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 문제는 정부까지 나서면서 지역서점엔 지자체도 아무 관심 없어”
대전의 마지막 남은 향토서점인 ‘계룡문고’가 지난 9월 말 폐업했다. 1996년 문을 연 계룡문고가 경영난에 29년 만에 문을 닫은 것이다.
서점은 2022년 초부터 임대료를 내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았다고 한다. 서점이 있던 건물은 대전시 산하 대전테크노파크 소유이다.
이동선 대표는 지난 5일 전화 인터뷰에서 “밀린 임대료 유예를 위해 요청한 면담 자리에서 이장우 대전시장은 ‘특정 업체만 지원해 줄 수 없다’며 시장경쟁 논리만 내세웠다”며 “향토서점의 공적 기능을 경시하는 대전시의 대응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분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계룡문고가 버텨왔다”면서 “그 뜻을 받들어 내가 아닌 다른 주체가 운영을 해도 괜찮다고 했는데도 대전시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전시가 계룡문고를 대하는 태도는 대전역 빵집 성심당의 임대료 문제에서 지역기업에 힘을 실어주던 때와는 딴판이었다. 성심당 문제에는 정부까지 나섰던 반면, 계룡문고에 대해서는 정부도 지자체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추락하는 지역서점의 위상을 보여준다. 대전시는 올해 지역서점 지원 예산을 모두 없애기도 했다.
대전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시민들의 아쉬움은 크다. 계룡문고는 단순히 책만 파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린이,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책 읽어주기’ ‘서점 견학’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했다. 문화 프로그램을 전국 어느 서점보다 많이 개최했다.
이 대표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독서문화상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공간을 끝내 지키지 못해, 언제고 다시 찾을 추억의 서점을 빼앗아 버린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이 대표는 정부·지자체·교육청이 서점을 교육의 공간으로 바라보고,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렇지 않으면 제2, 제3의 계룡문고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서점에서 독서 교육을 하면 독서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등 정말 효과가 대단하다”면서 독일처럼 ‘자녀 손잡고 서점까지 걸어가기’ 같은 캠페인을 하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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