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괴물’이 된 대장동 재판

최원규 논설위원 2024. 11. 6.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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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된 대장동 증인만 148명
2~3년 지나야 1심 선고 나올 듯
내년 2월엔 재판장도 교체 대상
재판장, 교체 미루고 선고 끝내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세간의 관심은 이달 중에 나올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위증 교사 사건 1심 선고에 쏠려 있다. 이 사건들도 가볍지 않지만 이 대표의 핵심 의혹은 ‘대장동’과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이다. 4895억원 배임, 800만달러 대북 송금 혐의는 사실이면 중죄(重罪)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두 사건 1심 선고는 언제 나올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작년 3월 기소된 대장동 재판은 절반도 진행되지 않았고, 지난 6월 기소된 대북 송금 재판은 이제 시작이다. 진실이 빨리 가려지길 바라는 이들에겐 답답한 상황이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대장동 재판은 대장동 외에 위례 개발 비리,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 4개 사건이 병합돼 있는데 이제껏 위례 부분만 다루다 지난달에야 대장동 사건 심리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 대표 측이 대장동과 관련한 검찰 측 증거에 동의하지 않아 법정으로 불러 신문해야 하는 증인만 148명에 달한다. 한 재판부가 1년간 재판할 수 있는 기간은 휴정기 등을 빼면 40~45주 정도이고, 증인 신문은 보통 한 재판 기일에 2~3명 정도 한다. 결국 거의 1년간 일주일에 두 번씩 재판하면서 증인 신문을 해야 대장동 부분을 끝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성남FC 사건도 마찬가지다. 성남FC에 불법 후원금을 준 혐의로 기소된 전직 기업 임원들은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따로 재판받고 있는데 이를 보면 어느 정도 예견이 가능하다. 이 재판에 신청된 증인은 무려 470여 명이다. 피고인들이 성남시와 기업 사이에 오간 공문, 이메일을 증거로 쓰는 데 반대한 탓이다. 피고인이 부동의한 증거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검찰로선 이를 증거로 인정받으려면 이메일 작성에 관여한 이들을 법정에 세워 증언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대표가 이런 식으로 증거에 부동의하면 재판은 하염없이 늘어질 것이다.

이미 법원 안팎에선 대장동 1심 선고가 나오려면 앞으로 2~3년은 더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심 선고에만 4년가량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판사들 사이에선 “대장동 사건은 처리가 어려운 괴물이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대북 송금 재판은 이제 시작이라 더 말할 것도 없다.

더 큰 문제는 두 사건 재판장이 내년 2월 교체 대상이라는 점이다. 잦은 재판장 교체가 재판 지연을 초래한다는 지적에 따라 대법원은 올해 내규를 바꿔 재판장 교체 주기를 2년에서 3년으로, 배석판사는 1년에서 2년으로 늘렸다. 하지만 두 사건 재판장은 내규 개정 전에 재판장이 돼 소급 적용을 받지 않는다. 재판장이 바뀌면 사건 파악에 시간이 걸려 재판은 또 늘어질 것이다.

이 대표는 이 사건들이 다 “조작”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대표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는 대북 송금 관여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부지사가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 몰래 이런 일을 할 수 있나. 이 대표가 대선에 나오려면 적어도 이 의혹들은 해소돼야 한다. 아니면 큰 사회적 혼란이 벌어질 것이다.

이를 막으려면 재판장들이 책임지고 선고한다는 생각을 갖고 신속하게 재판하는 수밖에 없다. 법원 내규엔 ‘중요 사건 처리 등을 위해 교체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이 있다. 자신이 선고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못 할 게 없다. 이 상황까지 온 데는 수사 기록만 수백 권에 달하는 ‘트럭 기소’(대장동)와 ‘늑장 기소’(대북 송금)를 한 검찰 탓도 크다. 검찰도 불필요한 내용 줄이고 핵심 증거 위주로 다퉈야 한다. 이 대표도 사건이 조작됐다면 신속 재판에 협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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