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권퇴진 단체들과 거리나서지만 “탄핵 주장 안 한다”는데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일 서울역에서 장외투쟁을 하더니 이번 주말에는 야권 성향 단체들과 도심에서 집회를 하기로 했다. 민주당 의원 일부가 좌파 단체들이 주도하는 정권 퇴진 집회에 참석한 적은 있지만 당 차원에서 공동 집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은 공동 집회의 목적이 특검법 수용 촉구일 뿐 좌파 단체들이 말하는 정권 퇴진이나 탄핵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가 참여하는 집회는 탄핵을 하자는 집회가 아니다”라며 정권 퇴진 단체들이 아닌 다른 시민단체들과 집회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주말에 집회를 주관하는 단체 이름이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본부’다. 여기에는 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민중행동 등 43개 좌파 성향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4일 ‘윤석열 정권 퇴진 총궐기 선포’ 기자회견에서 “총궐기를 시작으로 윤석열 정권 퇴진 광장을 열어낼 것”이라며 장외 집회와 심야 촛불 행진을 예고했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우파 단체들도 같은 날 맞대응 집회를 열 예정이어서 충돌 우려도 있다.
정권 퇴진을 주장하는 단체들과 거리를 두고 별도로 집회를 하겠다는 것은 말장난에 가깝다. 장외투쟁은 하지만 정권 퇴진 운동은 안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수만 명이 모이는 거리 집회에서는 강경한 주장이 힘을 얻고, 특검 수용 같은 구호는 뒤로 밀린다. 결국 민주당이 좌파 단체들과 거리에서 손을 잡기 시작하면 그다음에는 정권 퇴진과 탄핵을 위한 장외투쟁으로 이어진다.
민주당은 오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처리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재의결이 안 되면 다시 투쟁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일부 의원은 ‘윤석열 탄핵 준비 의원 연대’를 공식 출범시키기로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불참한다지만 참여 의원이 40여 명이라고 한다. 이들은 시민단체와 연대하고 ‘탄핵 이후’를 대비하는 연구 모임도 만들기로 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최근 성명에서 “롱패딩을 준비하겠다”며 장기 투쟁을 예고한 대로 움직이고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싶은 속내가 굴뚝 같은데 자칫 역풍이 불까봐 대놓고 탄핵 소리를 꺼내기는 겁이 나는 모양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정권 퇴진을 외치는 단체들과 사실상 함께 거리에 나서며 “탄핵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변명을 늘어 놓는 건 눈가리고 아웅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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