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전화에 울고-이정효 전화에 웃고', '승격명장' 유병훈을 만든 시간[안양 승격인터뷰①]
[안양=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10년 넘게 K리그1(1부리그) 승격을 바라보는 팀에 초보감독이 사령탑으로 온다고 발표되자 팬들도 의심을 품었다. 코치로는 경력이 있지만 프로감독 경험은 없었기 때문.
하지만 팬들의 걱정을 하루빨리 덜어주고 싶다던 그 초보감독은 지도자로서 움츠리고 있던 자신의 꽃봉오리를 만개하며 안양 구단에 역사상 최고의 선물을 안겼다.
스포츠한국은 경기도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안양의 창단 첫 K리그1 승격을 이끈 유병훈 감독을 만났다.
'아내 전화에 울고-이정효 전화에 웃고', '승격명장' 유병훈을 만든 시간[안양 승격인터뷰①]
유병훈표 '꽃을 든 좀비'...더 높은 '보랏빛 하늘' 향해[안양 승격인터뷰②]
▶"아픈 아내에게 시간 돌려주고파"... 승격 후 흘린 '명장' 유병훈의 눈물
안양은 2일 경기도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2부리그) 2024 38라운드 부천FC와 원정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안양은 이 무승부로 승점 62점에 올라 리그 최종전을 남기고 마지막 경쟁자였던 서울 이랜드(당시 남은 두 경기 전승해도 61점)를 따돌리며 K리그2 우승을 거머쥐었다. K리그2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자동 승격 자격에 따라 2013년 창단 후 11번째 시즌 만에 처음으로 K리그1 승격을 이뤘다. 안양에서 코치로 오랜 세월 함께했지만 프로 감독으로서는 올해가 처음이었던 유병훈 감독이 데뷔 시즌에 구단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일을 해낸 것.
그런데 기뻐해야할 우승날, 유 감독은 미안함의 눈물을 흘렸다. 바로 아내의 암 투병 사실이 있었던 것. 그는 당시 우승 기자회견에서 "아내가 갑상선 암 진단을 받았다. 나의 스트레스를 아내에게 옮긴 것 같아 미안하다. 큰 병원에 가서 정확한 조직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큰일이 아니길 빈다. 그래도 수술을 하면 괜찮아진다고 들었다. 힘들었던 사람들에게 시간을 돌려주고 싶다"며 힘겹게 눈물을 참고 기자회견을 마쳤다.
이후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된 스포츠한국과 인터뷰에서 유 감독으로부터 당시 눈물의 더 자세한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시즌 중 쉬는 날에 경기 준비를 위해 경기장에 나가려는데, 아내가 병원을 같이 가자고 하더라. 피곤하기도 하고 경기에서 정신을 떼고 싶지 않아 힘들어 혼자 가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아내가 울면서 전화를 해서 깜짝 놀랐다. 갑상선 암이라더라. 내가 조금 피곤하다고 아내 혼자 그 무거운 얘기를 듣게 했다는 게 너무 미안했다. 그게 후회스러워서 우승 당일에 눈물을 또 흘리게 되더라. 현재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지만, 그래도 수술하면 괜찮아질 확률이 높다고 해서 그나마 다행이다."
미안함과 후회로 우승 당일까지 잠 못 이루고 눈물을 흘렸던 유 감독. 그는 이날 인터뷰 전, 사랑하는 아내의 손을 잡고 병원을 다녀왔다고 전했다.
▶안양산 '꽃봉오리' 축구, '효버지' 이정효와 같은 듯 다른 매력
여기에 노상래 안양 팀매니저까지 같은 병을 안고 있었기에 유 감독은 누구보다 빠르게 우승을 확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2위 서울 이랜드와 승점 9점 차에서 32라운드 맞대결을 치러 격차를 더욱 벌리려고 했지만 패했고, 3위 충남 아산, 올 시즌 전패를 당한 수원에게도 연달아 경기를 내주며 시즌 첫 3연패를 당했다. 순위 싸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즌 후반부에 가장 좋지 않은 흐름을 보인 것. 특히 주장이자 중앙 수비의 핵인 이창용이 시즌 아웃된 것이 뼈아팠다.
시즌 들어 가장 흔들리는 유병훈호. 위기를 벗어날 수 있도록 해준 길잡이로는 안양 전임 감독이었던 이우형 테크니컬 디렉터, 그리고 다름 아닌 이정효 광주FC 감독이 있었다.
"시즌 내내 연패 없이 1위를 지키다가, 중요한 후반부에 3연패를 당하니 선수들이 경직되고 실수가 두려워 도전적인 장면을 피하게 되더라. 이우형 디렉터가 분위기 전환의 필요성을 얘기했고, 이정효 감독도 내게 먼저 연락을 해서 '가르치려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승격을 경험해 본 입장에서 봤을 때 현재 안양 선수들의 플레이가 너무 굳어 있다'고 지적해줬다. 덕분에 전지훈련을 통해 다시 다잡을 생각을 할 수 있었다."
10월 A매치 휴식기를 맞이해 충북 보은으로 전지훈련을 떠나 마지막으로 심기일전한 안양은 결국 리그 재개 후에 부산과 충북 청주를 연달아 꺾고 전남, 부천과 비겨 K리그2 우승을 확정했다. 마침내 창단 첫 K리그1 승격을 이룬 것이다.
한편 유 감독은 독자적인 스타일로 광주를 이끌고 프로감독 1년차에 K리그2 우승, 2년차에 K리그1 3위 등을 달성한, '한 살 형' 이정효 감독에 큰 존경심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부산 대우에서의 현역 선수 시절, 숙소를 나와 아파트에서 함께 산 적이 있었을 정도로 친밀한 두 사령탑은 K리그의 감독이 된 현재도 연락을 활발히 주고받고 있다. 유 감독은 실제로 이 감독의 광주 경기를 많이 참고한다고 하며, 이 감독은 안양의 경기를 종종 지켜본 후 유 감독에게 먼저 전화해 조언을 건네기도 한다.
짧은 패스로 상대 조직 사이를 파고들어 무너뜨리는 등 유사한 점이 많은 두 감독의 축구 스타일. 하지만 그 안에서도 안양과 광주의 확실한 차이가 존재했다.
"확실히 이정효 감독의 팀이 공격적이고 패스, 빌드업, 압박을 잘한다. 이를 위해 선수들의 긴장감을 잘 유지시킨다. 광주처럼 평균적으로 젊은 선수단은 시즌 내내 선수들의 적극성을 독려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안양 부임 후 팀을 파악하고 주 전술을 잘 이행할 선수들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은 편인 안양에 매번 강한 압박을 주문할 수는 없었다. 이 선수들을 데리고 상대를 계속 공격하고 압박한다면, 지난해처럼 비슷한 시기에 부상자가 다수 겹치고 체력도 동시다발적으로 급감할 가능성이 높았다. 압박 강도를 줄이는 대신 중원을 거쳐 안정적인 빌드업을 하는 것이 맞다고 봤다. 제 풀에 지쳐 나가떨어지지 않기 위함이었다."
이후 감독실 책상 위에 있던 파일 자료를 집어든 유 감독은 올 시즌 시작 전 선수들과의 첫 미팅 순간을 떠올렸다. '꽃봉오리 축구'의 시작이었다.
유병훈표 '꽃을 든 좀비'... 더 높은 '보랏빛 하늘' 향해[안양 승격인터뷰②]에서 계속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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