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아름다운 공포를 담은 건축

2024. 11.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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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건축학과 교수

충청남도 서산시에는 백제 말기 의자왕대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져 내려오는 개심사가 있는데, 개심사의 대웅전은 예산 수덕사의 대웅전와 함께 대표적인 충남의 전통건축으로 알려져 있다. 수덕사 대웅전이 백제 건축의 옛 모습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필자의 지난 칼럼에서 '검이불루 화이불치'라는 개념을 통하여 설명한 바가 있다.

개심사 대웅전은 고려 말기 건축물인 수덕사 대웅전에 이어 조선 초기에 건립된 불교 건축물이다. 일반적으로 대표적인 조선 초기 전통 건축물은 1398년에 창건된 서울 숭례문이었으나, 2008년 화재로 소실되어 현재는 안동 봉정사 대웅전과 함께 개심사 대웅전이 조선 초기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인식되고 있다.

조선시대 건축은 전통건축에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구조부재인 공포를 중심으로 설명할 수 있다. 공포는 전통건축에서 기둥 상부에 놓인 부재로, 지붕의 무게를 기둥으로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한국전통건축의 특징에 대하여 논할 때면 건축학도들은 건축 부재인 공포를 두렵고 무서운 공포(恐怖)처럼 여기어 어려워하곤 하였다. 이는 시대구분을 위하여 공포의 다양한 분류체계를 이해하여야 하고, 동시에 공포 자체의 복잡한 구조와 명칭으로 인한 혼란의 결과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공포가 만들어진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인간은 비·눈·햇빛·추위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건축물을 만들었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사용자의 지위와 건물의 기능에 따라 규모가 크고 높은 건축물을 원하게 되었다. 그러나 건물이 크고 높아짐에 따라 지붕 또한 커지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지붕이 커지면 지붕 끝 부위가 건물의 벽으로부터 멀어지게 되어, 지붕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지붕 끝이 무너지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길어진 지붕 끝을 지탱하는 부재가 필요하게 되었고, 이러한 이유로 공포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공포는 건물 규모에 따라 기둥 상부에서 지붕 쪽으로 여러 단으로 된 십자모양의 복잡한 모습을 가지게 되어, 전통건축이 어렵다는 오해가 생기게 된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공포는 주두·첨차·소로의 3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예전 할머니와 어머니가 무거운 짐을 지고 가실 때 본인보다 큰 짐을 지실 경우에는 머리에 이고 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무거운 짐이 머리 위에 있고 양손은 짐 측면을 붙잡아 짐이 돌거나 내려가는 것을 막는다. 이러한 모습이 바로 공포의 원리와 같다. 무거운 짐이 지붕이면, 머리가 주두이고, 팔은 첨차, 손은 소로, 몸은 기둥이라 생각하면 된다.

개심사 대웅전은 공포가 기둥 상부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기둥과 기둥 사이에도 존재하는 소위 다포계 건축물이다. 기둥 위에만 공포가 있는 구조는 주심포계라 부르며 수덕사 대웅전이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개심사 대웅전은 공포의 전면 끝이 마치 고개를 아래로 숙인 모습으로 되어 있어 전형적인 조선 초기의 모습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다. 그리고 내부는 조선시대 이전에 유행하였던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고려시대에서 조선시대로 이어지는 전통건축의 변화 모습을 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건축물이다. 더욱이 마당을 중심으로 대웅전과 누각, 요사채, 심검당이 북남동서로 에워싼 모습은 조선 후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시간의 흐름 속에 사찰이 변화하는 모습을 한 곳에서 경험할 수 있다.

개심사로 가기 위해서는 제법 오르막으로 된 산길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힘들게 올라가면 확 트인 공간에 연못과 누각이 사찰의 진입을 말해주는데, 누각과 요사채 사이로 진입하게 되면 건물로 둘러싸인 육면체의 3차원 마당이 산사의 아늑한 공간을 제공하여 준다. 여기에 아름다운 조선 초기 공포를 대표하는 전통건축의 백미를 체험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가을 답사를 제안해 본다. 김상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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