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시론┃문화·예술]자연스럽게 한발 멈춰,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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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저차하니 11월이 왔다.
10월 세상도 참. 이상기온·선거·수상·전쟁 위협 등 각종 특보와 속보들이 난무했다.
작년 연출로 참여한 노벨문학상 수상자 헤롤드 핀터의 진실과 거짓의 이야기인 연극 '컬렉션'에 이어 올해는 뒤렌마트의 소설 '사고'를 희곡으로 만들어 '트랩'의 각색자로 참여하고 나니 한껏 가을이다.
한글의 'ㅇ'과도 같이 생긴 지구의 10월은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발표와 함께 지구를 온통 한글로 덮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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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저차하니 11월이 왔다. 10월 세상도 참…. 이상기온·선거·수상·전쟁 위협 등 각종 특보와 속보들이 난무했다. 자연스러움을 잊고 덧대어 밀려 살고, 살아지고 있는 가운데 또 가을이다. 한 발 멈춰서 한 번의 숨을 쉬며, 시간의 흐름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이런 생각, 이 가을에 나뿐만은 아니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얼마 전 세종문화예술회관 S씨어터에서 서울시극단 공연 ‘트랩’ 각색자로 공연을 마쳤다. 작년 연출로 참여한 노벨문학상 수상자 헤롤드 핀터의 진실과 거짓의 이야기인 연극 ‘컬렉션’에 이어 올해는 뒤렌마트의 소설 ‘사고’를 희곡으로 만들어 ‘트랩’의 각색자로 참여하고 나니 한껏 가을이다. 연이은 작업의 화두는 사람. 사람이 만들어내는 거짓과 진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아 성찰을 논하고 작품의 인물들을 통해서 세상의 현상들을 꿰뚫어 보고자 했다.
현대의 고전작가라 불리며 핵무기 반대와 세계 평화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던 뒤렌마트는 “어떤 영웅적 결단도 내릴 수 없는 현대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반성 이외는 없다”고 말했다. 사람으로 인해 썩어 들어갈 것 같은, 마치 비명 같은 뉴스들 사이에 혼미한 정신을 잡고 살기 힘들다 보니 결국 존재하는 모든 예술이 자신만의 작품으로라도 해방구를 찾고 있는 모양이다.
자연스럽게 한발 멈춰, 숨. ‘휴∼’. 한 박자 쉬고 난 뒤 그의 작품을 접하며 나는 ‘반성’하는 가을이 되고 있는가 되짚어 본다.
한글의 ‘ㅇ’과도 같이 생긴 지구의 10월은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발표와 함께 지구를 온통 한글로 덮어 버렸다. 속 시원했다. 기뻤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과 그의 문학이 거지 같은 뉴스들을 덮어 버려 살 것 같다. 얼마 만에 만나는 청량한 뉴스인지.
세상 공기를 확 바꿔버린 속보가 떴을 때 당시의 단상은 이러했다. 세종문화회관 공연장으로 가기 위해 기차에서 내리던 중이었다. 책장에 없는 작가의 작품을 기념으로 구매하려 청량리 서점을 가려다 좀 더 큰 광화문 서점으로 향했다. 인터넷으로 편하게 구매도 하지만 아직은 서점의 책장 속을 돌아다니는 것을 즐기기에 서점으로 걸어가는 길 발걸음은 가벼웠다.
속보를 접한 그 삼십여 분 사이, 서점 안의 풍경은 평소와 사뭇 달랐다. 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과 나뭇잎 사이 빛나는 햇살이 가득한 듯한 ‘싱그러운’ 그리고 ‘활기찬’ 공간처럼 느껴졌다. 발 빠른 신문사와 방송국 카메라들이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었고 직원분들은 날아다니는 듯했다. 사람들도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서점으로 달려왔는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지나는 발걸음과 손길들이 바빴다.
그런데 벌써, 없다. 인터넷 구매도 늦었다. 참 빠르다. 역시 한국인이라는 생각과 함께… 쉼표 하나. 자연스럽게 한발 멈춰, 숨. ‘휴∼’. 한 박자 쉬니 늦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읽지 뭐. 책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올 하반기는 쉼표를 찍으며 보내려 한다. 많은 발견을 할 수 있을 듯하다. 더불어 11월은 부디 청량한 뉴스가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그리고 한강 작가의 이야기 나온 참이니 연기의 기본을 알고 싶다면 한강의 ‘어깨뼈’를 읽을 것을 권유해 본다.
“사람의 몸에서/가장 정신적인 곳이 어디냐고/누군가 물은 적이 있다/그때 나는/어깨라고 대답했어/쓸쓸한 사람은/어깨만 보면/알 수 있잖아/긴장하면 딱딱하게 굳고/두려우면 움츠러들고/당당할 때면 활짝 넓어지는 어깨지/당신을 만나기 전/목덜미와 어깨 사이가/쪼개질 듯 저려올 때면…(중략)”(한강 ‘어깨뼈’ 중)
■ 변유정 연출가 △SCOT인터내셔널 아티스트 △문화체육관광부 젊은예술가상(연극 부문) △대한민국연극제 대상·연출상 △자랑스러운강원여성상 △강원도 적극행정위원 △춘천시 문화예술진흥위원 △제28회 대한민국청소년연극제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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