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214] 인천 무의도 영양바지락밥
바지락은 어촌은 물론 어민들 곳간을 책임지는 고마운 조개다. 바지락은 서해와 남해의 모래 갯벌을 제외한 대부분 바닷가에 서식한다. 배가 무시로 드나드는 옴팡진 포구에서, 제주 바다가 돌 틈에서도 자란다. 바지락의 생명력을 보면 어민들 삶과 닮았다. 바지락이 없었다면 오늘날 어촌이 있었을까. 조기가 떠난 바다를 대신해 갯벌에 서식하는 바지락에 기대어 사는 어촌 마을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마을 어장에 바지락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어촌 체험이 결정될 정도로 존재감이 크다. 바지락은 갯벌 생태계에서 수질 정화 기능을 하는 조개류의 중심이다. 여기에 칼국수, 죽, 무침, 국 등 다양한 음식과 아주 잘 어울린다. 인천 무의도에서 바지락 칼국수, 바지락 회무침도 아닌 ‘바지락 밥’을 만났다.
무의도는 인천공항에서 아주 가까운 섬이다. 가끔 긴 일정으로 외국에 갔다가 귀국해 집으로 가는 길에 빠져나와 그리운 음식을 맛보는 곳이다. 용유도와 무의도를 잇는 무의대교가 개통되면서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주변 소무의도와 인도교로 이어져 있고, 바닷물이 빠지면 실미도를 걸어서 오갈 수 있다. 실미도는 영화의 배경이 된 섬이다. 무의도와 실미도 사이 갯벌은 바지락이 서식하기 좋은 혼합 갯벌이다. 이곳에서 바지락을 채취하고, 갯벌 체험을 하기도 한다. 겨울철에 자연산 굴을 채취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바지락 음식은 칼국수다. 전국에 바지락 칼국수를 내놓는 식당이 있어 많은 바지락이 소비된다. 바지락을 이용해 일찍부터 만들어 먹었던 음식은 바지락 죽이다. 봄철에는 싱싱한 바지락이나 살짝 데친 바지락을 봄 채소와 무쳐서 밥과 비벼 먹는 바지락 회 비빔밥이 인기다. 하지만 통영 굴밥처럼 바지락을 넣어 밥을 짓는 경우는 드물다. 가정식이 아니라 식당에서 바지락 밥을 만들어 내놓는 곳은 더욱 찾기 어렵다. 바지락 밥을 지을 때는 먼저 바지락 살을 식용 기름에 반쯤 익힌다. 그리고 익힌 살을 건져 내고, 남은 육즙을 물과 섞어 밥을 짓는다. 마지막 뜸을 들일 때 삶아 놓은 바지락과 버섯이나 채소를 넣는다. 여기에 양념장을 올려 비벼 먹으면 된다. 이를 영양 바지락 밥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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