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석 회장 야심작 '디딤펀드', 출시 한 달 성적표 '부진' 왜?
신규 상품 선보인 운용사 15곳 설정액, 40억원에 그쳐
TDF와의 차별성 부족·한정된 판매처 등 이유
[더팩트ㅣ이라진 기자]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주도로 탄생한 디딤펀드가 출시된 지 약 한 달 된 시점에서 총 설정액이 40억원에 그치는 등 부진한 성적표를 냈다. 업계에서는 기존 연금 상품과의 차별성 부족, 한정된 판매처 등을 부진의 이유로 꼽고 있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디딤펀드 출범에 맞춰 신규 펀드를 출시한 운용사 15곳의 설정액은 총 24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흥국자산운용이 모그룹 계열사에서 확보한 초기 설정 자금 200억원을 제외하면 총 40억원에 불과하다.
삼성자산운용이 14억원으로 1위, 흥국자산운용이 초기 설정 자금을 제외하고 6억원으로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신영자산운용이 4억원대로 각각 3, 4위를 기록하는 등 선두권에 있지만, 자산운용사 15곳 중 7곳의 설정액은 1억원 미만에 그쳤다. 해당 7곳은 KB자산운용, 하나자산운용, IBK자산운용,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등이다.
디딤펀드는 주식·채권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해 안정성을 확보하고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밸런스드펀드(BF) 상품이다. 금투협과 운용업계의 공동 브랜드로, 기존 타깃데이트펀드(TDF) 퇴직연금 시장에서 BF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금융투자협회의 주도 하에 자산운용사 25곳이 9월 25일 1개씩 공동 출시했다. 이 중 10곳은 기존 펀드를 리뉴얼했고, 15곳은 신규 상품을 선보였다. 각 운용사들은 최근 릴레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각사의 노하우가 담긴 특화된 상품을 알렸다.
디딤펀드는 서유석 금투협회장의 야심작으로 꼽힌다. 서 회장은 선거 후보 시절 디딤펀드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선 이후 1년 이상 준비한 끝에 출시됐다. 서 회장이 '디딤'이라는 공동 브랜드명을 직접 짓기도 했다.
서 회장은 지난달 16일 디딤펀드 출범식에서 "퇴직연금의 스테디셀러인 자산배분형 BF는 연금 투자의 근간이지만 과거 우리나라에서 소외됐었다. 디딤펀드 출시는 이 BF를 중심으로 가져오고자 하는 우리 모두 노력의 결과이며, 펀드 시장 안착을 위해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각국의 금리 인하 기조 등 여러 요인으로 연금 시장에 자금이동 수요가 일어날 때, 디딤펀드가 견조한 수익률을 창출하면 상당 금액을 고변동성 상품이 아닌 자산배분 상품으로 유입하는 경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같은 서 회장의 야심찬 추진과 전망에도 디딤펀드를 출시한 지 약 한 달 가까이 된 시점에서 디딤펀드는 부진한 성적표를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디딤펀드가 퇴직연금계좌 적립금의 100%까지 투자할 수 있지만, 기존 자산배분형 펀드와 차별점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또한 대표적 위험자산인 주식 비중을 50% 미만으로 목표치를 설정하는 조건 등으로 TDF 대비 낮은 수익률이 예상되는 점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TDF는 최근 퇴직연금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디딤펀드 판매처가 증권에 한정돼 있다는 점도 부진의 이유로 꼽힌다. 올해 3분기 기준 퇴직연금 사업자의 적립금 상위 10개사 중 미래에셋증권, 현대차증권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은행, 보험이다. 아울러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 옵션) 승인이 이뤄지지 않아 당장 성과가 나오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시장 내 디딤펀드 인지도가 없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금투협이 출시 전 '디딤펀드 슬로건‧숏폼 영상 공모전'을 진행하고 자산운용사들이 참여한 디딤펀드 소개 릴레이 기자간담회를 열며 마케팅에 공을 들였음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수요를 끌어내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자산운용사 25곳이 내놓은 디딤펀드 상품들 간에 차별점이 없다는 시각도 내놨다. 디딤펀드 25종 중 ETF를 주력으로 분산투자하는 EMP(ETF 자문 포트폴리오) 펀드가 7종을 차지하는 등 투자 전략에 있어 크게 다른 점이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존에 이미 운용하던 펀드를 디딤펀드 요건에 맞게 다듬은 디딤펀드 상품 10종의 투자 종목과 투자 전략이 리뉴얼 전과 큰 차이가 없다는 비판의 시각도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기존 연금 상품인 TDF와 차별성 부족, 신규 출시로 인한 펀드 인지도 등 첫 달 전체적인 자금유입액은 부진한 부분이 사실이다"라면서도 "장기적인 운용 성과가 축적되고 성과를 바탕으로 디폴트옵션 편입, 판매사 확대, 제도적 지원 등 기대할 수 있는 이벤트 부분이 있어 퇴직연금 시장의 특성상 장기적인 관점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aj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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