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들의 마음을 얻어라” 공룡들 34세 포수 향한 호부지 특급조언…기 살리기, 차기주장 ‘예약’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박)세혁이가 선수들 사이에서 소통도 잘 하고, 평판이 좋더라고요.”
NC 다이노스 이호준 감독은 지난달 24일 창원NC파크에 첫 출근해 취재진과 만나 위와 같이 말했다. 2025시즌 주장 후보로 박민우와 박세혁을 꼽으면서, 박세혁에 대한 구단 내부의 평가가 좋다고 설명했다.
결국 NC의 2025시즌 주장은 박민우로 결정됐다. 이호준 감독은 지난달 31일 취임식에서 “첫 해는 박민우가 어쨌든 날 많이 알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다가가는 속도가 빠를 수 있겠다 싶었다. 원클럽맨이고, 젊은 친구들에게 NC의 문화를 이식시켜줄 수 있는 선수다. 내가 뭘 정확히 원하는지 안다. 민우를 먼저 주장으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그렇다고 박세혁이 박민우보다 주장 감으로 부족하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오히려 이호준 감독은 박세혁과 전화통화를 하며 좋은 점을 더 많이 발견했다. “세혁이도 좋은 생각을 갖고 있더라. 좋은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생각이 일치하더라. 고민 많이 했다”라고 했다.
이호준 감독은 고민 끝 박민우를 2025시즌 주장으로 결정했지만, 박세혁에게도 주장을 맡겨볼 뜻을 드러냈다. “세혁이가 민우 다음에 주장을 한번 하면 좋겠다”라고 했다. 박세혁이 어쩌면 2026시즌 주장을 맡을 듯하다.
박세혁은 2022-2023 FA 시장에서 NC와 4년 46억원 계약을 맺었다. NC가 양의지를 두산 베어스에 내주면서 급하게 데려온 경향이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전임 감독은 2023시즌 중반부터 군 복무와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거포 유망주 포수 김형준을 적극 중용하면서, 박세혁의 입지가 애매해졌다.
올 시즌은 아예 김형준 주전-박세혁 백업 체제를 굳혔다. 외부에서 FA로 영입한 베테랑을 백업으로 쓰는 팀은 거의 없다. 그만큼 전임감독의 포수진 운영은 파격적이었다. 포수 출신이라서 김형준의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했을 순 있다.
어쨌든 박세혁은 지난 2년간 기를 제대로 펴지 못했다. 작년 88경기, 올해 82경기 출전에 그쳤다. 올 시즌에는 타율 0.264 1홈런 10타점 21득점 OPS 0.682. 전형적인 수비형 포수지만, 포수치고 발이 빠르다. 통산 16개의 3루타가 눈에 띈다.
그러나 이호준 감독은 1군 주전-백업 구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계획이다. 박세혁에게도 기회가 열렸다. 이호준 감독은 박세혁에게 직접 건넸던 얘기 하나를 소개했다. “경기에 많이 나가려면, 투수들에게 마음을 얻어라”다.
박세혁이 지난 2년간 NC 투수들의 마음을 못 얻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이호준 감독은 박세혁이 좀 더 경기에 나가라면 더 노력해주길 바랐다. 연습을 더 하라는 소리가 아니다. 이를 테면 스프링캠프에서 투수들에게 공을 받아도 더 많이, 더 정성껏 받아주고 피드백도 더 자세히 해주며 다가가길 바랐다.
투수들이 먼저 찾는 포수가 된다면, 이호준 감독은 자연스럽게 박세혁의 출전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반면 투수들이 김형준을 원하면 김형준을 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투수가 예민하기 때문에, 최대한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호준 감독은 주전구도에 대해선 디테일하게 얘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스프링캠프에서 박세혁을 제대로 지켜보겠다고 했다. 김형준에게 자연스럽게 긴장감이 조성될 전망이다. 내년 NC 안방에 박세혁의 지분이 좀 더 늘어날 수 있다. 영원한 자기 자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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