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vs. 해리스, '돈'이 가리키는 후보는? [이환주의 개미지옥]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자가 이번주 결정된다. 현지시간 5일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4년간 국정을 책임질 지도자가 정해진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중 한 명일 것이다. 둘 중 누가 되느냐에 따라 한국 경제에도, 그리고 미국 증시와 한국 증시에 투자 중인 수많은 개미 투자자의 계좌에도 큰 영향이 있을 것이다. 접신 들린 무당이 아닌 이상에야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지 예상할 수 없지만 '마켓(돈)'은 트럼프의 승리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듯 하다.
아마존과 테슬라는 11월 5일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 5위와 11위다.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2800조원이 넘고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약 1100조원에 달한다. 두 회사의 시총을 합치면 지난해 우리나라 GDP(1996조원)의 약 2배, 지난해 우리나라 예산(634조원)의 6배에 달한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에 100%를 걸었다. 그는 트럼프 투표를 장려하기 위해 경합주인 펜실베니아 등에서 트럼프 지지 선언을 하면 매일 1명을 뽑아 100만달러를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테슬라의 미래 먹거리인 완전자율주행 자동차 운행을 위한 각종 규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의 경우 이미 일부 도시 등에서 무인자동차를 운영하며 데이터를 쌓아 가고 있는 만큼 일론의 입장에서도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아마존의 CEO인 제프 베조스는 그가 소유한 민주당 성향 신문 '워싱턴 포스트'가 올해 선거를 앞두고 해리스 지지선언을 하지 않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 받고 있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언론사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자유다. 선거를 앞두고 가멀라 해리스를 지지한 언론사는 100개 이상,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 언론은 16개 정도로 알려졌다.
워싱턴 포스트는 올해 대선에서 어느 후보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수십 년간 특정한 후보를 선택해 지지선언을 하던 전통을 깬 것으로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워싱턴 포스트 기자들은 당초 카멀라 해리스를 지지하기로 기사 초안을 작성했으나 제프 베조스가 이를 전면 보류한 것으로 현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졌다.
미국 언론들은 정치적 성향에 앞서 그들의 수익 모델인 '유료 구독자' 확보를 위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워싱턴 포스트만 해도 기존 유료 구독자가 250만명에 달했는데 지지 선언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10%(25만명)의 유료 구독자가 구독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포스트가 신문발행만 하는 사업자였다면 내리기 힘든 결정이다. 하지만 더 큰 기업을 보유한 제프 베조스 입장에서는 해리스를 지지 선언했다가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아마존 사업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 5위와 11위의 수장은 트럼프 당선에 베팅한 것이다.
가장 직접적으로 돈이 오가는 베팅 사이트도 트럼프의 승리를 높게 점치고 있다. 암호화폐 기반 베팅 사이트 폴리 마켓은 5일 오후 7시 현재 트럼프의 당선 확률을 62.7%로 보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 해리스와 트럼프의 격차는 한때 역전되기도 했지만 트럼프는 짧은 시기를 제외하고 항상 10% 넘는 차이로 더 높은 당선 확률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의 당선을 예상한 '트럼프 트레이드' 현상도 주식시장, 암호화폐 시장, 미국 채권 시장, 환율 시장 등에서 일관되게 사인을 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예상되면서 미국 달러는 강세를 보였다. 또 암호화폐 대통령이 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비트코인에 크게 투자한 미국 주식 종목, 비트코인의 가격도 최근 급등했다. 더불어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대량의 국채 발행이 예상되면서 미국 장기채 금리가 급등하는 현상도 발생했다.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 추이 속에서 낮아지던 10년물 국채금리는 트럼프 당선이 유력시되던 지난 9월 중순 이후로 현재까지 오름세다.
민주당 지지층이 '가치와 사상'을 따른다면 공화당을 지지하는 층은 '돈'을 추종한다. 확실히 마켓(돈)의 방향은 트럼프를 향한 듯 보인다.
워런 버핏은 경제 상황과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투자 판단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3분기 버크셔해서웨이의 실적발표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현금 보유액은 449조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워런 버핏은 보유 중이던 애플과 뱅크오브아메리카 지분을 추가로 매각하면서 3분기에만 47조원에 가까운 주식을 팔아치웠다. 버크셔의 현금 보유액은 사상 최대이며, 현금 보유 비율 마저도 약 28%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특히 워런 버핏이 현금 비중을 늘릴 때 대부분 버크셔의 자사주를 매입했는데 이번에는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자사주 매입도 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외신에서는 버핏이 미국 주식이 현재 아주 비싼 상태라고 판단을 내렸거나, 후계 구도를 위해 현금을 보유 중으로 보고 있다. 혹은 막대한 현금을 바탕으로 특정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투자를 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코카콜라, 미국 철도 주식 등 좋은 기업을 싸게 사는 것을 선호하는 버핏은 한때 가장 큰 비중을 보유했던 애플에 일찍 투자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버핏은 2016년에 1분기에 처음 애플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했고 그 다음해에 이 같이 말했다. 그런 버핏이 애플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환주의 개미지옥 <주식 투자 멘탈, 마지막 퍼즐은 '상상력'> 편에서 버핏이 셰일가스 기업인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에 투자한 이유를 추측해 본적이 있다.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라 막대한 전력 수요가 필요한 상황에서 친환경 에너지와 원자력 발전소 건설까지 시일이 걸릴 경우 미국은 셰일가스를 생산해 필요한 전기를 충당해 쓸 수 있다. 이 경우 셰일가스 기업인 옥시덴탈의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
트럼프는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셰일가스와 석유 생산에 대한 강력한 지지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반면 해리스는 친환경 주의자로 알려졌다. 해리스 역시 경합주인 펜실베니아 지역에서는 셰일가스에 대해 친화적인 발언을 하긴 했지만 진실성 있는 발언은 아니었다.
19명의 선거인단을 보유한 펜실베니아 지역은 셰일가스 산업이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며,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셰일가스는 주 GDP의 약 9%를 차지하고 있다.
필자의 미국 주식 투자 종목에는 '테슬라'와 '옥시덴탈 페트롤리움'도 포함돼 있다. 긍정 뇌피셜을 돌려보자면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워런 버핏도 어쩌면 트럼프의 당선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버핏은 이미 현금 확보를 통해 누가 당선되든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셰일가스 투자는 미래 에너지 수요 측면에서도, 미국 대선 결과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은 수로 보인다.
일론 머스크는 셰일가스 생산지인 펜실베니아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 운동에서 지지 발언을 하며 적극적으로 그의 당선을 돕고 있다. 억지 춘향이긴 하지만 일론의 테슬라, 버핏의 옥시덴탈은 트럼프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테슬라'나 '비트코인'에 투자한 투자자들 역시 트럼프의 당선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다음달이면 홀랑 마음이 바뀔지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장기 투자 종목으로 '테슬라' 역시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주 확률은 낮아 보이지만 버핏도 언젠가는 테슬라에 투자할 수도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다. 2016년에 버핏이 애플에 투자했던 것처럼 말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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