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대학입시 vs ‘장식품’ 입양아… 끝모를 인간의 위선 고발[선넘는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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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주는 거야. 나중에 대학 가서 꼭 봉사해야 해."
작은엄마 연경(김희애)은 고등학생 조카에게 '가짜' 봉사활동 증명서를 건네며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연경도 자녀 문제 앞에선 속절없이 무너진다.
특히 영화 중반부 아들이 노숙자를 폭행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연경의 위선은 극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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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서 100만부 이상 팔린 원작… 고급 식당안 위선적 행동 그려내
영화는 자녀 위해 범법도 저지르는… 왜곡된 부모 모습에 대한 환멸 담겨
작은엄마 연경(김희애)은 고등학생 조카에게 ‘가짜’ 봉사활동 증명서를 건네며 이렇게 말한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회공헌단체에서 증명서를 위조한 뒤 조카에게 생색낸 것이다. 물론 조카는 봉사활동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연경이 아프리카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비웃을 정도로 오만하다.
지난달 16일 개봉한 영화 ‘보통의 가족’은 한국 사회의 위선을 파고든 작품이다. 특히 자녀의 ‘입시’ 문제에선 범법 행위도 저지르는 한국 부모의 왜곡된 모습에 대한 환멸이 가득하다.
겉으로 보기엔 등장인물들은 모범적이다. 영화에서 연경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아침이면 남편과 아들의 밥을 차린다. 늦은 밤엔 방에 딸린 작은 베란다에서 업무를 처리할 정도로 성실하다.
하지만 연경도 자녀 문제 앞에선 속절없이 무너진다. 고등학생 아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어렵다는 선생의 말을 듣자마자 남편이자 의사인 재규(장동건)에게 전화를 건다. 아들을 남편이 다니는 대학병원 봉사활동에 넣으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 사회에 ‘공정 논란’을 불러온 특정 사건들이 떠오르는 지점이다.
특히 영화 중반부 아들이 노숙자를 폭행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연경의 위선은 극에 달한다. 아들의 범행을 덮으려고 하는 것이다. 연경은 “우리 아이가 그랬을 리 없다”며 현실을 부정한다. 허진호 감독은 올 9월 제작발표회에서 “우리 사회가 가진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영화에 들어갔다”며 “교육 문제, 빈부 문제, 상류층의 책임감 같은 문제를 담았다”고 했다.
영화가 한국 특유의 가족 간 호칭에 집중해 긴장감을 살린 점도 특징이다. 동서 간인 지수(수현)와 연경 사이에 나이 문제를 집어넣어 신경전을 극화시킨 것이다. 예를 들어 연경은 지수에게 ‘저기요’라는 호칭을 쓴다.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어리지만, 관계상으론 손위인 지수를 차마 형님이라고 부를 수 없어서다.
이에 비해 소설은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인물들이 위선적 행동을 벌이는 모습을 흥미롭게 그려낸다. 예를 들어 세르게는 레스토랑 여직원들에게 추파를 던진다. 식당 주인이 자신을 위해 테이블을 빼놓을 만큼 지위가 높다는 사실에 취해 선을 넘는다. 식사 때마다 자신이 마셔 본 와인에 대해 강연을 늘어놓을 정도로 잘난 척하기도 한다.
영화가 주연 4명의 내면을 돌아가며 따라가지만, 소설은 파울의 시선에서만 진행된다는 점도 다른 점이다. 그 덕에 소설에선 “망각은 일찍 시작할수록 효과가 큰 법”이란 문장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냉소적인 태도가 강렬히 느껴진다.
자식을 향한 뒤틀린 욕망을 갖거나 고고한 척 살아가지만 본인의 이익 앞에선 한없이 나약한 인간은 어디든 있다. 그래서일까. 소설은 전 세계에서 1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또 한국 외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미국에서도 영화화됐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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