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베일리 엘리베이터 가동 중단"…대체 무슨 일이 [현장]
아파트 입주민측 "엘베 등 시설물 유지관리 주체가 없다" 주장
서초구청 "과거 재건축조합 시절 주민이 관리하기로 합의했다"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3.3㎡당 가격이 2억원에 육박하는 래미안원베일리의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멈춰섰다. 아파트 내부 시설이 아닌 지하도 상가와 연결되는 통로 등에 국한된 일이긴 하지만, 설치된 시설을 이용하기엔 불편해졌다. 더욱이 이런 사태는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런 사태는 기부채납 시설의 관리 주체를 두고 조합과 입주자대표회의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지하도 상가와 연결되는 통로 등 기부채납 시설의 소유자와 관리 의무 주체가 나눠지고 관련법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정비사업의 기부채납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같은 갈등이 확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조속한 대책 마련이 긴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 원베일리' 단지 상가 앞 공개공지(선큰광장)와 고투몰(강남구속터미널 지하상가) 2번 출구를 연결하는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등 관련 부대시설의 운영이 지난달 1일부터 중단돼 있는 상태다. 래미안 원베일리 입주자대표회의는 공지문을 통해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서울시에 기부채납한 시설물"이라며 "현재 유지관리 주체가 없어 엘리베이터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기부채납은 용도지역 변경이나 개발 규모 증가, 도시계획시설 해제 등 규제 완화 혜택을 받는 대신에 사업주체가 공공시설 부지나 건축물 등을 조성해서 행정기관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적용 사례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일례로 인근의 반포주공 1단지(1·2·4주구)만 봐도 용적률을 15%포인트 높이기 위해 건축물과 토지를 기부채납해 지하차도, 초등학교 신설, 주거역사박물관 등을 짓기로 했다.
래미안 원베일리도 기부채납 시설이 많은 편이다. 엘리베이터 시설 외에도 반포대로변에서 한강까지 잇는 지하 공공보행통로를 기부채납으로 조성했다. 이 통로를 지나면 지하철역에서 세빛섬 진입로까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
또 래미안 원베일리는 공공커뮤니티시설을 외부에 개방한다는 조건으로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받아 단지내 스카이커뮤니티, 북카페, 도서관, 아이돌봄센터 등 13곳을 외부에 개방하기로 했다.
공공커뮤니티시설이 아파트 입주민들의 소유이나 일반에 문을 열어주는 개방 시설이라면, 엘리베이터 관련 시설의 소유는 서울시다. 과거에 조합이 소유권을 서울시에 넘기면서도 관리는 조합이 하기로 했다. 2022년 승강기 유지관리 협약서에 따르면 조합은 서울시에 관련 시설을 조건없이 무상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당시 총 공사비는 34억2331만원이었다. 조합은 시설의 사용개시일로부터 폐쇄 시까지 유지 관리·보수하고 제반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
그런데 올해 조합이 청산 절차를 밟으면서 권리와 의무를 이제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넘기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래미안 원베일리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최근에 입주자대표회의가 공동주택과 관련해 조합으로부터 권리와 의무를 모두 승계를 했지만, 기부채납 시설은 서울시에 이미 소유권을 완전히 넘겼기 때문에 유지, 보수와 관련해 저희가 부담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합에서 최소한 5~10년의 유지·관리 비용을 충당해 놓고 해야 하는데 (대안없이) 저희한테 그냥 다 부담하라고만 한다"며 "조합이 유지 관리 의무를 부담하기로 해 조합이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래미안 원베일리 조합(신반포3차·경남아파트정비사업조합) 관계자는 "조합은 이미 해산이 돼 이제 사업 주체가 아니고 이제 아파트(입주민들)이 주체다"라고 잘라 말했다. 조합은 지난 8월 해산 총회를 개최해 조합의 해산과 청산 결의를 완료했고, 조합장을 청산인으로 선임했다. 청산인은 재건축 사업이 완료된 후 조합 사무를 종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서초구청은 난감한 입장이다. 구청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민원이 들어오고 (관리가 안돼) 쓰레기가 난립해 있어 치워달라는 민원이 있었다"고 밝혔다.
구청은 "소유주는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이지만 유지·관리 주체는 협약서를 작성한 조합 측에 있다"며 "서초구에서는 래미안 원베일리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측에 현재 불편사항을 해결하도록 10월 중에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조합 vs 입주자대표회의 중 누가 관리주체?
이처럼 재건축 사업이 종료되고 관리업무 인계에 대해 조합과 입주자대표회의간 이견이 발생하면서 애꿎게 멀쩡하게 설치돼 있는 엘리베이터 등 관련 부대시설 가동이 중단된 것이다. 공동주택관리법 제13조 등에 따르면 공동주택의 관리주체가 변경되는 경우에 기존 관리주체(조합)는 새로운 관리주체(입주자대표회의)에게 해당 공동주택의 관리업무를 인계해야 한다.
조합은 지난 8월 입주자대표회의에 공문을 보내 "공개공지의 토지 등에 대한 소유권은 원베일리 아파트의 소유자에게 있어 지상·지하 공개공지에 대한 유지 관리를 승계해달라"고 요청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9월 조합에 보낸 공문을 통해 "공개공지 내 제3자 소유의 시설물의 경우 공동주택관리법상 공동주택이라고 보기 힘들다"며 "공동주택이라 보더라도 입주자대표회의는 공동주택의 관리와 관련해 사업주체가 제3자와 체결한 계약에 따른 권리·의무 등을 승계할 의무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다른 기부채납 시설은 서초구청이 관리하고 있어 엘리베이터와 관련 부대시설도 똑같이 해야 한다는 주장한다.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련법에 따른 인계는 '관리 업무' 자체에 대한 인계이지, 관리업무에 따른 제반 권리·의무를 인수인계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부채납된 소공원의 경우 현재 서초구청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소유권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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