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후병 되길 자청한 새 시대의 리얼리즘”
◇새 시대의 척후병이 되기를 자청한 작가에게 거는 기대
한국 소설은 다시 한번 새로운 도약을 필요로 하는 듯이 보인다. 우리의 정체와 사는 모습이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고 있고, 사회의 풍경도 더불어 변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족이 개인들로 해체되더니 이제 개인들은 어둠 속의 반딧불들처럼 흩어진다. 집단의 소원은 사소한 취향들로 바뀌어 옴니암니 수선거린다. 굵직했던 삶의 의미는 점점 가늘어져서 이젠 있는지조차 알쏭달쏭한 사금파리들처럼 희미하게 빛난다.
김기태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이 난국을 돌파할 의미심장한 소설적 기법들을 장착하고 있다. 작가는 특정한 사건을 다루기보다 총체적 분위기를 감싸 안는다. 그리곤 무작위로 뽑힌 에피소드들을 촘촘히 묘사하면서, 그 세목들을 전체의 분위기와 조응시킨다. 세목과 전체는 마냥 일치하는 게 아니다. 그것들은 때론 어울리고 때론 충돌하면서, 상황에 요철을 부여하고 의미의 씨앗들을 싹틔운다. 물을 주고 흙을 덮어 나무로 키울 몫은 독자들에게 돌아간다.
거대 구조 속에 갇힌 여린 지적 생명들이 고안한 새 시대의 리얼리즘이라 할 것이다. 젊디젊은 소설가는 글쓰기로 시대의 척후병이 되기를 자임하였다. 손바닥을 마주치는 까닭은 그가 적임이기 때문이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 정명교·구효서·이승우·김인숙·김동식)
◇1차 투표서 과반수 득표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지난해 12월부터 매달 독회를 거쳐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출간된 한국 소설 단행본 중 본심 후보작 18편을 추렸다. 이 중에서 최종심 후보로 김기태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희선 ‘247의 모든 것’, 박지영 ‘이달의 이웃비’, 서이제 ‘낮은 해상도로부터’, 이주혜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등 5편을 올렸다.
심사위원들은 지난달 26~27일 경기 양평에서 최종심을 열고 무기명 투표로 수상작을 결정했다. 심사위원 각자 한 편씩 작품을 써내면 과반수 득표 작을 선정하는 방식. 김기태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1차 투표에서 3표를 얻어 수상 영광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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