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은 공익신고자 “명태균 게이트, 고발사주가 예고편”

이춘재 기자 2024. 11. 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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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
명,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 보고”
고발사주 때도 대검 여론조사 보고 받아
고발장 ‘피해자’ 윤통 부부·한동훈이 배후
검찰, ‘배후’는 감추고 김웅은 무혐의
‘명 게이트’ 배후 숨지 못하게
거대 야당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야
공익제보자 조성은씨가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고발사주’ 공익신고자 조성은 올마이티미디어 대표에겐 지금 윤석열 정권을 뒤흔드는 ‘명태균 게이트’가 전혀 낯설지 않다. 명씨의 입을 통해 제기된 윤 대통령 부부의 비위 의혹을 보면, 기시감이 들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2020년 4·15 총선을 겨냥했던 고발사주 사건이 ‘명태균 게이트’의 예고편이었다고 본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검 참모들이 여권 인사와 기자 고발을 야당(국민의힘)에 사주한 것도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정치공작이었다. 그의 공익신고로 수사가 시작된 이 사건은 고발장을 김웅 전 의원에게 전달한 손준성 검사장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의해 기소됐을 뿐(1심 징역 1년) 공범인 김 전 의원과 배후로 의심되는 윤 대통령, 김건희 여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무사하다. 윤 대통령과 한배를 탄 검찰의 직무유기 탓이다. 조 대표는 “이번 사건도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의원, 그리고 제보자인 강혜경씨만 기소되는 선에서 끝나선 안 된다. 배후 세력에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끝까지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최근 고발사주 제보 과정에서 겪은 경험담 등을 기록한 ‘정치검사, 누가 고발사주를 덮었나’를 출간했다. 지난달 25일 한겨레 사옥에서 만나 인터뷰를 했던 그는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육성이 공개된 후 전화 인터뷰를 자청했다. 자기가 겪었던 것처럼 온갖 음해와 협박에 시달리고 있을 강씨에게 “용기를 내시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고발사주가 명태균 게이트의 예고편이었다고 보나?

“그렇다. 윤 대통령 부부의 여론조사에 대한 집착이 단적인 예다. 고발사주 사건에서도 당시 윤 총장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수집한 ‘공천 현황’과 ‘후보 등록 현황’ ‘여론조사 반영 후보 등록 현황’ 등을 보고받았다. 대검은 심지어 2016년 20대 총선, 17대 대선(2007년), 18대 대선(2012년) 개표 현황 등도 수집했다. 2018년 당시 문무일 총장은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을 수사정보정책관실로 개편하면서 각계 동향 정보 수집을 금지했다. 그런데 윤석열 검찰은 왜 총선 후보 여론조사에 관심을 가졌을까.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목적 아닌가. 검찰은 지금까지도 정치권 동향 정보 등을 수집한 사실을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손준성 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내가 고발장을 검찰에 접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1심 재판부도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서 다른 판단을 하고 있지 않을까.”

―고발사주를 ‘70년 역사의 검찰을 가장 치욕스럽게 만든 사건’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윤석열 정권’의 예고편이었다. 윤 대통령의 지난 임기 2년여 동안 벌어진 여러 기괴한 사건들을 예고한 것이다. 내가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한테 전달받은 고발장에서 가장 처음 눈에 마주친 문장이 ‘김건희는 절대 주가조작을 한 적이 없었다’였다. 전혁수 기자(당시 ‘뉴스버스’ 소속 기자로 이 사건을 처음 보도했다)와 통화하다가 고발장 사진을 대충 훑어보려고 클릭했을 때, 그 대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당시만 해도 ‘검찰의 총선 개입’ 사건이라고 어렴풋이 생각했지, 이게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검찰의 정치공작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김건희 여사는 당시 검찰총장 부인이었을 뿐인데, 검사(손준성)가 건넨 고발장에 총장 부인 관련 내용이 상세히 서술돼 있었던 거다. 게다가 ‘장모 최은순은 사기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내용도 있었다. 현 정권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 고발장에 담겨 있었다.”

―김건희 여사가 현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을 예고한 것인가?

“처음에는 검찰이 ‘검·언 유착’ 의혹(‘채널에이 사건’)을 수습하려고 고발장을 쓴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난데없이 김건희 주가조작 관련 대목이 나오니까 ‘아, 이거 뭔가 있구나, 검찰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위해 뭔가 꾸몄던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를 무혐의 처분한 것이 바로 고발장에 씌어있는 대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때 이미 무혐의 결론을 내려놓고 4년이 지난 지금 그대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이 고발장을 나한테 들키지 않았다면 더 빨리 무혐의 처리하지 않았을까.”

―또 무엇이 있나?

“현 정권의 비뚤어진 언론관이다. 고발장에 윤 총장에게 비판적인 언론을 ‘어용 언론’, ‘좌파 언론’이라는 식으로 표현한 대목이 있다. 채널에이 사건을 보도한 엠비시(MBC)와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를 비롯해 윤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언론을 악마화했다. 김웅 전 의원도 나와 통화할 때 ‘엠비시가 총선(2020년 4·15 총선)에 개입하려고 한다’면서 ‘검·언 유착’이 아니라 ‘권·언 유착’이 맞다고 하더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언론탄압도 고발사주 사건에서 이미 예고됐던 것 같다.”

“이번에 검찰이 김 여사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하면서 거짓 브리핑을 한 것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고발사주 사건에서 김웅 전 의원을 무혐의 처리할 때도 거짓말을 했다(당시 손준성 검사는 공수처 수사 대상이었으나, 김웅 전 의원은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전 민간인 신분이라 검찰에서 수사했다). 검찰은 제보자인 내가 진술을 여러 차례 번복했다면서 무혐의 처분 사유 중 하나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나는 진술을 번복한 사실이 전혀 없다. 수사 책임자인 서울중앙지검 이희동 부장검사한테 항의하는 카톡 메시지를 보냈더니 답을 못 하더라. 최근 검찰이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으로 김 여사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적도 없으면서 법원이 영장을 기각해 수사를 제대로 못 한 것처럼 거짓말을 한 것과 똑같다. 이뿐만 아니다. 검찰은 내 휴대전화를 포렌식 한 검찰 수사관이 ‘손준성과 김웅 사이에 제3자가 개입했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낸 것처럼 보고서를 작성해 김웅에 대한 무혐의 처분 사유로 제시했다. 하지만 막상 손준성 검사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그 수사관은 그런 의견을 말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이 보고서를 작성한 이희동 검사는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공수처에 고발된 상태다). 검찰은 자기들 목적을 위해 거짓말도 버젓이 하는 조직이다.”

―고발사주 공익제보자라는 사실을 공개한 뒤 보수언론의 공격을 많이 받았다.

“보수언론은 나에 대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캠프에서 정치 활동을 시작했고, (고발사주 제보)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윤석열을 지지했다’며 마치 철새 정치인인 것처럼 보도했다(해당 기사는 조씨 아버지가 2004년 열린우리당 공천을 받아 경북에서 총선에 출마한 경력까지 소개했다). 알고 지낸 한 기자는 ‘데스크가 너의 남자관계 등 다 뒤지라고 한다’고 털어놓더라. 당시 법무부가 윤 총장을 징계하면서 작성한 징계결정문이 이 사건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그래서 그걸 어떤 기자한테 받아 소셜미디어에 올렸더니, 한 기자가 대뜸 전화를 걸어와 ‘법무부에서 받았나. 그랬다면 범죄다’라고 하더라. 공무상비밀누설죄라는 투였다. 그 자료는 윤 총장이 제기한 징계무효 소송 재판에 제출된 자료였다(법정에서 공개된 자료는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 실제 한 보수단체가 나를 고발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내게 공무상비밀누설 ‘방조’ 혐의가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재판에 제출된 자료라 공무상 비밀도 아니고, 나는 공무원도 아니다. 내가 방조범이라면 공무상 비밀 누설의 본범은 누구냐’라고 물었다. 결국 무혐의 처분됐다.”

(‘정치검사’를 함께 쓴 전혁수 기자는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고발사건 보도 중 가장 어려웠던 지점은 노골적으로 윤석열을 지지하는 일부 언론의 흠집내기였다. (중략) 이 신문(중앙일보)은 텔레그램 조작설의 군불을 지폈다. 흥미로운 점은 중앙일보의 이러한 주장은 열흘도 채 되지 않아 계열사인 제이티비시에 의해 허위로 판명됐다는 점이다. (중략) 조선일보는 조성은의 신상을 터는 메신저 공격을 주로 했는데, 그 신호탄이 바로 공익신고자 자격 시비였다. 윤석열 쪽에 우호적인 일부 법조인들까지 논란에 가세해 조성은의 공익신고자 지위를 문제 삼고 나섰다.”)

―그들이 왜 그랬다고 생각하나?

“어떤 기자는 나한테 ‘검찰에서 그런 고발장을 만들 리 없다. 내가 손준성, 김웅을 잘 아는데, 그런 짓을 할 검사들이 아니다’라고 마치 두 사람의 변호사처럼 얘기했다. 더 황당한 건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기자들이 꽤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공통점이 뭔지 아나. 검찰 출입 경력이 있는 기자들이었다. 권력을 감시해야 하는 기자들이 왜 그렇게 됐을까. 아마 언론사에 갓 입사한 20~30대 주니어 때부터 (자기보다 나이 많은) 40~50대 검찰 간부를 주로 상대하면서 검찰 논리에 길들여진 것 같다. 엘리트로 통하는 검사, 그것도 검찰 간부를 상대하다보니 젊은 기자들이 쉽게 검찰에 동화된 게 아닐까.”

―책에 ‘남은 자와 사라진 자’라는 표현이 있다. 사라진 자는 누구인가?

“윤 대통령 부부와 한동훈 대표다. 내가 손 검사 재판에 증인으로 나가서 한 말이 ‘피고인(손준성) 혼자 여기에 있어야 할 사건은 아닌 것 같다’였다. 김웅은 나한테 고발장을 주면서 ‘중앙지검은 위험하니까 남부지검으로 가래요’라며 다른 사람 말을 전하듯 말했다. 어느 검찰청에 사건을 보낼지를 결정하는 최종 권한은 검찰총장에게 있는 거 아닌가. 처음에는 고발사주를 ‘설마 윤 총장이 했을까’ 싶었는데, 지금 보면 윤 대통령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이 사건의 얼개를 잘 살펴보면 진짜 범인이 누군지 확실해진다. 뉴스타파가 김건희 주가 조작 의혹(2020년 2월17일)을 보도하자, 검찰은 여권 인사들이 이 사건을 확산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유시민 등을 겨냥한 ‘공작’을 준비한다. 친문 인사들의 비리를 수사해 ‘되치기’를 하겠다는 의도였다. 이것이 ‘검·언 유착’ 사건이다. 그런데 엠비시가 이 내용을 제보받아서 2020년 3월31일~4월1일 보도하는 바람에 검찰의 계획이 틀어졌다. 그러자 검찰은 야당(국민의힘)에 뉴스타파와 엠비시 기자들, 최강욱 전 의원 등 친문 인사들을 고발하라고 사주한다. 그러면 이 고발에 따라 이익을 받는 쪽은 누군가. 고발장에 피해자로 적시된 윤 대통령 부부와 한동훈밖에 없다. 손준성은 이 고발로 얻는 이익이 없다.”

―검찰이 배후를 덮은 건가.

“내가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을 때 검사한테 ‘검사님도 이런 짓을 하세요?’라고 물었더니, 자기는 안 한다고 하더라. 자기들도 불법인 줄 뻔히 알고 있다는 얘기 아닌가. 그러면서 나한테 ‘손준성 핸드폰 안 열릴 텐데요’ 이러는 거다. 검찰이 처음부터 수사할 의지가 없었던 거다. 그 핸드폰을 포렌식 해야 증거가 나올텐데, 아예 열 생각을 안 했던 거다. 돌이켜보면 한동훈 대표가 채널에이 사건으로 수사받을 때 아이폰을 털리지 않으려고 애쓴 것도 그 안에 고발장이 있어서 그랬던 게 아닌가 싶다. 솔직히 채널에이 사건 터졌을 때 ‘검사랑 기자랑 그 정도 대화할 수 있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한동훈·손준성·권순정(당시 대검 대변인)이 참여한 단톡방이 있고, 거기에서 서로 사진 올리고, 메시지 주고받고, 또 한동훈과 김건희도 무려 수백건의 메시지를 주고받고, 이런 증거들을 보니까 고발사주랑 연결된 뭔가가 있다는 의심이 든다. 피고인(손준성)을 비롯해 이 사건을 덮는 데 관여한 검사들은 현 정권에서 다 승진했다. 이번 국회 국정감사 때 출석한 일선 지검장, 고검장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참 비극적이라고 느낀 게, ‘저런 짓을 해도 검찰에서는 괜찮구나, 심지어 승진까지 하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검찰은 ‘너희들이 암만 고발해 봐라. 우리가 수사 안 하면 그만인데, 어쩔 건데?’, 이런 식이다. ‘도이치’ 수사 결과 발표 때도 검찰 간부들이 곧 밝혀질 거짓말을 버젓이 할 수 있었던 게 다 이런 이유 때문 아니겠나.”

―언젠가는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을까.

“야당의 대응이 아쉽다. 유권자들이 지난 4·10 총선에서 190석이나 되는 표를 몰아줬는데도 무기력하다. 국정조사를 비롯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충분히 있다. 그런데도 고발사주 사건과 관련해 민주당은 아무 역할도 못 했다. 내가 ‘명태균 게이트’를 보면서 걱정되는 게 바로 이런 것이다. 단순히 ‘윤석열 부부 망신주기’ 차원에서 그치면 검찰정권의 ‘국정농단’을 제대로 밝힐 수가 없다. 190석을 지닌 거대 야당이 무도한 정권의 국정농단에 책임을 묻지 못한다면 유권자들이 다음 선거에서 다시 뽑아줄까.”

논설위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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