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그린벨트 아파트 입주까지 10년 '기대와 우려'

이화랑 기자 2024. 11. 6.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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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고양·의정부 등에 5만가구 공급… "단기 집값 안정 효과 미미"
정부가 공공주택 5만가구 공급을 위한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계획을 발표했다. 집값 안정 효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기대와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강지호 디자인 기자
지속되는 집값 불안과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5만가구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신규 택지 후보지로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2만가구·221만㎡) ▲경기 의왕시 오전왕곡(1만4000가구·187만㎡) ▲경기 고양시 대곡 역세권(9000가구·199만㎡) ▲경기 의정부시 용현(7000가구·81만㎡) 등 4개 지구가 지정됐다.

국토교통부는 8·8 부동산대책의 후속 조치를 지난 5일 발표했다. 서울과 서울 경계로부터 약 10㎞ 이내 지역 4곳에 5만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8·8대책을 통해 수도권 그린벨트를 해제해 올해 5만가구, 내년 3만가구 총 8만가구 신규 택지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주택 공급을 위한 서울 그린벨트 해제는 이명박 정부 이후 12년 만이다. 국토부는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해 서울 그린벨트 전역과 경기 하남시 일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실수요자에게만 부동산 매매계약을 허가하는 규제 제도다. 그린벨트 해제 발표에 앞서 ▲강남구 세곡·내곡동 ▲서초구 우면동 ▲송파구·하남시 ▲강서구 김포공항 혁신지구 등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된 바 있다.

그린벨트 해제 효과가 단기 내에 나타나기는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 주택 공급의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신규 택지 개발사업은 후보지 발표 후 공공주택지구 지정과 지구계획 수립, 토지 보상 등을 거쳐 입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투기 근절과 속도감 있는 진행이 정책 실행의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실제 공급까지 '10년'… 신속 추진이 성공 관건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한 서울 그린벨트 해제가 예정된 가운데 단기 안정은 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다. 사진은 5일 신규공공택지 추진 계획 정부-지자체 합동 발표 모습. /사진=임한별 기자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All100자문센터 부동산 수석위원은 "주택 공급 시기와 규모 면에서 볼 때 짧은 시간 내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수요가 높은 지역의 주택 부족 문제를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수도권 연간 주택 공급이 20만가구 수준이고 총 30만가구가 건설되는 3기신도시와 비교해 5만가구가 큰 규모는 아니다"라면서 "새 대책에서 서울의 경우 장기전세 1만1000가구를 제외하면 9000가구여서 로또분양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민간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이 수익성 감소로 장시간이 소요되고 있어 공공주택이 빠르게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점은 급한 불을 끄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공급 물량뿐 아니라 지방 양극화와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실제 공급이 예상되는 10년 후의 인구구조 변화 등을 고려한 정책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수요를 충족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10년 후의 인구 감소 상황을 고려해 주택 수요를 예측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 사업인 만큼 일정이 지체되지 않도록 소유주와 지역 주민들의 갈등도 예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급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면서 "다만 서울과 인접한 핵심 지역이 아닌 점은 집값 안정이나 수요 분산을 기대하기 어려운 요소"라고 진단했다.


사유지 보상 등 과제… "투기·분쟁 최소화 방안 마련 필요"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로 5만가구 공급을 예고한 가운데 투기 근절과 속도감 있는 진행이 이번 대책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5일 신규 공공택지 추진 계획 정부-지자체 합동 발표 모습. /사진=임한별 기자
전문가들은 공급 대책이 원활하게 추진되려면 이주 지원과 택지 보상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린벨트의 경우 60~70%가 사유지이기 때문에 토지 보상 등 절차가 복잡하다. 현행법상 시세보다 낮은 감정평가가격에 의해 보상이 이뤄지므로 분쟁 요소가 된다.

송 대표는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토지 보상금 등이 일대 부동산 가격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주택뿐 아니라 상업용 건물 등 거래시장에서 투기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사유지 보상을 둘러싼 분쟁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다만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며 집값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과 무주택자의 불안심리가 작용해 이번 정부 발표는 이 같은 문제를 일부 해결해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수도권과 지방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주택 공급대책의 발표 시기가 적절했다는 의견도 있다.

고하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보면 적절한 시점의 대책 발표"라며 "집값 안정의 실효성보다 내 집 마련까지 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는 무주택자들의 입장에서 필요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산업의 중추 역할을 하는 건설업계에 이번 정책은 기대가 크다"면서 "지난해 주택 인·허가와 착공 실적이 전년 대비 40% 수준으로 감소했는데 일감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화랑 기자 hr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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