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혁기의 책상물림]농단에 오른다는 말

기자 2024. 11. 5.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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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들 부귀를 원치 않겠습니까? 농단에 올라 독점하려는 게 문제지요.” 맹자는 편안한 거처와 풍족한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왕에게 이런 대답을 전하고 제나라를 떠났다. 그에 따르면 본래 시장은 필요에 따른 물물교환이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곳이었는데, 어떤 사람이 ‘농단(龍/壟斷)’ 즉 시야가 확보되는 언덕에 올라 시장의 흐름을 두루 관찰함으로써 모든 이익을 독차지했다. 그러자 모두 그 사람을 천박하게 여겼고, 이것이 시장에 세금을 징수하는 사유가 되었다.

남보다 뛰어난 정보력을 기반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능력으로 인정되는 오늘, 맹자의 시장 인식은 소박하다 못해 어리석어 보인다. 다만 맹자가 이런 비유를 들어서 왕의 제안을 거부한 뜻은 그것대로 음미할 만하다. 자신이 제안한 정책을 받아들여 실천할 마음도 없으면서 작은 은혜를 베풀며 안정과 존중을 약속하는 왕을 향해서, 내가 여기에 넘어가 만족한다면 이익에 급급해 기민하게 농단에 오르는 저 천박한 사람과 뭐가 다르겠냐는 말로 거부의 뜻을 당당히 밝힌 것이다.

시장의 이익을 독점한다는 본래 뜻으로는 그리 많이 쓰이지 않던 농단이라는 어휘가, 언제부턴가 ‘국정 농단’이라는 말로 붙어서 자주 사용된다. 국정을 좌우하는 권력을 독점한다는 뜻으로 확장된 것이다. 선출이나 임명으로 주어진 지위에 따른 공적 사용이라면 문제될 게 없다.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그 권력이 쥐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사람들이 가지게 되는 분노를 표현하기에 ‘농단’만큼 어울리는 어휘도 없다. 제 마음대로 가지고 논다는 뜻의 농(弄)이 은연중에 연상되면서 배신감이 더해지기도 한다.

개인의 경제 활동은 물론, 국가의 정치·외교에 있어서도 국민의 이익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부지런히 농단에 오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신뢰가 생명인 통치자와 그 주변인의 거취 문제에 있어서는, 절대 오르지 말아야 할 곳이 농단이다. 여전히 국정 농단의 결정적 근거는 나오지 않았다며 법적으로 문제 안 될 지점을 찾으려 분주히 농단에 오른다면, 농단의 의심은 더 깊어지기만 할 것이다. 팔을 내주고라도 목숨을 구하는 편이 낫다는 당당한 결기가 아니고서는 신뢰를 회복할 길이 없다.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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