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지구, 강남·서초 아파트 8% 늘리는 셈"
"서울 2만가구…장기적으로 공급 효과 기대"
"단기 영향 제한적…서리풀 외엔 수요분산 한계"
보상 쉽지 않아…사업기간 단축 여지도 '글쎄'
정부가 △서울 서리풀 △경기 고양대곡 역세권 △의왕 오전왕곡 △의정부 용현 등 5만가구를 공급할 수도권 신규택지 후보지를 공개했다. 서울에 2만가구, 나머지 지역에 3만가구가 공급된다. ▷ 관련기사: '서리풀·대곡·오전·용현' 6.9㎢ 새 택지에 5만가구(11월5일)
국토교통부는 지난 5일 '8·8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의 후속 조치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수요가 많은 서울 및 수도권지역 내 공급을 통해 집값 상승을 억제하고 가격 안정화를 꾀하기 위함이다. 정책 효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이라고 판단했다.
본격 입주까지 10년 안팎 걸리는 만큼 단기적으로 시장가격 안정화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으리라고 봤다. 다만 서울 공급 물량이 당초 예상됐던 1만가구를 넘어서는 수준인 데다, 멸실 없이 2만가구가 공급된다는 점에서 공급시기 해당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클 것으로 봤다. 현재 강남, 서초에 공급된 아파트 물량의 8%를 넘어서는 규모기 때문이다.
강남·서초 공급물량의 8% 수준…"시장 임팩트 클 것"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강남에 2만가구가 공급된다는 점은 영향이 클 것이다. 현재 강남 아파트는 14만가구, 서초는 10만가구로 2만가구면 이 두 곳 물량의 8%를 넘는 공급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대 재건축인 1만2000가구 규모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도 순증한 (분양) 규모는 3000가구 내외로 실 공급량은 20~3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라며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멸실 없이 2만가구가 늘어나는 것은 임팩트(영향)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국토부 기대와 달리 단기 집값 안정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좋은 위치에 양질의 주택이 공급된다는 믿음을 주면 무리하게 주택 구입을 서두르는 가수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5년 후 공급(분양) 된다는 믿음이 시장에 형성되면 현재 시장 대응에도 충분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실제 입주까지는 10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공급 효과가 단기적으로 주택가격 안정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특히 서리풀(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공급 지역들은 서울 수요를 분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면서 "전체 주택가격 안정화 관점에서는 2만가구보다 더 많은 물량이 필요하다. 신규 지정이나 재건축, 재개발을 병행하는 등 더 적극적인 공급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지자체별 특화계획이나 주변 연계개발을 지자체와 협의해야 하거나 2026년 지구지정 및 지구계획 수립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택지보상 등을 고려하면 내년과 내후년 수도권 아파트 준공 물량 부족 문제를 당장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고, 집값 안정 효과도 장기간 발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은 "내년, 내후년 입주 물량 감소가 크고, 높아지는 전세 가격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단기적으로 집값 불안을 잡기는 어렵다"고 했다.
5년 뒤 분양, 2031년 입주 가능할까
국토부는 2026년 상반기 신규택지 지구지정을 마무리하고, 5년 뒤인 2029년 분양을 시작해 2031년 첫 입주하는 것을 목표로 밝혔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지구지정 전 보상 조사를 착수하고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조기화하는 등 행정절차를 단축해 공급 시기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송 대표는 "행정적인 절차를 단축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만큼 개발 과정에서 환경단체를 비롯해 보상 부분, 문화재 등 공급 기간이 늘어날 수 있는 부분들이 산적해 있어 실제 기간 단축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예상보다 실제 공급 시기는 더 미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 위원은 "일자리, 교통까지 완비된 지역들을 고르려다 보니 좋은 입지를 선정할 수밖에 없고 결국 땅값이 비싼 지역이어서 보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서초 지역은 토지가만 평당 3000만원 이상인데 그린벨트 해제 기대감에 이미 4000만~5000만원까지 오른 곳도 있어 보상이 더 더디게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성배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은 "전체 사업 기간을 2~3년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아니고 보상에 걸리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보상 준비 기간 몇 개월, 지구계획 조기화를 통해 또 몇 개월을 단축하면 총 분양시기를 1년 정도 앞당길 수 있다"며 "행정절차를 효율화하면 전체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의 공급 조기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입주시점이 1기 신도시 재건축, 3기 신도시와 맞물리며 공급물량이 과도하게 몰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윤수민 위원은 "공급이 너무 몰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공급물량이 많아지는 만큼 장기적으로 주택가격 안정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가격 안정화를 위해서는 공급량으로 시장을 누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고양 대곡' 지역이 일산 1기 신도시 재건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에서 보다 가까운 지역에 대단지가 공급되는 만큼 집값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위원은 "일산신도시와 서울 사이에 1만가구 가까이 공급되면 일산 수요가 그쪽으로 옮겨가면서 일산지역 집값이 내려가는 등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양 대곡은 일산보다 가까운 위치에 대단지가 공급되는 만큼 일산 재건축에 긍정적이지는 않다"면서 "다만 신규택지보다 정비사업은 '공사비'가 사업추진 속도의 관건인 만큼 그 부분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과 의왕을 제외한 고양, 의정부 신규택지의 경우 자족 기능을 갖추기 위한 개발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서초지역은 '양재 AI미래융합혁신지구' 지정 등 대규모 도시개발로 일자리가 늘어나는 만큼 배후주거 단지로서의 기능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의왕 오전왕곡 역시 군포 공단이 근처에 위치해 신규택지 공급 지역으로 적절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고양시 대곡역세권과 의정부 용현의 경우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부족하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이 같은 자족 기능을 갖춰 '베드타운'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브리핑 자리에 참석한 이동환 고양시장은 "개발제한구역, 과밀억제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중첩된 규제로 특례시 도시 위상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일자리, 자족기능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자족성 부분을 반드시 담아 개발하는 것으로 협의했다. 기업 유치환경은 충분히 갖췄기 때문에 이번 개발을 통해 오겠다는 기업들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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