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남기신 ‘나눔 유산’… 아들·손주와 이어갑니다[나눔 실천하는 초록빛 능력자들]
신재숙씨, 故박순례 이름으로 500만원 보내
44년 복지시설 운영했던
평생 봉사 어머니 기리려
모교 상주여중 장학금 기부
취약계층 도우셨던 뜻 이어
지역 결손가정 식사 지원도
아들 내외·손주도 후원 동참
“돌아가신 어머니는 노인 복지시설을 44년간 운영하며 평생 나눔 정신을 실천하셨어요. 특히 어머니는 본인이 졸업한 상주여중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계셨는데, 어머니를 추모하기 위한 후원금이 모교 인재양성 장학금으로 쓰인 걸 아시면 무척 행복해하실 겁니다.”
경북 상주시에 거주하는 신재숙(68) 씨는 지난해 3월 14일 어머니 박순례 씨를 잃었다. 어려운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걸 일상의 기쁨으로 여겼던 어머니의 나눔 정신을 잇고자 신 씨는 ‘고 박순례’ 이름으로 초록우산에 500만 원을 추모 기부했다. 기부금은 박 씨의 모교인 상주여중 재학생 5명을 위한 인재양성 장학금으로 쓰인다. 박 씨는 생전 본인이 1회 졸업생인 상주여중 장학사업을 계획했었다. 하지만, 4년 전 낙상사고를 당하고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등 건강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신 씨는 “어머니는 생전 늘 ‘가진 게 많지 않아도 주위에 베풀며 살라’고 당부하셨는데, 이번 장학금 기부를 통해 그 뜻이 이어진 것 같다”면서도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어머니와 함께 장학사업을 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신 씨는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생전 모교 후원활동을 활발히 하며 청소년 학업 지원에 열과 성을 다했다고 기억한다. 박 씨는 길에서 만난 중학교 후배들에게 용돈을 챙겨주고, 22년간 총동창회 회장을 맡아 꾸준히 모교 사랑을 실천해왔다. 신 씨는 “어머니는 300만 원을 들여 상주여중에 신사임당 동상을 익명으로 기부하는 등 티 내지 않는 기부활동을 해오셨다”며 “가끔 어머니가 보고 싶을 때 학교에 동상을 보러 가는데, 묵묵히 이웃들을 도우며 사신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고 했다.
또, 신 씨는 어머니가 노인 복지에 사명감을 가지고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던 ‘신여성’이었다고 회고했다. 어르신들을 위한 놀이터인 ‘상록수’라는 이름의 노인회관을 운영했던 박 씨는 어르신들의 고민 상담사를 자처하고, 경제적 독립을 지원하기 위해 ‘1인 1통장 만들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노인회관은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렸지만, 박 씨는 ‘마음의 풍족함’을 벗 삼아 적자투성이인 노인 복지사업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갔다. 또 박 씨는 주변에 당장 밥 해먹을 돈이 없어 쌀을 얻으러 오는 이웃들에게는 집 안 쌀독 항아리를 털어 쌀을 가득 퍼주곤 했다. 신 씨는 “지금까지도 어머니를 기억하는 지역 어르신들이 찾아와서 안부를 묻곤 하신다”며 “어려운 이웃에게 쌀 한 톨이라도 나눠주고, 사회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 먼저 손을 내밀던 어머니의 혼은 살아있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신 씨는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지역 내 취약아동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2013년 초록우산 경북 상주후원 지부 개설을 주도했다. 10여 년에 걸친 후원활동을 통해 신 씨는 지역 취약계층 아동의 맞춤형 학습 지원, 방학 및 명절 기간에 음식 지원 등을 도맡아 했다. 지난해 추석에는 조부모와 함께 사는 한 아이가 명절에 제대로 끼니를 챙겨 먹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박 씨의 제사상에 올린 차례 음식을 챙겨 결손가정 아동 식사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또, 신 씨는 지난 10년간 지역 내에서 치러진 축제에서 초록우산 부스를 차리고 주민들에게 전통차를 대접하는 등 후원활동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신 씨의 아들 내외와 6살 손주도 초록우산 정기 후원을 통해 4대째 나눔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신 씨는 손주가 태어나자마자 아이 이름으로 초록우산 정기 후원을 시작하며 ‘베풂의 씨앗’을 키워 나가는 중이다.
신 씨의 다음 나눔 목표는 지역 아동들을 위한 쉼터를 만드는 것이다. 어머니 박 씨가 ‘노인들을 위한 놀이터’를 만들었다면, 신 씨는 ‘어린이들을 위한 쉴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 그는 “청소년아카데미 운영위원 봉사를 하던 중 맞벌이 부모를 두고 있는 아동들이 방과 후 제대로 쉴 공간이 없어 방황하는 걸 알게 됐다”며 “지난해 카페를 차렸는데, 이 공간을 아동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쉼터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끝으로 그는 “어머니가 남겨 주신 나눔 DNA를 소중히 간직하며, 나 역시 죽는 날까지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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