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지 않는 대통령, 말하지 않는 참모 [뉴스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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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돌리기.'
대통령에게 제언해야 할 때 참모진의 분위기를 그렇게 표현했다.
대통령의 '진노'는 입바른 소리를 하는 참모에게 더 격했다.
듣지 않는 대통령과 말하지 않는 참모의 '컬래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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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돌리기.’
윤석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인사의 얘기다. 대통령에게 제언해야 할 때 참모진의 분위기를 그렇게 표현했다. “다들 대통령을 무서워했다.” 권위를 인정해서 그렇단 의미가 아니다. 대통령의 고압적 태도 때문이다. 듣기보다 지적하고 지시하는 데 익숙한 데다 종종 험한 어휘와 함께 언성을 높인다는 증언이 숱하게 새어 나왔다. 대통령의 ‘진노’는 입바른 소리를 하는 참모에게 더 격했다. 대통령을 대면해 본 이들도 “대화의 90%를 독점한다”고 고개를 내젓는다.
듣지 않는 대통령과 말하지 않는 참모의 ‘컬래버’. 그 ‘시너지’가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면담 때 절정에 달했다. 24분 지각부터 여당 대표를 자신의 부하인 비서실장과 나란히 앉혀 ‘제로콜라’나 내놓은 의전의 수준, 두 팔을 탁자에 탁 대고 내려다보는 무시의 태도, 한 대표를 보내곤 ‘친윤’ 원내대표와 만찬을 한 모욕주기까지 일일이 꼽기도 입 아프다. 가장 놀라운 건, 그 모든 일이 실제 일어났다는 점이다. ‘그러시면 안 된다’고 충언하거나 제동 건 참모가 없었다는 방증이다.
하긴, 국회에 나와 야당 의원에게 “그 당 지지율이나 걱정하라”고 비아냥거린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보면 짐작이 간다. 원내 3석 ‘미니정당’과 대통령 지지율이 애초에 비교 대상이긴 한가. 그러면서 한다는 소리가 “유럽도 지지율 20%를 넘기는 정상이 많지 않다”는 항변이다. 심지어 사실도 아니다. 미국 모닝컨설트의 최신 조사에 따르면, 세계 25개국 정상 중 지지율 20% 미만은 윤 대통령을 제외하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뿐이다. 대통령의 공천 개입 정황이 육성으로 공개된 마당이다. 명태균이라는 정치 브로커와 대통령이 통화하는 사이였다는 데 국민은 더 충격 받았다. 그런 절체절명의 위기에 비서실장의 상황 인식이 그 지경이다. 그러니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국무총리에게 대신 읽히는 일이 가능하고,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4대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딴 세상 얘기를 할 수 있는 거다.
대통령은 이 모든 문제가 ‘명태균 탓’ 혹은 ‘야당 탓’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애석하게도 모든 책임은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주위에 한 명도 없다면? 그것 역시 본인 잘못이다. 뜻을 품고 들어갔다가 무력감과 절망만 느낀 채 용산을 떠난 인재가 한둘이 아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성 안에 갇히는 데 두 달이 안 걸린다.” 원로 정치인의 말이다. 참모들의 장밋빛 보고서나 자신과 가까운 이들의 감언이설로 세상을 보게 되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해법은 간단하다. “아니요”가 아니라 “예”라고 하는 사람을 내치고,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사람을 가장 멀리 하라. 그들이 간신이다. 대통령이 마주해야 할 이는 싫은 소리하는 사람이다. 반대편에 선 이들의 얘기가 민심에 더 가깝다는 걸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 앞에 잘못을 밝히고 사과하는 게 시작이다.
불과 0.73%포인트 차로 오른 자리다. 누구처럼 ‘콘크리트 지지율’이 있는 것도 아니다. 윤 대통령의 득표율 48.56% 중 상당 부분은 ‘반이재명’ 표심이었다. 그마저 임기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19%로 폭락했다. 앞으로도 오를 일보다 떨어질 일이 더 많을 것 같다. 이미 막을 수 없는 흐름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품위 있는 추락은 이제부터 만들 수 있다. 7일 대국민 기자회견이 그 시금석이다.
김지은 버티컬콘텐츠팀장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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