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발 전기 전쟁에…최종병기 쥔 스웨덴 기업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김리안 2024. 11. 6.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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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비아스 한손 히타치에너지 스웨덴 지사장이 지난 8월 27일 루드비카에 위치한 히타치에너지 건물에서 초고압직류송전케이블(HVDC) 시장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리안 기자

21세기 각종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때아닌 전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이 몰고 온 전력 수요 폭증 때문이다. 난방 및 운송은 물론 중공업 분야에서 전기화 혁신이 빠르게 이뤄지는 것도 전기 소비를 대폭 늘리고 있다. 전기를 실어나르는 전력망의 확충은 각국의 첨단 산업의 명운을 가르는 이슈가 됐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서북부 방향으로 220㎞ 떨어진 루드비카는 이 '운명의 키'를 쥔 기업이 태동한 곳이다. 바로 초고압직류송전케이블(HVDC) 기술의 선구자 히타치에너지다. 2020년 일본 히타치에 의해 인수된 뒤 히타치에너지가 된 스웨덴 ABB는 1954년 루드비카 공장에서 세계 최초의 HVDC 상업화에 성공했다. 당시 ABB가 개발한 HVDC는 스웨덴 동남부의 고틀랜드 섬과 본토를 연결했다. 

통상 100킬로볼트(kV) 이상일 때 고전압으로 분류된다. 전압이 높을수록 더 적은 전류로 동일한 전력량을 전송하기 때문에 HVDC는 많은 양의 전력을 장거리에도 손실 없이 공급할 수 있다. 낮밤, 풍력 등에 따라 공급량이 들쑥날쑥한 재생에너지 전기로 인해 불안정해지는 전력 전송 시스템을 안정화시킨다는 장점도 있다.

토마스 크리센 히타치에너지 HVDC 부문 매니저는 “에너지 전환 시대에 HVDC는 없어선 안되는 존재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HVDC는 컨버터를 구성하는 반도체 종류에 따라 전류형 또는 전압형으로 구분된다. 히타치에너지는 1999년에는 전압형 HVDC(HVDC 라이트)도 사상 처음으로 상업화했다. 전압형은 전류형보다 설치 면적이 작고 양방향으로 전력 전송이 가능하다. 

토비아스 한손 히타치에너지 스웨덴 사장(사진)은 “2020년 생산된 전력의 80%(글로벌 기준)가 화석연료를 발전원으로 했지만, 2050년이면 80%가 비(非)화석연료 발전원에서 나올 것”이라며 “급성장하는 시장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양의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HVDC는 특히 신재생에너지에 앞장서고 있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당장 스웨덴에서도 추가적인 HVDC의 필요성이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스웨덴 북부는 수력 및 풍력 발전소에서 76테라와트시(TWh)의 전력을 생산했지만, 소비는 33TWh에 불과했다. 전기가 모자란 남부 지역으로의 전력 전송이 원활하지 않은 탓에 43TWh의 잉여 전력은 체증에 시달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브레이니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HVDC 시장 규모는 지난해 141억1000만달러(약 19조원)에서 2033년 209억6000만달러(약 28조60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손 사장은 “주문 백로그는 2020년 이후 3배 이상 늘어 300억 달러에 이른다”며 “지난 3년 사이에 직원 수(스웨덴 기준)가 4000명에서 6000명으로 늘었는데, 2027년까지 2000명을 더 고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히타치에너지는 현재 스웨덴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사진=REUTERS

전력망 장비들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면서 변압기 공급 경색을 우려하는 분석도 내놨다. 히타치에너지의 안드레아스 시어렌벡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AI 데이터센터 열풍으로 변압기 제조사들이 생산량을 충분히 빠르게 늘리지 못하고 있다"며 "모든 제조사가 수요에 압도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히타치에너지에 따르면 변압기는 통상 6~8개월 이내에 구할 수 있는 제품이었지만, 최근엔 3~4년까지 대기해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수석 공급망 연구 분석가 에드바르 크리스토퍼슨은 "변압기 산업이 전례 없는 부담을 겪고 있다"며 "2019년 이후 가격이 40% 상승했고 공급 부족은 최소한 2026년 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480억달러 가량인 변압기 시장 규모는 2030년이면 6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시어렌벡 CEO는 "(지금 변압기 제조 설비 투자를 늘리더라도) 산업이 과잉 생산에 빠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중국 경쟁업체들이 위협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공장을 짓는 데 통상 4년이 걸린다"며 "중국은 자국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자체 용도로 생산하고 있어 (아직) 수출을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년 KPF 디플로마 기후변화대응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보도됐습니다.
 
루드비카=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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