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 지구 ‘육아친화단지’로… 주택 55% 신혼부부 공급 [수도권 5만호 신규택지 조성]

이강진 2024. 11. 5.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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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추진계획 보니
서초, 1만1000가구 ‘미리 내 집’
아이 낳으면 최장 20년까지 거주
고양 대곡, 복합환승센터 구축
의왕 오전왕곡, 자족기능 확보
의정부 용현, 법조타운 등 연계
장기적 집값 안정에 도움 전망
단기 공급 대응책은 지속 필요
이명박정부 당시인 2012년 이후 12년 만의 서울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로 조성되는 서초구 서리풀 지구는 ‘미래 세대’에 방점을 둔 신규 택지 조성 방침에 발맞춰 ‘육아친화주거단지’로 조성된다. 새로 공급되는 가구의 절반 이상을 신혼부부를 위한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해 공공성을 유지하는 게 골자다. 서울 강남권을 포함한 5일 신규택지 발표로 장기적 집값 안정에는 도움이 될 전망이지만, 실제 입주까지 7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여전히 단기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대응은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지자체 합동 브리핑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4년 신규 공공택지 추진계획 관련 합동 브리핑에서 신규 공공택지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총 네 곳(서울 서리풀, 경기 의왕 오전왕곡, 의정부 용현, 고양대곡역세권 지식융합단지) 5만가구 규모의 신규 공공택지 예정지를 발표했다. 최상수 기자
◆서리풀 ‘미리 내 집’ 55% 공급

이날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신규 공공택지 추진 계획에 따르면 서리풀 지구에 공급되는 주택 가운데 55%(1만1000가구)는 서울시 저출생 대책 중 하나인 ‘미리 내 집’(장기전세주택Ⅱ)으로 조성된다. 미리 내 집은 신혼부부가 전세로 입주한 뒤 기본 10년, 아이를 낳으면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으며 20년 후 시세보다 최대 20% 싼값에 분양받을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고 공급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고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 시대의 최대 화두인 저출생을 해결하는 것이 또 다른 가장 중요한 축이라는 의미에서 절반 물량을 배분했다”고 설명했다.

서리풀 지구는 인근 신분당선(청계산입구역),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노선(양재역) 등이 위치해 철도 접근성이 뛰어나고 경부고속도로,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분당내곡도시고속도로 등도 있어 지역 간 이동이 편리한 곳으로 꼽힌다.
5일 그린벨트가 해제된 경기도 고양시 대장동 대곡역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9400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경기 고양시 ‘고양 대곡역세권’의 경우 GTX-A, 3호선, 경의·중앙선, 서해선, 교외선 등 5개 노선이 만나는 철도 교통 요충지다. 정부는 대곡역에 복합환승센터를 구축해 교통 편의성을 높이는 한편 역세권 중심으로 자족·업무시설을 중점 배치해 상업·문화·생활시설이 연계된 지식 융합단지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의왕 오전왕곡(1만4000가구)은 경수대로·과천봉담간 도시고속화도로에 연접한 부지로, 자족 기능 확보를 통해 수도권 남부의 새로운 직장·주거 근접 생활공간으로 조성된다. 의정부 용현(7000가구)은 주변에 개발 중인 법조타운과 기존도심을 연계해 통합생활권을 조성하는 한편 문화·체육·자족시설 등을 보완해 주변 도심과 연결을 강화한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신규택지의) 역세권에 주거 시설을 확충하고 복합개발을 해 첨단산업을 키우고, (일대를) 개발제한구역보다 더 친환경적으로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지 보상 절차 속도가 관건 될 듯

관건은 토지 보상 등 절차가 얼마나 빠르게 이뤄질 수 있을지다. 서울 서리풀과 고양 대곡역세권 지구의 99.9%가 그린벨트이며, 의정부 용현(98.1%)과 의왕 오전왕곡(87.0%)도 그린벨트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린벨트는 공장이나 주택 등의 지장물이 적고 보상을 비교적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공공주택지구 지정부터 지구계획 수립, 지역주민과의 협의, 토지 보상 등을 거쳐야 하기에 실제 주택 공급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구지정 전 보상조사 착수, 지구계획 수립 조기화 등 행정 절차를 단축하는 것은 물론 필요시 일부 원형지 공급도 추진해 2026년 상반기에 지구지정을 하는 등 주택공급 기간을 최대한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토지 수용 과정에서의 갈등이나 문화재 발견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31년 입주가 꼭 불가능하다고만 단정할 사안은 아니지만, (실제 사업을)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서울 서초구 원지동일대에 세워진 개발제한구역 안내문. 뉴스1
아울러 이번 신규택지 후보지 발표가 당장 아파트 공급으로 이어질 수는 없는 만큼, 단기 공급 부족에 대한 대응책은 계속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내년과 2026년 수도권 아파트 준공 물량 부족 문제를 당장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실과 국토부 사이 혼선도 빚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추가 공급대책은 가급적 연내에 공급대책을 발표할 생각”이라며 “대규모 택지들이 공급돼야 하기 때문에 연내에도 계속해서 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한 것. 그러나 국토부는 올해 추가 발표 없이 내년 상반기 중 3만 가구 규모 신규택지 발표만 계획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추후 “이는 기존에 예정되어 있던 수도권 신규 택지, 1기 신도시 선도지구 등을 연내 발표하겠다는 의미로, 연내 새로운 공급 대책을 발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한국금융학회와 공동 주최한 정책 심포지엄에서 “국토부가 좋은 자리에 공급을 늘리겠다고 하는데, 몇 곳은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제도를 통해 진행해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가 말한 리츠 제도는 김경민 서울대 교수와 한은이 제안한 ‘한국형 뉴 리츠’로, 주택 수요자가 자기 자본을 투자해 리츠 주주가 되는 동시에 임차인으로서 리츠가 소유한 주택에 거주하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이강진·김주영 기자, 수원=오상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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