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바디스, 미국 민주주의[신간]
병든 민주주의, 미국은 왜 위태로운가
토마 스네가로프, 로맹 위레 지음·권지현 옮김·서해문집·1만8800원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고, 미국은 민주주의의 나라라고 하는데 미국 대선 국면에선 혐오, 비방, 폭력 등 내부 갈등이 극대화한다. 이를테면, 4년 전 미 대선 이후 의회에서의 폭력 사태 같은 일들. 프랑스 저널리스트인 토마 스네가로프와 역사학자인 로맹 위레는 미국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한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미국 민주주의의 기원과 발전, 위기의 경로를 ‘결정적 순간’ 여섯 가지를 꼽아 설명한다. 건국의 아버지들이 구상한 미국의 민주주의는 무엇이며, 이는 유럽의 제국주의와는 어떻게 조응했는지, 또 미국이 힘 있는 국가로서 세계적인 권위를 획득하기까지 고립과 확장의 이데올로기는 어떻게 작용했는지 설명한다. 베트남 전쟁,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는 동안 미국 민주주의가 어떻게 변화, 혹은 위기를 맞았는지 정리한다. 특히 미국 역사에서 중요한 문헌 자료와 지도, 그래픽 등을 풍부하게 넣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한국은 미국과 다른 역사를 써왔지만, 현재 ‘민주주의의 위기’를 들여다보는 것은 필요한 일일 것이다.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김도미 지음·동아시아·1만7000원
사회활동가인 김도미가 암 경험자로서 쓴 에세이. 암 투병기나 극복기가 아니다. 한국사회의 ‘환자 역할’에 대한 불만 사항을 쓴다. 김도미는 암 경험자를 둘러싼 근거 없는 항암 정보와 ‘절대 안정’이라는 신화가 오히려 암 경험자의 건강을 위협하고 사회 복귀를 가로막는다고 말한다. 김도미는 암 경험자들이 박탈당한 자유에 대해 말한다. 그는 환자를 지나치게 통제하고 죄책감을 강요하는 암 치유 문화를 비판하며 “몸에 대한 윤리는 나를 잘 돌보는 데에도 있지만 나를 즐겁게 하는 데에도 있다”고 역설한다. 기존 의료·복지제도가 환자들을 과열된 암 치유 문화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한다.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유홍준 지음·창비·2만2000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의 산문집이다. 인생의 한 장면을 회고한 글들, 문화재와 관련한 이야기들, 백남준·신영복·홍세화·김민기 등 예술가와 스승, 벗에 관해 쓴 글들을 모았다. 글쓰기 조언을 담은 ‘문장수업’을 부록으로 실었다.
관조하는 삶
한병철 지음·전대호 옮김·김영사·1만6800원
재독 철학자인 한병철은 현대사회에서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삶’에 대해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그로 인한 인간 행위는 인간성과 자연을 훼손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무기력한 상태와는 다른, ‘무위’가 자본주의 체제에 저항하는 창조적인 삶의 태도라고 역설한다.
눈치 없는 평론가
서정민갑 지음·오월의봄·1만7200원
자신을 ‘대중음악의견가’로 칭하는 서정민갑이 20여 년간 음악을 듣고 쓰는 노동과 생활 이야기를 책으로 냈다. 권력이든 민중음악이든, 그는 ‘눈치 보지 않고’ 의견을 낸다. 평론의 기준, 내용, 형식, 역할 등 대중음악평론가로서의 ‘직업관’을 소개한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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