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한 채'만 올랐다…양극화 부르는 대출 규제[아기곰의 부동산산책]

2024. 11. 6. 06:5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부동산 기사에 붙는 댓글 중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는 내용이 많다. 기대하던 집값 하락 대신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라서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날아가 버렸다는 하소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통계는 이와는 전혀 다르게 나오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현 정부가 출범한 2022년 5월부터 올해 10월까지 2년 5개월 동안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11.0% 내렸다. 



아직 윤석열 정부의 임기가 절반이나 남았지만 임기 후반부에 다소의 반등이 있더라도 (현재의 하락폭을 만화해야 하기 때문에) 아파트 값이 크게 올랐던 문재인 정부(38.3%)나 노무현 정부(33.8%)는 물론 아파트 값이 적게 올랐던 이명박 정부(15.9%)나 박근혜 정부(9.9%)의 수준을 넘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하락폭은 지역을 가리지 않았다.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이 12.5% 하락했으며 지방 소재 5개 광역시(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도 13.1%나 내렸다. 그나마 기타 지방(강원, 충청, 전라, 경상, 제주, 세종)이 6.2% 하락으로 선방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정부에서는 대출 규제라는 칼날을 꺼내 들었을까? 최근 5개월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반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 출범 후 현재까지 2년 5개월 동안 12.4%가 하락했다고 하지만 시기별로 나누어 보면 초기 2년간만 13.5%나 하락한 것이지 최근 5개월은 1.3%나 상승했다. 

그런데 수도권 주택 시장이 반등에 성공한 것은 맞지만 상승률은 1.3%에 불과하다. 연간 상승률로 환산해도 3.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평균 상승률 4.6%는 물론 지난 20년간 평균 상승률 3.7%에도 미치지 않는다. 통계로만 보면 정부의 반응이 너무 과해 보이기까지 한다. 또 일부 사람들의 집값이 너무 오르고 있다는 지적이 과장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통계의 착시 현상이다. 통계상으로 현 정부 들어서 집값이 11.0% 하락한 것은 맞지만 모든 집값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 

  

위 표는 문재인 정부 출범일인 2017년 5월의 집값을 100으로 놓았을 때 현재 집값 수준을 나타내는 표이다. 그중 파란색 선이 전국 아파트 지수이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역사상 우리나라 아파트 값이 가장 비쌌을 때는 2022년 6월로서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와 비교하면 38.4%나 올랐다. 그후 올해 10월까지 11.0%나 하락한 것이다. 이 데이터만 놓고 보면 지금도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왜 정부에서는 대출 규제를 할까? 더 나아가 왜 사람들은 정부에서 집값을 잡지 못했다고 비난을 할까? 

 선도아파트50, 올해 10월 최고점 돌파

언론에 가장 많이 인용이 되고 사람들의 관심이 많은 단지, 소위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아파트들은 하락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크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위 표에서 빨간색으로 표시된 것이 ‘선도아파트 50’이라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 시세총액 상위 50개 단지를 말한다. ‘시세총액’이란 주식시장에서 말하는 시가총액과 비슷한 개념이다. 다시 말해 그 단지에 있는 아파트를 모두 팔 때의 가치를 나열하여 전국에서 가장 비싼 50개 단지를 말한다. 여기에 속하려면 단지의 규모도 커야 하지만 집값도 비싸야 한다. 

이런 선도아파트 50 기준으로 보았을 때 올해 10월에 역사상 최고점을 돌파하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일을 100으로 보았을 때 208.3이나 된다. 7년 5개월 동안 108.3%나 아파트 값이 올랐다는 뜻이다. 

일반 아파트가 (집값이 가장 비쌌던) 2022년 6월 대비하여 11.0%나 하락한 것에 반해 선도아파트 50의 경우는 전고점을 돌파하여 1.0% 상승을 기록 중이다. 더구나 단기 바닥을 찍었던 2023년 4월을 기준으로 보면 일반 아파트 값이 1.9% 하락하는 동안 선도아파트 50의 경우는 1년 반 동안 무려 15.2%나 상승했다. 

특히 최근 몇 달간의 상승세는 2020~2021년의 상승세를 연상할 만큼 가팔랐다. 이러니 이에 놀란 정부에서는 서둘러 대출 규제에 나서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일반 아파트의 경우 전고점을 회복하기도 요원할 정도로 주택 시장의 회복세가 부진하지만 소위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선도 단지들의 반등세가 가파른 것이다.

 선도아파트 50개 모두 서울에

그러면 이런 50개 선도아파트의 특징은 무엇일까? 
첫째, 50개 단지 모두 서울에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부산의 화명롯데캐슬카이저와 같은 단지도 5239세대라는 규모를 앞세워 선도아파트 50에 포함되었으나 지방 아파트 약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상위 50위에서 탈락하였고 그 자리를 모두 서울에 있는 단지들이 차지하게 되었다.

선도아파트 50이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는 지역은 역시 강남3구이다. 강남구는 은마아파트를 포함하여 총 13개 단지가 있으며 송파구에도 헬리오시티를 포함하여 12개 단지가 있다. 서초구에는 반포자이를 포함한 7개 단지가 있다. 강남3구에만 32개 단지가 분포되어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양천구에도 목동14단지를 포함한 6개 단지가 있으며 강동구에도 고덕 그라시움을 포함한 4개 단지가 있다. 영등포구의 여의도 시범아파트까지 포함하면 총 43개 아파트가 서울의 한강 이남 지역에 분포한 것이다. 

이에 반해 서울이라도 강북 지역에는 7개 단지만이 있다. 용산구가 신동아 아파트를 포함하여 3개 단지가 있고, 마포구에는 마포 래미안푸르지오를 포함한 2개 단지가 있다. 그 밖에 중구(남산타운)와 서대문구(DMC파크뷰자이)가 50개 선도아파트에 포함된다. 

결국 50개 선도아파트는 서울 그것도 한강 이남 지역에 주로 분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0개 선도아파트의 두 번째 특징은 의외로 새 아파트가 적다는 점이다. 입주한 지 5년이 되지 않은 신축 단지는 디에치자이개포 아파트를 포함하여 4개에 불과하고 입주한지 5~10년 정도되는 준신축의 경우도 헬리오시티를 포함하여 7개에 불과하다. 

50개 선도아파트의 22%라 할 수 있는 11개 단지만이 새 아파트(신축 및 준신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전체 아파트에서 새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28.6%인 것을 감안하면 상위 50개 아파트에서 새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훨씬 낮음을 알 수 있다. 

대신에 은마아파트와 같이 준공한 지 30년이 지나 재건축 대상이 되는 단지가 절반에 가까운 24개 단지나 된다(48%). 특히 이들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강남3구와 양천구 4개 지역에 21개나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아파트에서 30년이 넘는 낡은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16.9%밖에 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선도아파트에서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큰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강남3구 중심으로 대단지들이 아직도 재건축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얼죽신’ 열풍 속에서도 이들 ‘낡았지만 입지가 좋은 아파트’의 집값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규제 지역의 초고가 아파트 단지의 경우 원래 대출이 거의 나오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디딤돌 대출 축소 등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출 규제는 이들 지역에 타격을 주기보다는 서민이 주로 거주하는 중저가 지역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양극화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