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 ‘손맛’ 전수… “구성원 연대 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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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밥상의 핵심인 장 담그기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오를 전망이다.
유네스코 평가기구는 장 담그기가 가족의 고유한 정체성을 반영하는 점, 명인과 마을 공동체도 전승에 기여하고 장 담그기 전통이 문화적 관습으로 이어진 점에 주목했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 정부간 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는 5일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를 심사해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를 위한 기준을 만족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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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마을공동체도 전승 기여
문화 관습으로 이어진 점 주목
“공동체 평화·소속감 조성 기대”
삼국사기에 장 관련 첫 기록
콩 발효 문화권서도 독창적
평가기구는 “장은 된장, 간장, 고추장과 같은 발효 장류로 한국 식생활의 근간을 이룬다”며 “장 담그기에 관련된 지식과 기술은 가족 내에서 전승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은 가족의 정체성을 반영하며 가족 구성원 간의 연대를 촉진한다”며 “일부 가정에서는 시간이 지나도 음식의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수십년 동안 숙성된 간장을 보관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유네스코 측은 장 담그기가 문화적 관습을 만들어낸 점도 언급했다. 평가기구는 “가정에서는 장의 성공적인 발효와 숙성을 위해 부적을 사용하거나 의식을 치른다”며 “한국인은 장의 건강 효능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적었다. 장 담그기가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면 대두 생산이 늘어나 지속 가능한 농업 발전에 기여하고 공동체의 평화와 소속감을 조성할 것으로 평가기구는 기대했다.
장은 역사 속에서 한국인의 밥상을 책임져 왔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운영하는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장과 관련한 기록은 1145년 편찬된 역사서 삼국사기에 처음 나온다. 신문왕(재위 681∼692년) 대의 기록에는 683년 왕비를 맞이하면서 보내는 납채(신랑집에서 신붓집에 혼인을 구하는 의례) 품목에 ‘장’이 포함돼 있다. 조선시대에는 왕실에서 장을 보관하는 창고인 장고를 두고 장고마마라 불린 상궁이 직접 장을 담갔다.
이런 가치를 인정받아 장 담그기는 2018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장은 한 집안의 역사와 전통을 상징한다. 일부 집안에서는 대대로 씨간장을 보관하거나 장독 주변에 나쁜 기운이 들어가지 않도록 금줄을 치고 버선을 거꾸로 붙여놓는다.
콩을 발효해 먹는 문화권 안에서도 한국의 장은 독특한 것으로 평가된다. 메주를 띄운 뒤 된장·간장 두 가지 장을 만들고, 씨간장에 새로운 장을 더하는 방식은 한국만의 독창적인 문화로 여겨진다.
인류무형문화유산 제도는 문화 다양성의 원천인 무형유산의 중요성을 알리고 무형유산 보호를 위한 국가적·국제적 협력과 지원을 도모하기 위해 유네스코가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 프랑스 등에 이어 세계 5번째로 많은 인류무형문화유산 종목을 보유한 국가로 분류됐다. 이 때문에 다등재국 심사제한(2년에 1건 심사)을 받고 있다. 2026년에는 ‘한지 제작의 전통 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이 등재에 도전한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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