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스스로 책임지지 않은 이태원 참사 2주기 [프리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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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메모장에서, 우연히 2년 전 이맘때 써둔 취재 메모들이 눈에 들어왔다.
"와서 보니까 딱 알겠어요. 이건 인재예요. 어른들이 너무 나쁜 거 아닌가요?" 취재를 하기 위해 하루 종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을 서성이던 2022년 11월17일, 참사가 일어난 그 골목에서 만난 추모객이 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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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메모장에서, 우연히 2년 전 이맘때 써둔 취재 메모들이 눈에 들어왔다. “와서 보니까 딱 알겠어요. 이건 인재예요. 어른들이 너무 나쁜 거 아닌가요?” 취재를 하기 위해 하루 종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을 서성이던 2022년 11월17일, 참사가 일어난 그 골목에서 만난 추모객이 한 말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 그 ‘나쁜’ 어른들은 대부분 책임을 지지 않았다.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고 말했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 최장수 장관 중 한 명으로 2022년 5월부터 현재까지 장관직을 맡고 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지난 9월30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구체적인 주의의무를 부여한 법 규정이 없기 때문에, 조치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역시 10월17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참사를 막지 못한 책임으로 처벌받은 이들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을 비롯한 일선 경찰들뿐이었다.
법원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섣불리 말하려는 게 아니다. 재판부가 그러한 판단을 내린 데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으리라 믿는다. 다만 그 누구도 절대 스스로는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꽤 절망스럽다. 판결을 종합해보면 앞으로 한국의 공직자는 법률에 자신의 의무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은 한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처벌을 피하기 위해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라고 무능을 강변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좌절감이 더욱 깊어진다.
2022년 12월12일, 한 이태원 참사 유족을 인터뷰하며 써 내려간 메모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사람들이 우리에게 ‘세월호처럼 되지 말라’고 말하는데, 그 말이 꼭 예고처럼 들렸어요. 너네도 세월호 유족처럼 오랫동안 싸워야 할 거라고. 물론 저도 이 입장이 아니었으면 모르고 살았을 수도 있죠. 그런데 이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요. 우리한텐 조언이 필요한 게 아니에요. 기꺼이 손을 잡아주는 게 필요할 뿐이죠.”
주하은 기자 ki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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