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의 하극상’이 쏘아올린 희망

김하진 기자 2024. 11. 5.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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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구 ‘전통 강호’ 한신·요미우리·소뱅 연파…26년 만에 ‘JS 정상’
역대 최저 승률 챔프…하위 타선·불펜 약진 ‘약체팀의 기적’ 모범사례
요코하마 선수들이 지난 3일 소프트뱅크와의 저팬시리즈 6차전에서 승리해 우승한 뒤 미우라 다이스케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요코하마 SNS

저팬시리즈 챔피언은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가 차지했다. 역대 최저 승률 팀의 극적인 역전 우승이라는 ‘기적’을 완성했다.

센트럴리그 소속인 요코하마는 정규시즌 71승69패3무 승률 0.507로 3위를 기록하며 포스트시즌 진출권을 겨우 따냈다. 클라이맥스 퍼스트스테이지에서 리그 2위 한신을 2연승으로 꺾었고, 1승을 내주고 치르는 파이널스테이지에서 요미우리와 6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4승3패로 일본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일본시리즈 상대는 퍼시픽리그 1위 소프트뱅크였다. 소프트뱅크는 정규시즌 91승49패3무 승률 0.650을 기록했는데 요코하마와 20승이나 차이 났다. 요코하마는 1, 2차전을 내준 뒤 4연승을 달리며 일본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1960년, 1998년에 이어 세 번째 우승이자 26년 만의 우승이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우승을 ‘하극상’이라고 표현했다. 주니치 스포츠는 “요코하마는 일본프로야구 사상 정규시즌 최저 승률로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팀이 됐다”고 전했다.

만년 약팀 요코하마의 우승 비결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미우라 다이스케 감독의 집념과, 에이스가 아닌 후보들, 중심이 아닌 주변의 약진이었다.

투수 출신 미우라 감독은 1992년 요코하마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데뷔해 줄곧 한 팀에서만 뛴 ‘원클럽맨’이다. 1998년 시즌 12승을 거두며 요코하마의 우승을 이끈 에이스였다.

2008년에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강팀’인 한신의 부름을 받기도 했지만 “강한 팀을 쓰러뜨리고 우승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제안을 거절하고 요코하마에 남았다.

하지만 팀은 좀처럼 약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화난 요코하마 팬들이 경기 도중 물건을 집어던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선수들은 경기를 멈추고 팬이 던진 물건을 주우러 뛰어가는 웃지 못할 상황을 겪었다.

미우라 감독은 2016년 현역 은퇴를 선언했고 2019년 1군 투수코치, 2020년에는 2군 감독을 맡은 뒤 2021년부터는 1군 감독에 올랐다.

미우라 감독은 중심이 아닌 주변의 힘을 강조했다.

이례적으로 중간 계투를 선발 투수처럼 로테이션 형태로 기용했다. 셋업맨이나 롱릴리프도 바꿔가며 활용했다.

젊은 투수진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신인드래프트에서 하위권에 있는 선수들에게도 아낌없이 기회를 줬다. 주니치 스포츠에 따르면 타 구단으로 이적한 한 코치는 요코하마에 대해 “하위권에 있는 사람에게도 기회를 주는 것이 이 구단”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팀 분위기 속에서 모든 선수가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

데일리 스포츠는 요코하마와 소프트뱅크의 차이점을 ‘하위 타선’으로 꼽았다. 이 매체는 “7번의 도바시라 야스타카, 8번의 모리 게이토가 확실히 찬스를 만들어서 상위 타선이 득점으로 연결하는 패턴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요코하마의 우승은 불리한 위치에서도 정상에 오를 수 있단 희망을 안겨준다. 만년 하위팀이, 5할을 간신히 넘는 승률로 우승했다. 에이스가 아닌 중간 계투진, 중심 타선이 아닌 하위 타선의 힘이 팀을 강하게 만들었다. 진정한 의미의 ‘하극상’이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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