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셀프로 문제 해결하는 Z세대… 사람 같은 AI 필요”
환불·배송 상태 확인은 기본… 제품 추천까지 AI로
아마존·월마트, 소상공인 도울 설루션 잇따라 선 봬
“글로벌 리테일(유통) 시장에선 인공지능(AI) 추천이나 AI 챗봇(대화로봇)을 통한 고객 상담에서 한 발 더 나가 즉시 환불이나 배송 상태 검색 같은 똑똑한 기능의 챗봇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유통판 CES(세계 최대 IT 전시회)’ 숍톡(Shoptalk)에 참석했던 센드버드코리아의 이상희 대표는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는 “새로운 구매 계층으로 떠오른 Z세대(199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사람)와 밀접하게 관련 있다”면서 “이들은 정적인 게시판이나 전화 상담보다는 채팅 기반의 소통과 관계 형성을 더 선호한다. 코로나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디지털 채널에서 셀프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기업용 채팅 설루션 회사인 ‘센드버드’는 한국에서 미국 실리콘밸리로 진출한 스타트업 가운데 첫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이 된 기업이다.
센드버드가 참여한 숍톡은 약 1만명 가량의 리테일 산업 주요 의사결정자와 이들을 대상으로 설루션을 제공하는 기술 업체들이 주로 참석하는 콘퍼런스다. ‘밋업(Meet up)’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정보 공유를 넘어 실제 계약까지 이어질 수 있는 미팅을 주선하는 행사다.
이 대표는 아마존, 월마트 등 북미 유통 대기업이 일제히 소상공인을 위한 설루션을 선보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트렌드로 꼽았다. 그는 “코로나 이후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이 늘어나면서 소상공인의 관련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단순 챗봇을 넘어 사람 개입 없이 문제 해결을 위한 의사결정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라는 콘셉트가 주목받은 것으로 안다.
“과거 챗봇 제품은 백화점식 메뉴로 스무고개를 타고 가다가 결국 ‘그 질문은 답변할 수 없다’로 귀결되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사람들은 챗봇이 생성형 AI라는 기술적 파도를 타고 과거와 다른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실망스러운 경험이 반복될까봐 AI 챗봇 도입을 두려워 한다.
동시에 이를 도입하더라도 기존의 AI 챗봇이 아닌 새로운 키워드로 시장을 선점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세일즈포스가 사스(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라는 키워드로 선구자(Pioneer)가 됐듯, AI 챗봇 대신 ‘AI 에이전트’라고 내세우려는 것이다.
AI 에이전트는 실제 비즈니스에 도움을 주면서 영업상 들어가던 비용 상당 부분을 줄여줄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사람을 거치지 않고 환불할 수 있는 식이다. 이를 위해선 기업 내부의 환불, 검색, 배송 상태와 같은 개별 영역이 API(프로그램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것을 도와주는 매개체)로 챗봇과 연동돼야 한다.”
―최근 새로운 소비 세력으로 부상 중인 Z세대를 중심으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수요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 이후 디지털 채널이 부상하면서 기업이 자사몰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Direct to Consumer)하는 D2C나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판매하는 등 옴니채널(온·오프라인 통합)이 상당히 많아졌다. 채널이 많아지면 고객 접점이 많아지는 것이지만, 고객 문의가 여러 채널에 흩어져 대응하기 위한 관리 비용은 늘고, 만족스럽게 답변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챗봇이 사람 상담사를 통하지 않고 얼마나 구체적인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지 기업들이 관심이 많은 이유다. 사람에게 만에 하나 넘어가더라도 매끄럽게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 AI와 이야기했던 것을 반복하지 않고, 그 맥락을 기반으로 대화를 이어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센드버드 챗봇은 기술적으로 이에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나.
“카카오톡을 보면 대화를 하면서 이모지(emoji·그림문자)를 보내거나, 링크, 이미지 등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숫자 ‘1′이 사라지는 것을 보여줘 상대가 메시지를 읽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대화에 좀 더 몰입하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기능이다.
훌륭한 챗봇 경험은 이처럼 훌륭한 채팅 경험과 다르지 않다. 대화만 청산유수처럼 잘할 게 아니라 사람을 끌어당기게 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라든가 기능이 들어가야 한다. 수많은 챗봇 업체들이 챗봇 기술만 내세우고 있지만, 좋은 채팅 경험을 위한 부가 요소에서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센드버드는 (채팅 기능이 중요한 커뮤니티로 시작했기 때문에) 이미 검증된 제품과 기술이 있는 상태다. 또 고객이 문의하는 중 자동으로 환불을 처리해주는 등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호출을 통해 연동해주는 API가 필요하다. 센드버드는 채팅을 원래부터 API 형태로 제공해 왔기에 차별화된 우위를 제공할 수 있다.”
―아마존 등 글로벌 리테일 기업들이 잇따라 소상공인을 위한 설루션을 내놓고 있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코로나 이후에 소상공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크게 올라갔다. 일하는 사람 구하기도 힘들고 세금도 늘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1인 사장님들은 아르바이트생 구하기가 어렵고, 그러다 보니 이들이 쓸 수 있는 설루션 업체들이 부상하고 있다. 홀서빙도 로봇이 한다. 아마존이나 월마트는 자신들이 쓰던 설루션을 소상공인에게도 팔아 부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대기업은 이런 설루션을 내재화해 비용을 줄이려 하지만, 이를 할 만한 자원이 없는 소상공인들은 설루션을 쓰기 위한 고정 지출을 마다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기존에 ‘풀필먼트(fulfillment·판매 상품의 입고와 재고 관리, 분류·배송에서 반품까지 일괄 처리) 바이 아마존’이란 서비스가 있었다. 모든 상품을 아마존 창고로 다 입고시켰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여기서 나가는 구조로 운영되는 것이었다. 아마존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소상공인이 있는 지역 창고 위치가 더 가까울 경우 여기까지 배송 노선에 넣어 처리하는 것을 내세운다. 현 재고 수준이 낮아서 계산을 마치더라도 주문 건이 품절될 수 있는 경우라면, 유사 제품 추천 배송 등을 대안으로 주문 과정에서 고객에게 묻는 프로그램까지도 제공한다. 이렇게 되면 주문한 물건이 뒤늦게 품절된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처음부터 과정을 반복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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