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지역 택배, 우체국 망으로 더 빨리 받는다[우정 이야기]
도서·산간지역에 사는 주민들에게 하루면 물품 배송이 완료되는 ‘로켓배송’은 먼 나라 얘기다. 도로가 이어진 산간지역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도서지역에 살면 기상 여건에 따라 월요일에 시킨 택배가 다음 주에야 오는 최악의 상황을 경험할 수도 있다.
배송자가 아예 주문을 받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동 시간은 긴데 물량은 적어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도시와 생활 격차가 그만큼 벌어져 가뜩이나 심각한 지방소멸을 가속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도 있다.
이처럼 생활물류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을 겪는 도서·산간지역에 우체국 물류망을 통한 물건 배송 사업이 진행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와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월 21일부터 11월 1일까지 2주간 인천시 옹진군 자월면 자월도, 승봉도, 대이작도, 소이작도 등 4개 도서지역에 공동 배송 시범사업(공동배송사업)을 했다.
공동배송사업은 도서지역의 민간택배사 물량을 우체국 물류망을 이용해 배송하는 사업으로 이번 시범사업에는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택배, 로젠택배 등 국내 주요 택배사업자가 참여했다. 정부는 지난 3월 열린 제18차 민생토론회에서 택배서비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섬이나 산간마을을 대상으로 우체국 물류망을 활용해 배송하는 시범사업을 연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정사업본부는 그동안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공동배송사업을 추진해왔다. 먼저 국토부는 지난 6월 지자체와 관계기관의 의견을 청취해 물류취약지역을 고시했다. 물류취약지역이란 도서·산간지역 등 교통이 불편해 생활물류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곳으로 요금 수준, 배송 시간 등을 고려해 국토부 장관이 지정한다.
이후 국토부는 우정사업본부와 업무협약을 통해 물류취약지역을 기반으로 한 시범사업 후보지를 발굴하고 세부 절차를 조율하는 등 실무협의체를 운영해왔다. 이 결과 이동 시간이 길고 물량이 적어 민간 택배사에서 직접 배송하기 어려운 곳으로 꼽힌 자월면 산하의 4개 도서지역이 공동배송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우체국 물류망을 통해 도서지역에 민간 택배사 물건을 배달하면 지역 주민들의 생활물류서비스 이용 불편은 줄고, 배송 기간은 단축될 수 있다. 그동안 집화일 기준으로 이들 지역에서 배송에 3~4일이 걸렸는데, 우정사업본부는 공동배송사업으로 배송 기간이 2일로 단축될 것이라 보고 있다. 그만큼 도시지역과 도서지역 간 삶의 격차가 줄어드는 셈이다.
조해근 우정사업본부장은 “전국 우체국 물류망을 활용한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도서벽지에 거주하는 국민 편의가 향상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엄정희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이번 시범사업은 택배 배송지연이 발생하거나, 문전 배송이 어려운 도서지역에 신속한 물류서비스 제공을 위해 추진된 사업”이라면서 “시범사업 운영을 통해 사업성을 평가하고, 향후 지속적 추진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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