지 말고 정책을 보라고 말한다. 조심스럽게 선거 결과를 (트럼프 당선으로) 낙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5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 투표소가 차려진 버지니아 카운티 행정센터 입구 한켠에 차려진 공화당 천막. 지난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 버틀러 유세 중 총격 사건으로 부상을 입은 채 '싸우자'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사진이 걸려 있다. <사진 류정민 기자>

민주당 당원들도 해리스 후보 및 연방 상원 및 하원, 시의원, 시장 등을 알기 쉽게 안내한 '샘플 밸럿'(Sample Ballot, 투표 안내문)을 유권자들에게 나눠주며 투표를 독려하고 있었다.

민주당 당원인 존(55)은 "(트럼프는) 분열을 일으키는 후보이자, 이민자를 환영하지 않는다"라며 "이번 선거는 권위주의자가 집권하느냐가, 모든 미국인에게 열려 있는 인물이 집권하느냐가 걸린 중요한 선거"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의 자유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후보도 해리스"라면서 "해리스의 승리를 믿지만, 너무 박빙이라 좀 초조하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도, 해리스도 아닌 제3의 후보를 찍은 유권자도 만났다.

자신을 팔레스타인 출신이라고 밝힌 올해 21세의 여성 유권자는 "녹색당 후보인 질 스타인에 투표했다"면서 "트럼프와 해리스는 미국 국익보다는 오히려 이스라엘의 국익을 최우선 순위로 하는 것 같다. 내 주변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질 스타인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유일한 후보"라며 "올바른 투표를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5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 투표소가 설치된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행정센터에서 민주당 당원 존씨가 투표 샘플을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 류정민 특파원>

스타인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1%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의 트럼프보다는 민주당의 해리스 후보의 표를 더 잠식할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여서 초박빙인 선거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버지니아주는 이날 오전 6시부터 투표소 문을 열었고, 오후 7시에 문을 닫는다.

미 대선은 50개 주와 워싱턴DC 등에 배정된 총 538명의 후보자 중 과반(270명 이상)을 차지하는 후보가 승리한다.

이르면 이날 늦은 밤이나 6일 새벽, 한국 시간으로는 6일 오후 시간대에 당선자 윤곽이 드러날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와 해리스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 초박빙 대결을 벌이고 있는 데다, 우편투표 개표에 시일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당선자를 확정 짓는 시점은 지난 대선처럼 주말쯤이 될 수도 있다.

5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유권자들이 대통령 선거 투표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4.11.05/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ryupd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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