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운영 속 위법의 연속'... 축협, '나쁜짓' 많이도 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한국 축구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이들의 귀를 막고 회장 중심의 제왕적 운영으로 이뤄졌던 대한축구협회가 벌인 짓들은 하나하나 충격적이었다. '참 나쁜 짓 많이도 했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5일 오후 1시30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축구협회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7월29일부터 국가대표 감독 선임 등을 두고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감사를 시작한 문체부는 10월 초 중간 브리핑에 이어 이날 최종 브리핑을 통해 그간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10월 발표된 중간 브리핑에서 문체부는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위르겐 클린스만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규정을 어겼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최종 감사결과 브리핑에 나선 문체부의 최현준 감사관은 "정몽규 회장 포함 16명 임직원에 대한 문책을 요구했다. 총 27건의 위법-부당한 사안이 발견돼 개선 통보했다"고 알렸다.
위르겐 클린스만-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에 관련해서 "클린스만 감독은 축구협회가 전강위를 무력화시키고 권한 없는 회장이 면접을 봤다"며 "홍명보 감독의 경우 권한 없는 이사가 면접을 했다. 이사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했다. 축구협회는 허위의 반박 자료로 국민들을 기만했다"고 했다.
이에 "회장, 상근부회장, 총괄이사 등에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고 알렸다.
또한 "천안축구센터 건립 관련해서 문체부 장관의 사전 승인 없이 615억원의 대출을 약정했다. 여기에 사무공간을 배치하지 않는다는 허위 보고로 56억원의 보조금을 문체부로부터 수령했다. 이에 대하여 거짓으로 신청하여 교부받은 보조금을 일부 혹은 전부를 환수하겠다. 5배 환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2023년 3월 승부조작범을 포함한 100여명을 사면처리한 것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승부조작 등은 사면이 불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체육회와 각 협회 규정이 상이할 경우 체육회 따라야하는데 이를 따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2013년 대한축구협회 제 52대 회장으로 취임한 정몽규 회장은 재선, 3선을 거쳐 12년 째 축협의 우두머리로 군림하고 있다. 그는 이전 프로축구연맹 총재로 있으면서 좋은 평가를 받은 데 이어, 축협 회장 부임 첫해인 2013년에 FIFA U-20 월드컵을 유치하는 등 성과를 냈기에 축구 행정가로서 나쁘지 않은 길을 걷는 듯했다.
하지만 '절대 권력은 부패한다'고 했던가. 정 회장의 임기가 길어짐에 따라, 축협은 회장 중심의 '제왕적 운영'으로 굴러가게 됐다. 이것이 대중 앞에 제대로 모습을 드러낸 시기는 2023년 3월이었다.
축협은 2023년 3월28일 우루과이와 평가전 직전에 승부조작범 48명을 포함해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을 사면한다고 발표했다. 심지어 정 회장이 프로축구연맹 총재로 있을 때 승부조작범들에게 직접 징계를 내렸는데, 본인 손으로 자신의 결정을 뒤집으려한 것.
이후 여론의 반대에 부딪친 축협이 사면을 철회하고 사과문을 발표하긴 했지만, 이 사건을 통해 정 회장 체제의 어두운 면은 제대로 드러났다. 축협 이사회에 참석했던 다수의 당시 증언에 따르면, 정 회장이 정해진 안건에 대해 말하면 나머지 참석자들은 동의를 위한 거수만 한다는 것이 이사회 분위기였다. 안건의 타당성을 물으면 '눈치주기'가 계속되다보니, 결국 정 회장의 눈에 들려는 이들만 이사회에 참석해 손을 드는 회의만 반복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축협은 이러한 문제에도 바뀔 생각은커녕, 이후 감독 선임 과정에서의 오류,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 건설 과정에서의 허위 보고 등 정직하지 못한 행위를 계속해왔다.
결국 이날 문체부 최종감사 브리핑에서 축협의 악행이 끊임없이 나왔다. 축협이 그동안의 제왕적 운영을 통해 상식에서 벗어난 짓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알 수 있는 충격적인 순간이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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