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눈꺼풀 처짐, 근력 약화, 질식할 것 같은 ‘이 병’

강승지 기자 2024. 11. 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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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근무력증, 일상에서 힘을 유지하기 어려울 지경이면 의심
완치 개념 없는 자가면역질환…꾸준한 관리 중요
ⓒ News1 DB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스트레스와 과로로 몸에 힘이 없고 무기력하다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무기력과 달리, 실제로 힘이 빠져 어떤 일도 하기 어려운 경우는 '중증근무력증'의 증상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6일 신경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중증근무력증은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정상조직이나 물질을 공격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다. 면역체계 이상으로 뇌의 신호가 운동신경에서 근육으로 잘 전달되지 않는 병이다.

운동신경이 "움직이라"는 명령을 내려도 근육이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힘이 약해진다. 1800년대에 이 질병이 처음 알려졌는데, 당시 환자들이 호흡마비로 사망해 '중증'이라는 표현이 들어가게 됐다.

중증근무력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근력 약화와 피로다. 특히 초기에는 눈꺼풀 처짐과 겹보임(복시) 등 안구 근육 약화가 흔히 나타난다. 얼굴 근육이 약해져 씹기, 말하기, 삼키기 등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김승우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예를 들어, 처음에는 팔을 들고 머리를 감을 수 있지만 근육을 계속 사용하면 힘이 점차 빠져 팔을 내리고 쉬어야 한다"며 "고기처럼 질긴 음식을 오래 씹으면 점차 씹는 힘이 약해진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영화나 TV를 오래 볼수록 겹보임이나 눈꺼풀 처짐이 심해진다. 근육을 사용할수록 피로가 증가한다. 대개 저녁이 될수록 증상이 악화한다"며 "아침과 저녁에 사진을 찍어 눈꺼풀 내려온 정도에 변화가 있는지 비교해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체 환자의 15%는 눈 증상만 발현되지만, 나머지 85%는 다른 근육으로 침범해 팔다리에 힘이 빠지며 심한 경우 호흡근까지 약해져 숨이 차고 질식할 것 같은 증상에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소정민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무기력감은 기운이 없고 처지는 거 같지만 어떤 일을 할 때 근력에는 지장이 없는 반면, 중증근무력증 환자들은 물건을 들거나 힘을 쓸 때 그 힘을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을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 News1 DB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신경과 전문의 등의 진찰이 중요하다. 중증근무력증이 의심되면 반복 신경 자극 검사, 아세틸콜린수용체 항체 측정, 항콜린에스테라제 약물 투여 검사 등으로 진단할 수 있다.

반복 신경 자극 검사는 약해진 근육에 반복적으로 전기자극을 줘 힘이 약해지는지 알아보는 검사로, 피로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항체 측정의 경우 혈액 내 중증근무력증 유발 물질을 확인하는 검사로 전체 환자의 70%에서 '항 아세틸콜린수용체 항체'가 관찰된다.

약물 투여 검사는 신경과 근육 사이의 신호전달을 일시적으로 원활하게 하는 약을 투여하고 중증근무력증 증상이 개선되는지 살펴보는 검사다. 환자는 약물 투여 후 눈꺼풀 처짐, 겹보임, 팔다리 힘 빠짐, 발음장애 등이 개선될 수 있다.

이런 검사를 통해 진단되면 흉선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가슴 CT(컴퓨터 단층촬영)를 찍는다. 흉선은 면역세포가 성숙하는 기관이지만, 중증근무력증 환자는 흉선에서 비정상적으로 질병을 유발하는 자가항체가 생성된다.

초기에는 근력 약화와 호전이 반복되며 증상이 없어지기도 하지만, 결국 상태가 나빠져 전신으로 침범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따라서 꾸준히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 면역체계를 유지하면서 병의 악화를 막고 증상을 조절하는 게 목표다.

일차적으로 신경과 근육 사이 신호전달을 일시적으로 원활하게 하는 아세틸콜린에스터레이스 억제제, 면역 억제제, 부신피질 호르몬제 등 증상 개선 약물을 의사 처방 하에 복용할 수 있다.

이 약들은 복용 후 수십 분 뒤부터 증상을 호전시키지만,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다면 면역글로불린 정맥주사, 혈장분리교환술 등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 치료와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치료를 적절히 섞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면역글로불린 정맥주사, 혈장분리교환술은 중증근무력증의 원인물질을 혈액에서 제거해 주는 원리로 1~2주 안에 증상이 좋아지지만, 치료 효과가 1~3개월 정도만 유지된다는 단점이 있다.

아울러 면역억제 치료를 강하게 하면 빠르고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증상 개선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준의 치료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소정민 교수는 "사라지지 않고 평생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질병이다. 조기 발견 후 꾸준히 치료, 관리할 경우 큰 불편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며 "환자 독단으로 약을 끊고 병원에 오지 않기도 하는데, 지속적인 상담으로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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