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풀어 서초·고양·의왕·의정부에 5만가구 공급
정부가 수도권 4곳에서 200만평이 넘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해 5만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를 조성한다. 서울에선 청계산입구역 주변인 서초구 원지동·내곡동·우면동 일대 그린벨트에 아파트 2만가구를 짓는다. 서울에서 주택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를 대거 해제한 것은 이명박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을 추진한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국토교통부는 ‘8·8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의 후속 조치로 서울 서초구와 경기도 고양·의왕·의정부시 등 4개 지역에서 688만㎡ 규모의 택지를 조성해 5만가구를 공급한다고 5일 밝혔다. 서울 서초구 서리풀 지구(221만㎡)가 2만가구로 가장 크고, 의왕시 오전동·왕곡동 일대(187만㎡)에 1만4000가구가 들어선다. 경기 북부엔 고양시 대곡역 일대(199만㎡) 9400가구, 옛 306보충대 부지를 포함한 의정부 용현 지구(81만㎡)는 7000가구 규모다.
◇‘서울 쏠림’ 해결하려 그린벨트 해제
신규 택지 4곳은 서울 강남권과 서울 경계에서 10㎞ 이내에 자리한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서울 강남권과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 지역에 가능한 한 많은 아파트를 공급해 서울로 쏠리는 주택 수요를 분산하고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계산이다. 정부는 애초 서울에서 1만가구 정도를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12년 만에 처음으로 그린벨트까지 해제하는 결단을 내리며 물량을 2만가구로 늘렸다. 국토부는 “이미 상당 부분 그린벨트가 훼손돼 환경적 보전 가치가 낮고, 공장·창고 등이 난립해 난개발이 우려되는 지역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신규 택지 4곳에서 2029년 첫 분양에 들어가 2031년 입주를 시작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또한 내년 상반기에도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 3만가구 규모의 택지를 추가 발표하기로 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안정적인 주택 공급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만큼 젊은 세대에게 합리적인 가격의 주택이 우선 공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서초구 물량 55%는 신혼부부 전세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곳은 단연 서울 서초구 서리풀 지구다. 서울 양재동과 경기도 판교 사이로, 중앙에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이 있는 입지다. 국토부는 신분당선 추가 역 신설을 검토하고, 양재역을 지나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C 노선과 연결되는 교통망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서리풀 지구에 역세권 고밀 개발을 통해 2만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1만1000가구(55%)는 서울시가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Ⅱ(브랜드명 미리 내 집)로 공급한다. 신혼부부가 전세 형태로 입주해 최장 20년까지 살 수 있고, 20년이 지나면 시세보다 최대 20% 저렴하게 분양받을 수 있는 아파트다.
고양시 대곡역 일대 신규 택지는 GTX-A 노선, 지하철 3호선, 경의중앙선 등 철도 노선 5개가 만나는 지점이다. 의왕시 오전동·왕곡동 일대는 2029년 개통 예정인 동탄∼인덕원선 및 GTX-C 노선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서울 도심 접근성을 더욱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의정부 용현 지구는 주변 군부대 때문에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곳이다. 2014년 말 해체된 306보충대 부지를 중심으로 7000가구가 공급된다.
◇7년 뒤 입주 목표, 토지 수용이 관건
정부는 2031년 첫 입주를 목표로 주택 공급 기간을 최대한 단축한다는 계획이지만, 그린벨트 개발은 예상보다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 ‘7년 뒤 입주’라는 정부 목표는 난관이 있을 수도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구 계획 수립과 토지 수용 등의 후속 절차에 얼마나 속도를 낼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가장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는 해당 지역 토지 소유주, 주민과의 마찰을 최소화해 토지 수용을 최대한 앞당기는 것이다. 특히 그린벨트 지역은 공시지가가 인근 시세보다 낮아 ‘헐값 수용’에 대한 소유주 반발이 크다. 실제로 3기 신도시의 경우 2018년 12월 후보지를 발표하면서 2021년부터 착공·분양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토지 보상이 늦어져 현재까지 주택 착공이 시작된 곳은 전체 물량(17만4122가구)의 0.7% 수준인 1285가구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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