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고려아연 혈투 '쩐의 전쟁' vs '사업보국'
전란(錢亂)이다. 50년 전 '사업보국' (사업을 통해 나라에 이바지한다) 일념으로 설립돼 세계 1위 종합비철금속 제련회사로 도약한 고려아연을 비롯, 기업 경영권을 노린 '쩐의 전쟁'이 한국경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해당 기업과 소속 근로자들은 불확실한 상황에 속이 타지만 군자금을 대는 곳들엔 호재다.
사모펀드(PEF), 금융기관들은 고려아연처럼 동업자 사이 또는 총수 일가 분쟁에 끼어들어 한쪽 편을 들거나 고금리로 자금을 빌려주고 이득을 취한다. 강성부펀드(KCGI)가 참전한 한진칼, MBK파트너스가 낀 한국앤컴퍼니 분쟁이 대표적이다. 몇 번의 시행착오 덕분에 돈 버는 전략도 진화했다.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서면서 MBK는 한국앤컴퍼니 공격 당시 실패 원인으로 꼽힌 '최소 매수 예정 수량 미달 시 공개매수 응모 주식 전량을 매수하지 않겠다'는 전략을 폐기했다.
과거 사모펀드들은 국내 대기업들이 사업재편 과정에 매물로 내놓는 비주력 계열사를 인수하거나 기업 재무 부담을 낮추려고 할 때 '제한된' 파트너 역할만 수행했다. 펀드 규모가 커지고 인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거래를 스스로 만들고 부추긴다. 사업보국을 위해 창업자들이 기업을 세웠지만 3, 4세대로 경영권이 승계되는 과정에 총수 일가 지분이 희석된 것도 놓치지 않는다. 시장에서 '제2의 고려아연' 찾기가 한창이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 주가는 단기 급등하기 때문이다.
70년 넘게 영풍그룹을 함께 운영했던 영풍 장씨 일가(석포제련소 운영), 고려아연 최씨 일가(온산제련소 운영)는 5년 전 석포제련소 환경오염 문제로 사이가 틀어졌다고 한다.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이 석포제련소 폐기물 처리를 온산제련소에 부탁했지만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주주에 대한 배임'이라고 거절한 것이 발단이다.
경영능력 보다는 고려아연 배당으로 버티고 있었지만, 장 고문은 영풍그룹은 장씨 일가 것이고 최씨 일가는 종업원으로 생각했던 터라 최 회장의 거절이 괘씸했을 것이다. 고려아연 최씨 일가를 내치려는 과정에서 현대자동차 정씨, 한화 김씨, LG 구씨 일가가 사업보국에 의기투합한 사실을 알게 됐다.
영풍 장씨 일가는 '이재(理財)에 밝은' MBK와 손잡기 위해 경영권을 넘긴다. 주주들을 위한 선택이라고 했지만 다른 곳에 팔지언정 최씨 일가에겐 못 넘긴다는 의지가 읽힌다. 중국 자본에 회사가 넘어갈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도 장씨 일가 자존심보다 못했다.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양측 모두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지만, 지분율은 박빙이다. MBK·영풍(장씨 일가) 38.47%, 최씨 일가 35.40%로 비슷하다. 경영권 결정은 지분 7.83%를 보유한 국민연금 몫이 됐다.
국내 자본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국민연금 역할은 1988년 설립 취지였던 사회보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주요 대기업 지분을 대거 보유하면서 기업경영을 바로 세우는 역할도 추가됐다. 국민연금은 지분 보유 기업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경영 능력을 갖춘 곳을 지원하는데 망설이지 않았다. 국내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보트'를 적절히 행사했다는 평가를 듣는 이유다.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렸던 한 학자는 "탁월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 특히 그런 관리자를 무자비하게 해임하는 것이 최고경영자의 의무"라고 했다. "더 큰 사고를 치기 전에 보직에서 해임되면 실수에서 배울 기회를 얻는다"는 지적도 했다. 수십 년의 공동 경영을 접고 아름다운 이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최씨 일가의 심정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수조 원을 들여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 올린 탓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후폭풍은 불가피하다. 법원 판결과 금융감독원 조사는 차지하더라도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는 차질을 빚게 됐고 직원 동요는 걷잡을 수 없다. 동북아시아 최대 사모펀드 MBK가 기존 경영진과 이사진을 무력화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고려아연에서 시작된 불확실성은 국내 자본시장을 흔들고 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도 가중되고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수습하고 사업보국 의지를 굳건히 할 수 있도록 국민연금은 결단해야 한다.
홍정표 머니S 산업1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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