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음모론’ 재등장…4년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2021년 1월6일 대선 불복 폭동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부정선거 음모론이 훨씬 더 강해진 모습으로 올해 대선에 다시 등장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4년간 충분한 대응 역량을 기르지 못하는 사이 미국 사회가 다시금 음모론에 휘둘리는 선거를 치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WP는 1·6 의회 폭동 당시 “선거를 도둑맞았다”며 등장했던 극단주의자들이 대부분 “작고 엉성한 계정에 무질서한 형태로” 주장을 퍼뜨린 반면, 최근에는 허위정보와 음모론이 퍼지는 과정이 ‘군대’를 연상시킬 정도로 체계화됐다고 분석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 측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편봉투를 무더기로 들고 가는 남성이 찍힌 영상을 올리며 ‘선거사무소에 투표용지를 배달한 우체국 직원이 표를 가로채고 있다’는 주장을 퍼뜨린 게 대표적이다. 이는 텔레그램과 페이스북 등에 빠르게 확산했다. “일단 쏴 죽이고 나중에 조사해라. 2020년을 기억하라” “민주당의 선거사기에 대한 증거다”라는 지지자들 반응이 잇따랐고, 해당 남성의 신상을 캐는 ‘마녀사냥’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남성은 우체국에서 20년 넘게 일한 직원으로 밝혀졌다. 이를 두고 WP는 ‘선거 조작론’을 꾸준히 퍼뜨리며 온라인상에서 팔로어를 모아온 보수 성향 인플루언서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중에서도 최근 음모론의 조직적인 확산에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엑스(옛 트위터),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머스크 CEO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정치자금 모금조직인 ‘아메리카 정치행동위원회(PAC)’를 통해 지난달부터 엑스에 ‘선거무결성커뮤니티(EIC)’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EIC는 매일 수백개의 새로운 부정선거 음모론을 만들어내며 ‘가짜뉴스 공장’처럼 활용되고 있다. 팔로어는 6만1000명이 넘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금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온라인 음모론 부대’가 지지자들의 불복 사태를 정당화하는 명분이 되어줄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1·6 의회 폭동을 수사한 하원 위원회의 조사담당자 딘 잭슨은 “선거 음모론자들은 허위 주장을 더욱 신뢰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며 “지금은 완전히 무방비 상태처럼 느껴진다. 2021년 사태에서 교훈을 하나도 얻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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