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 “신 앞 인간 존재에 카타르시스…부활의 이유, 물음표 남길 것”
지옥행 ‘고지’로 인한 혼란 그린 시즌1
시즌 2선 정진수·박정자의 부활 통해
사람마다 다른 ‘지옥’의 모습 보여줘
초자연적 현상 앞 인간 자유의지 주목
‘지옥’ 세계관 확장한 소설도 출간 예정
다작 비결? 틈틈이 영감 찾고 글 쓰죠
“많은 종교에서 지옥을 불구덩이나 엄청난 고통으로 묘사하죠. 어릴 때부터 궁금했어요. 과연 지옥의 고통이 천년이 지나도 여전히 고통일까. 천년쯤 되면 익숙해지지 않을까. 결과적으로 지옥은 예측불가능이 기본이 돼야 한다고 봐요.”
넷플릭스 화제작 ‘지옥’ 시즌2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자신이 그리려 한 지옥을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정진수·박정자의 부활에서 시작해 이들의 지옥에 대한 이야기로 만들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지옥’은 사자들이 예고 없이 등장해 사람들에게 지옥행 날짜를 ‘고지’하는 초자연적 현상을 그린 드라마다. 고지받은 이들은 정해진 시간에 벌을 받고 죽는 ‘시연’을 당한다.
‘지옥’은 독특한 설정으로 시즌1부터 흥미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새 시즌이 나온 후에도 시청자의 의문이 풀리기보다 오히려 질문거리가 더 쌓였다. 연 감독은 이런 궁금증 중 일부에는 답을 줬지만 일부는 계속 물음표로 남겨두길 원했다.
정진수·박정자 외에 추가 부활자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둘만 부활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부활자들이 돌아오는 시공간은 되게 넓다”며 “신의 관점에서 부활이 이뤄지기에 100년 후, 심지어 1000년 전에 부활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지옥에서 되살아나는 기준은 있을까. 연 감독은 “부활의 요건을 왜 궁금해하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말씀드릴 수도 있다”면서도 “그걸 말하면 공포영화 맨 마지막에 귀신이 분장을 지우고 다같이 악수하며 끝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이 작품의 장르인 ‘코스믹 호러’는 손쓸 수 없는 거대함에 직면한 인간의 작음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라며 “제가 부활의 이유를 말하면 카타르시스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내일을 예측하듯 천년 후를 예측하는 존재가 있다고 가정해봐요. 천년의 시각으로 봤을 때, 인간의 머리로 이해하는 인과관계와 예측은 무의미하잖아요. 백년밖에 못 사는 우리는 진실을 밝히기보다 뭐든 선택해야 하는 존재죠. 이런 관점을 담으려 했습니다.”
‘선택’이라는 맥락에서 연 감독은 시즌1부터 ‘인간의 자율성’을 강조해왔다. 자식을 위해 부모가 목숨을 내놓는 것, 하나의 사건에 대해 무엇이 진실인지 믿는 건 모두 인간의 선택이자 자유의지의 문제다. 그는 “시즌2는 어마어마한 종말이 왔을 때 결국 인간은 이야기를 통해 자율성을 갖게 된다는 걸 상상하며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다작하는 비결에 대해 “촬영이란 게 시간이 많이 남는다. 스태프가 현장에서 준비하는 시간이 있으니 감독이 기다려줘야 한다”며 “그동안 주변에 ‘이런 얘기가 있는데 어떨 것 같아’ 묻기도 하고 배우들과 자잘자잘하게 얘기하면서 메모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반 작업 때도 마찬가지로 감독이 기다려줘야 하니 그 시간에 다른 걸 쓰는 식”이라고 밝혔다.
연 감독은 앞으로도 ‘지옥’의 세계관을 확장할 계획이다. ‘지옥’ 세계관 속에서 벌어질 법한 이야기를 그린 소설집부터 곧 출판한다. 단편소설 작가들이 함께했다. ‘지옥’ 시즌3은 할 여건이 된다면, 민혜진 변호사가 만들어갈 이야기를 담고 싶다고 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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