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대출 조이기에 구멍?… 상호금융, 잇따라 금리 낮춰
정부가 2금융권으로 옮겨붙은 가계 대출 ‘풍선 효과’의 핵심으로 지목한 상호금융권이 잇따라 대출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일부 지역의 단위 농협과 새마을금고 등은 경쟁적으로 금리를 낮춰 대출 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통상 상호금융들의 대출 금리는 은행보다는 높은데, 현장에서는 시중은행 대출 금리보다 상호금융이 내놓은 금리가 낮은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엄격한 대출 조이기에 구멍이 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보다 2%p 낮은 대출 금리
이런 상황은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 재건축 단지에서 특히 불거지고 있다. 5일 농협은행 등에 따르면, 최근 광주광역시 북구에 있는 한 농협 지점은 둔촌주공의 첫 공식 잔금 대출 상품 금리를 연 4.2%(변동 금리)로 제시했다. 5일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변동)가 연 4.757~6.48%인 점을 고려하면, 많게는 2%포인트 낮은 셈이다. 새마을금고도 최근 서울지역본부가 산하 단위 금고에 대출 금리 하한선을 연 4.3%로 정해 통보했다. 역시 시중은행 금리보다 0.4%포인트 이상 낮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일부 단위 금고에서 금리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있어서 자제시키고자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은행권이 둔촌주공 주민들에게 제시할 대출 금리는 대부분 연 5%대에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변동 대출 금리로 연 5%대의 잔금 대출을 모집할 예정으로, 막바지 검토에 들어갔다. 물론 급여나 적금을 이체하고 일정 금액 이상 카드를 사용하면 금리를 최대 1%포인트 낮출 수는 있다. KB국민은행 등도 비슷한 수준에서 금리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를 낮출 여력은 있지만, 금융 당국 압박이 있다 보니 연 5%대로 정하려고 한다”고 했다.
◇8조원 최우량 고객 외면할 수 없어
상호금융권의 중앙회들은 금융 당국 압박에 대출 축소 방안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이날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하고, 생활 안정 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또 40년인 잔금 대출 만기를 다른 상호금융권처럼 30년으로 줄이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농협과 신협도 지난 9월 수도권 소재 다주택자 대출을 금지했고, 수협중앙회도 조만간 다주택자의 생활 안정 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전국 단위 조합에 발송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지역 단위 상호금융들이 공격적으로 대출 영업에 나서는 것은 둔촌주공 단지와 같은 돈 되는 영업 현장을 외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이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1만2000여 가구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모든 가구가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출 금액은 8조3957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 8월 역대급으로 늘어난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9조원)과 맞먹는다. 한 상호금융 관계자는 “둔촌주공에 입주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신용도가 높고 돈 떼일 가능성이 낮다 보니 지역 단위 금고에서는 큰 기회로 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연 4.2%로 대출 금리를 내려도 역마진도 아니고 전혀 손해가 나지 않는다”며 “단위 농협에서 금리를 낮추더라도 고객을 대거 유치하는 일종의 박리다매 전략으로 대출을 실행하면 자산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지역 단위 농협에서 대출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중앙회 “수천 개 일일이 다 들여다볼 수도 없어”
금융 당국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지난달 15일 상호금융·보험·저축은행 등 2금융권 실무자들을 불러 가계 부채 점검 회의를 개최하는 등 압박을 했는데도 구멍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우리가 상호금융권에 수차례 대출을 자제하라고 했지만, 그렇다고 단위 농협의 대출 금리 상황까지 일일이 다 들여다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상호금융 중앙회들도 마찬가지다. 한 상호금융 관계자는 “지역 단위 상호금융은 각자 대출을 실행할 여력이 되는 상황이다 보니 대출을 하는 것이고, 엄밀히 말하면 독립 법인인데 중앙회가 대출하지 말라고 강제하면 재산권을 침해하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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