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기업인들은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는 처칠의 말 명심할 때
“세계 경제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경기 침체가 올 것 같다던데….”
필자를 비롯한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코리아 파트너들이 컨설팅 현장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질문들 중 하나다. 특히 주요 기업 C레벨 임원들의 가장 큰 고민과 관심은 ‘거시(巨視)’라는 키워드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전 세계가 하나가 된 지금 거시 환경의 변화가 촉발하는 리스크의 횟수와 강도는 더욱 빈번하고 강력해졌다. 코로나19 이후 아직 수습과 회복 과정에 있는 가운데 여러 기관의 경제 전망, 그리고 미 연방준비제도 보고서나 연준 인사들의 코멘트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여기에 지구 반대편 국가들의 전쟁과 불안정한 공급망, 글로벌 기업들의 구조 조정 격화, 실업률 증가 우려 등은 CEO들의 ‘톱 마인드’에서 ‘거시’라는 키워드가 벗어날 수 없는 이유다.
BCG 내부의 싱크탱크인 브루스헨더슨연구소(BHI)는 지난 9월 연준이 4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하기 전에 ‘다시 살펴보는 경기 침체 리스크’라는 보고서를 내고 현 상황을 경기 침체가 아닌 긴축의 시대로 진단했다. 이 보고서에서 강조한 내용은 구조적 긴축 상태에서도 자본 지출 증감, 생산성 향상 및 실질임금 변화 등 여러 지표를 면밀히 관찰해 기업의 기회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요즘 경기 상황을 지나치게 어둡게 보는 경향이 있다. BCG가 최근 기업 경영진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0% 이상은 지난해 위기나 혼란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80%는 리스크를 주로 부정적이거나 중립적으로만 보고 기회 요소를 간과하고 있었다.
작금의 ‘상시 위기 시대’에는 위험 요인을 동전의 양면으로 보고, 부정적 인식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가치 창출의 기회로 삼는 ‘사고의 전환’이 중요하다. 기업은 기존의 위험을 인식하고 손실을 절감하는 대응 전략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조직 내에서 위험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위험 국면에서도 가치 창출이 가능한 측면을 고려하는 전략을 내부에 심어야 한다.
위험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켜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을 가동한 기업들은 팬데믹이라는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도 빛을 발했다. 피트니스 장비와 온라인 피트니스 콘텐츠를 제공하는 미국 기업 ‘펠로톤 인터랙티브’는 팬데믹으로 헬스장이 문을 닫는 위기 상황에서 가정 내 피트니스 수요 증가를 새로운 기회로 삼아 크게 성장했다.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 헬스장이 재개하면서 수요 감소에 직면한 펠로톤은 과잉 생산으로 재정 부담이 가중돼 한때 실적 악화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구독 서비스를 확대하고 생산 모델을 구독 서비스에 맞게 확대했으며, 다양한 유통 채널도 확보해 위기를 넘기고 안정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펠로톤의 조직에는 위기를 부정적으로만 여기지 않고 기회로도 인식하는 DNA가 새겨진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단순하고 흔한 명제와 긴축의 시대 또한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은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이제 이 조언을 발전시켜 위기를 재정의하고 싶다. “절호의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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